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사는 게 가족이다

우리사회에서 '합법적인'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대표적인 형태로 서류상 동성인 부부가 있다. 법적으로 부부로 인정받든 인정받지 못하든 서로 사랑하며 사는 모습은 비슷하다면, 왜 지금처럼 동거하며 함께 사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굳이 '결혼'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는 것일까? 게다가 법적으로 결혼을 할 수 있는 '이성커플'들도 결혼을 하지 않는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추세인데 말이다. 일단, 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 선택을 하는 것과 할 수 없어서 하지 못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누군가는 당연히 누리는 권리들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것을 우리는 차별과 억압이라고 부른다.

2016-07-12     친구사이

[가족의 정의]

지금 우리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가지게 되었고 더 이상 한 마디로 '가족'이라는 단어를 정의할 수 없게 되었다. 사람들은 규범적이고 전통적인 의미의 가족이 아니라, 저마다 자신들만의 의미를 찾고 있다.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우리사회에서 이야기하는 '가족'의 의미는 각기 다르다. 하지만 사람들이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들과 공동체를 이루고 이를 '가족'이라고 부르는 등 모든 '가족'에는 어떠한 특별한 공통점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현재 우리사회는 혼인하는 커플의 수는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혼율은 높은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또 이혼 후 혹은 애초에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자녀를 키우는 사람들이 많으며 조부모와 함께 사는 아이들도 많다. 자녀를 가지지 않기로 결정한 부부들도 많다. 신체적·정신적 장애나 의료적인 이유 또는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자녀를 가지고 싶지만 가지지 못하는 부부들도 많다. 혼자 살기로 결정하는 비혼주의와 1인 가정이 급증하고 있다. 그리고 아직 우리사회에서 법적으로 인정,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동성부부들도 많다.

[가족의 재정의]

'피가 섞이지 않아도 괜찮아. 서로 의지하고 사랑하는 사이라면 가족이 될 수 있어.'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이었던 2006년 5월에 개봉한 영화 가족의 탄생 에서 나온 말이다. 10년 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에 대해서 불편해했고 또한 동시에 신선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지금은 어떨까? 제도적으로나 법적으로 바뀐 것은 없지만, 적어도 사람들의 인식 속에 가족의 의미는 많이 변했다. 사람들은 무조건 전통적이고 사회적 규범에 맞는 사전적 의미의 가족을 구성하고 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의미 있는 기준을 만들어서 가족의 의미를 확장하고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정말 아름답고 화목한 가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악몽 같은 가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혈연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각종 폭력과 억압을 견디며 살 필요는 없다. 자신의 가족으로부터 분리, 독립하고 싶어 하고 다시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엮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 이러한 가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피는 물보다 진하다' 등의 말은 매우 폭력적으로 들릴 수 있다.

가족이란 우리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다. 태어날 때는 부모와 가족을 선택할 수 없었지만, 살아가면서 우리는 여러 가지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시도해 보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전통적인 가족의 형태도 좋고, 새롭고 특이한 형태의 가족도 좋다. 내가 가장 편하게 느끼고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가족의 모습을 만들면 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서로를 위해주고 아껴주며 헌신하며 함께 살겠다고 하는데, 내가 원하는 사람과 함께 가족을 이룰 '가족구성권'을 반대할 수 있는 합당한 논리와 이유는 있을 수 없다.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는 유일하고 올바른 또는 건강한 가족상이란 없다.

[부부에 대하여]

[법적 보호]

작게는 휴대폰 요금제부터 시작해서 세금과 보험 등을 가족으로 묶을 수 없기 때문에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직장이나 민간서비스 영역 등에서 배우자의 지위를 얻지 못한다. 국민건강보험상의 피부양자의 지위를 얻지 못한다. 이 말은 국민건강보험과 국민연금 등을 모두 각자 따로 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배우자가 죽은 후에도 유족 또는 가족으로서의 지위를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에 보험이나 연금을 수령할 수 없다. 마찬가지 이유로 상속권이 없으며 유언을 통해서 상속을 받는 경우에는 상속세나 증여세를 감액 받을 수 없다. 둘은 법적으로 인정 받는 부부가 아니기 때문에 둘 사이에 폭력이 일어나더라도 '가정폭력'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신혼부부 국민임대주택, 장기안심주택, 전세자금지원 등 각종 신혼부부 지원 제도와 혜택에서 배제된다. 아이를 공동의 명의로 입양할 수 없다. 게다가 의료법상의 권리가 없기 때문에 수술 동의서에 배우자로서 서명을 할 수 없고 수술실이나 면회실에 출입이 되지 않는 등 사랑하는 사람이 가장 필요할 때 곁에 있어 줄 수 없다. 그리고 이들이 말하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말하지 못함'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숨겨야 하고 부부라고 말하지 못하고 가족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아픔이 얼마나 클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연구 결과]

동성결혼은 사회를 어떻게 바꾸는가 에 보면 서류상 동성인 부부의 법적 인정은 그 사회의 경제적인 혜택을 가져온다고 한다. 노르웨이와 스웨덴 등의 북유럽 국가들의 사례들을 살펴보면 '동성 결혼권' 발표 후에 결혼율이 완만하게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서류상 동성인 부부들이 새로운 양육계층으로 등장하게 된다. 이와 같은 과정들을 통해 이 커플들이 결혼비용, 입양을 통한 자녀 양육 비용 등의 지출을 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지역사회에서 경제적인 혜택을 보는 사람들이 많아질 뿐 아무도 경제적 손해를 입지 않는다'고 단언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동성 커플 당사자들과 그들의 가족들은 더 나은 경제적 선택들을 하게 되는데 이는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자신이 이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소속감은 성소수자들의 정신 건강을 증진시키고 경제적 생산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인다.

최근 발단행동소아학저널(The Journal of Developmental & Behavioral Pediatrics)에 실린 연구를 보면, 동성부부에게서 길러진 아이들과 이성부부에게서 길러진 아이들 사이에서 정신적·육체적 건강이라는 측면에서 '그 어떤 차이도 발견할 수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콜롬비아 로스쿨에서 진행한왓위노 프로젝트(What We Know Project)에서는 '동성부부가 그들의 자녀들에게 그 어떤 나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는 논문을 73개나 발견한 반면,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결론을 낸 과학적 논문은 단 한 개도 발견하지 못했다.

['동성커플'을 위한 3종 세트]

글|김지학(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