갑-을 찾기의 시대정신과 사회적 논의의 퇴락

이 사안에서는 진정한 나쁜 강자와 진정한 착한 약자가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입자가 을을 위장한 갑질(요새는 이를 '을질'이라 부른다)을 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그리고 이 사안에 대한 고민은 끝이다. 사람들은 사건마다 갑과 을을 찾아내어 갑을 맹비난하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삼게 되었다. 그러므로 사안에서 맹비난할 갑이 보이지 않으면 그 사안을 공론화한 을을 비난하게 된다. 즉, 오늘날 갑-을 찾기 놀이가 사회 체계의 개선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수많은 공론화와 비난이 이루어져도, 남는 것은 누가 비난받을 사람이었느냐의 목록의 축적뿐이며, 제도는 개선되지 않는다.

2016-07-11     이한

건물주인 연예인(리쌍)과 그 세입자(우장창창) 사이의 분쟁이다.

1) 기자들은 사실관계를 제대로 정리하지 않고 중구난방으로 인상 전달만 한다. 인상을 전달할 때 프레임은 갑-을 프레임이다.

그리고 이러한 식의 반응이 거의 모든 사회적 쟁점과 관련해서 일어나기 때문에, 갈등의 공론화는 제도적 개선으로 이어지는 일이 드물다. 즉, 그 구체적 사건과 관련하여 갑, 을을 분류하고 비난을 어느 한쪽으로 퍼붓고 끝이다. 치워버린다.

사실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도 언론 보도는 핵심이 되는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다. 만일 기자가 사실과 사회적 쟁점을 설명하는 데 관심이 있다면 다음과 같은 점들은 전달했어야 했다.

2) 연예인은 당시 재건축을 하면서 세입자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하고, 자신이 그 세입자가 점포를 운영하던 곳에서 자신의 사업을 하려 하였다. 당시의 법은 이러한 행위를 무제한 인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당시에 이 법에 대한 비판이 사회적으로 크게 제기되고 있었다.

4) 세입자는 지하점포를 2년간 운영하였다. 세입자는 법률지식의 부족으로 인하여 환산보증금(실제 보증금에다가 월세×100을 한 금액[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시행령 제2조 참조])이 기준액인 4억원을 초과하기 때문에, 임차인과 임대인이 계약기간 만료 전에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을 때 적용되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4항이 자신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래서 내용증명을 보내서 계약갱신 요구를 하는 등의 행동을 하지 않고 있다가 기간만료로 계약이 종료되게 되었다.

(참고: 제10조(계약갱신 요구 등) ①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개정 2013.8.13.>

2. 임차인이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임차한 경우

4.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 없이 목적 건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전대(轉貸)한 경우

6. 임차한 건물의 전부 또는 일부가 멸실되어 임대차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가.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공사시기 및 소요기간 등을 포함한 철거 또는 재건축 계획을 임차인에게 구체적으로 고지하고 그 계획에 따르는 경우

다. 다른 법령에 따라 철거 또는 재건축이 이루어지는 경우

②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은 최초의 임대차기간을 포함한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만 행사할 수 있다.

임대인이 제1항의 기간 이내에 임차인에게 갱신 거절의 통지 또는 조건 변경의 통지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기간이 만료된 때에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 이 경우에 임대차의 존속기간은 1년으로 본다.< 개정 2009.5.8. >)

제2조(적용범위) ① 이 법은 상가건물(제3조제1항에 따른 사업자등록의 대상이 되는 건물을 말한다)의 임대차(임대차 목적물의 주된 부분을 영업용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에 대하여 적용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증금액을 초과하는 임대차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③ 제1항 단서에도 불구하고 제3조, 제10조제1항, 제2항, 제3항 본문, 제10조의2부터 제10조의8까지의 규정 및 제19조는 제1항 단서에 따른 보증금액을 초과하는 임대차에 대하여도 적용한다. <신설 2013.8.13., 2015.5.13.>

이 사안에서는 진정한 나쁜 강자와 진정한 착한 약자가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입자가 을을 위장한 갑질(요새는 이를 '을질'이라 부른다)을 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그리고 이 사안에 대한 고민은 끝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은 그러한 '계기'가 되는 구도를, 그 자체가 목적이 되도록 만들어버렸다. 사람들은 사건마다 갑과 을을 찾아내어 갑을 맹비난하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삼게 되었다. 그러므로 사안에서 맹비난할 갑이 보이지 않으면 그 사안을 공론화한 을을 비난하게 된다.

사실, 이 사안은 상가임대차보호법의 변화와 역사를 같이 하는 것이다.

1) 예전에는 재건축을 하기로 결심만 하면, 임차인은 갱신 없이 건물에서 나가야 했다. 오늘날에는 재건축의 이유 자체가 안전이어야 한다.

