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공장 없애랬더니 육성하겠다는 정부

정부의 계획 중 눈에 띄는 것이 반려동물 경매업을 신설한다는 내용이다. 반려동물을 업자 사이에 경매에 붙이는 경매장은 서구권 국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비정상적인 시스템이다. 영국에서는 최근 어미개(고양이)를 소유하지 않는 제3자가 동물을 판매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6개월 동안 10만 명이 넘게 서명한 서명결과가 국회에 전달되었다. 브리더와 소비자 사이에 존재하는 펫샵, 수입업자, 인터넷 판매자 등 중간업자들이 비용은 최소화하려 하고, 자동적으로 동물의 복지수준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의 미약한 학대·처벌기준으로는 동물을 생산, 유통, 판매되는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동물학대를 막을 수도 없다.

2016-07-09     이형주
ⓒDanish Khan

신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SBS 동물농장에 동물생산업체, 일명 '강아지 공장'의 현실이 방영되면서 공분을 일으킨 지 한 달 만에, 국민들은 또 한 번 뉴스를 보고 '멘붕'에 빠져야 했다. 한 인터넷 사용자는 '개 공장을 없애라고 했지, 누가 육성하라고 했나'라며 개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반려동물산업육성계획이 경악스러운 이유는 애초부터 그 목적이 비정상적으로 불어난 산업 안에서 일어나는 동물학대와 과잉 공급으로 인한 유기동물 문제 등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지 않아도 벼랑 끝에 몰린 동물들을 돈벌이 도구로 보고, 산업의 덩치를 불려 한 푼이라도 더 벌어보고자 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서양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반려동물 경매장'

현재 생산업장에서 태어난 강아지들은 경매장을 거쳐 판매업자, 일명 '펫샵(pet-shop)'으로 유통된다. 애견경매장은 생산업이나 판매업 사업자 등록증을 가진 사람만 출입이 가능하고 일반인이나 언론에는 철저히 폐쇄되어 있는 구조다. 작고 예쁜 품종견이 비싸게 팔리는 것은 당연하다. 팔리지 않는 잉여동물은 새끼를 낳는 모견으로 쓰이거나, 심지어 식용 개농장으로 유통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영국에서는 최근 어미개(고양이)를 소유하지 않는 제3자가 동물을 판매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6개월 동안 10만 명이 넘게 서명한 서명결과가 국회에 전달되었다. 브리더와 소비자 사이에 존재하는 펫샵, 수입업자, 인터넷 판매자 등 중간업자들이 비용은 최소화하려 하고, 자동적으로 동물의 복지수준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의 미약한 학대·처벌기준으로는 동물을 생산, 유통, 판매하는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동물학대를 막을 수도 없다.

'가정 분양' 속이고 판매하는 온라인 동물판매

인터넷에서 반려동물을 판매, 구매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강아지 공장에서 태어난 동물을 거짓사진을 올리고 가정에서 태어난 동물인 것처럼 판매하는 업자들도 많다. 인터넷에서 강아지, 고양이를 분양받았는데 전염병에 걸렸다거나 얼마 지나지 않아 죽었다고 하는 피해 사례도 속출한다.

판매업 등록만 가지고는 온라인에서 동물을 사고팔면서 불거지는 문제를 해결하기는 역부족이다. 그렇지 않아도 충동적으로 생명을 구매하고 쉽게 버리는 풍조가 만연한 사회에서, 물건 사듯 동물을 쇼핑하게 하는 온라인 동물판매는 허용이 아니라 규제해야 할 대상이다.

지금 동물에게 필요한 것은 '육성법' 아닌 '보호법'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산업장의 숫자조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4천6백 곳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한다. 인구수가 우리나라의 6배에 달하는 미국에서도 올해 5월 기준으로 반려동물 생산업장으로 허가를 받은 곳은 총 1,756곳이다. 브리더 자격증을 받은 개인까지 합쳐도 5천 명이 안 된다. 허가를 받았다 하더라도 상업적 번식시설, 퍼피밀(puppy mill)은 없어져야 할 사회악으로 인식된다.

이번 반려동물산업육성계획은 번지수를 완전히 잘못 찾았다. 지금 우리가 필요한 것은 반려동물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법이 아니다. 음지에서 동물들이 받는 고통을 막을 수 있는 법이다.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동물들의 숫자를 줄이고, 책임감 있게 기를 수 있는 사람들만 반려동물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다. '불합리한 규제는 개선'해서 산업을 '육성'하겠다니. 거꾸로 가는 동물복지 시계를 제 방향으로 돌려놓기 위해서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매의 눈으로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