7. 임대인이 목적 건물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철거하거나 재건축하기 위하여 목적 건물의 점유를 회복할 필요가 있는 경우

참고: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법률 제12042호, 2013.8.13, 일부개정] 제10조 제7호)

가.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공사시기 및 소요기간 등을 포함한 철거 또는 재건축 계획을 임차인에게 구체적으로 고지하고 그 계획에 따르는 경우

다. 다른 법령에 따라 철거 또는 재건축이 이루어지는 경우

참고: 제10조의4(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등) ① 임대인은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3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권리금 계약에 따라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제10조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2.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로 하여금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

4. 그 밖에 정당한 사유 없이 임대인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

1.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가 보증금 또는 차임을 지급할 자력이 없는 경우

3. 임대차 목적물인 상가건물을 1년 6개월 이상 영리목적으로 사용하지 아니한 경우

임대인이 제1항을 위반하여 임차인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 경우 그 손해배상액은 신규임차인이 임차인에게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의 권리금 중 낮은 금액을 넘지 못한다.

⑤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의 보증금 및 차임을 지급할 자력 또는 그 밖에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할 의사 및 능력에 관하여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제공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 사안에서 문제가 되는 것 중에는 아직도 개선이 필요한 것이 있다.

둘째로,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기회가 건물주가 재건축을 할 경우에는 여전히 원천봉쇄되고 있다. 그러나 건물 재건축은 건물주의 소관사항이므로, 이 재건축 때문에 책임 없는 임차인이 손해를 보는 것은 공평의 관념에 타당하지 않다. 안전이 우려될 정도로 노후화된 건물이라면 임차를 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안전검사를 매년 하는 것은 건물주의 책임 사항이다. 안전검사를 제대로 안하고 임대를 한 뒤, 임차인이 거액을 투자하게 한 뒤에야 안전을 문제 삼으면서 재건축을 하여 내보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즉, 안전검사를 매년 하게 되면, 재건축 시기를 미리 알 수 있고, 이것을 임차계약에 반영할 수 있다. 따라서 그러지 못한 것은 일정 부분 건물주의 책임으로 비용을 돌려야(즉 5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자연재해로 인한 안전 문제의 급작스러운 변동이 아니라-건물주의 안전검사의 소홀함으로 인해 5년 도중에 재건축으로 세입자를 내보내게 하면 권리금과 인테리어 비용을 일할 계산하여 일정 부분 보상을 하도록 규정해야), 재건축을 명목으로 함부로 계약갱신을 거절하지 못하게 된다.

셋째로, 개정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권리금의 문제를 법 안으로 인정해 들어오기는 했지만, 이 문제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지 않다. 권리금이라는 제도는 합리적이며, 계속 유지되어야 할 제도인가? 이 질문에 대해서 '아니오'라는 답변을 수십년 동안 해오면서 한국 사회는 건물주의 횡포를 극단적으로 인정하는 법질서를 유지하였다. 즉 건물주는 바닥 권리금을 받거나, 권리금을 회수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기간을 임대하다가 자신이 스스로 그 업종을 운영하기 위해서 재건축을 명목으로 임대차를 중단하거나 했다. 그렇다고 이 질문에 대해서 '예'라는 답변을 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권리금은 일종의 폭탄돌리기이기 때문이다. 권리금은 결국에는 누군가의 차례에서 터진다. 즉, 그들은 재건축을 한다고 해서 쫓겨나거나, 5년이 끝난 뒤의 임대료 상승을 못 이겨 쫓겨나거나, 아니면 장사가 잘 되지 않아 임차료 지급이 3기 이상 밀려서 쫓겨나거나 하는 등 수많은 이유로 권리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장사가 잘된 임차인은 장사로 돈도 많이 벌고 권리금까지 받고 나가고, 장사가 안 된 임차인은 장사까지 안 된데다가 권리금까지 회수 못하는 그런 극심한 불평등이 나타나는 것이다. 많은 이들은 권리금 제도가 건물주와 상인이 그 상가의 가치 상승을 나누어 갖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상가의 가치 상승은 상인으로서는 장사가 잘 되는 상태에서 계속 장사를 하여 돈을 버는 것으로, 건물주는 적당한 임대료 상승을 통해 그 과실을 나누어 가는 것으로 해야지, 권리금이라는 제도를 도입하여 폭탄을 만들어낼 필요가 없는 것이다.

권리금이 없는 상태에서 5년을 임차하는 것은 해볼 만한 투자다. 그러나 수억대의 권리금을 주고 나면 5년 임차로는 그 회수는 사실상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권리금을 장기적으로 소멸시키기 위해 장기임대차 제도를 존속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문제들이 중요한 문제들이며, 언론이 다루어야 하는 문제다. 이러한 문제는 어느 쪽을 갑-을로 잡고 사회윤리적 비난을 가하느냐의 관점에서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협동과 조정의 관점에서 합리적인 갈등 해결을 모색해야 풀 수 있는 것이다.

즉, 오늘날 갑-을 찾기 놀이가 사회 체계의 개선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사회적 논의가 퇴락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이 바로 갑-을 찾기의 시대정신(Zeitgeist)으로 인해 사회적 논의가 퇴락한 결과다.

* 이 글은 시민교육센터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