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상가임대 분쟁' 선악구도로 볼 문제가 아니다

이것을 갑의 횡포라 할 수 있을까? 갑은 최소한 법적으로 할 도리는 다 했으며 법적 책임의 이상도 감수했다. 이것을 일방적인 갑의 횡포라 보기는 다소 어렵다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이것을 을의 횡포라 부를 수 있을까? 가끔 제도적 허점을 악용하는 을이 있기도 하지만 극히 예외적인 케이스에 해당하며 제도가 아예 없는 상황에서는 갑인 임대인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며 제도가 있다 해도 허점이 많아 여전히 갑이 유리하다. 시스템 자체가 갑에게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기에 을의 횡포라는 표현은 말이 되질 않는다. 을은 횡포를 부릴 수 있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일에서 아쉬운 점은 임차인의 대응이다.

2016-07-08     김영준

1. 임대인쪽은 법적인 책임은 다했다

2. 임차인이 무리한 요구를 하긴 했다 그것도 두 번

문제는 그렇게 새롭게 옮기면서 주차장을 영업 장소로 활용할 권리를 삽입한 것인데 여기서 무리수가 터져버렸다. 임차인측은 이 주차장 부지에 철골구조로 된 가건물을 지어 아예 점유를 해버렸다.

또한 잘 안 지키는 건물들이 좀 있긴 하나 모든 건물은 면적에 따라 일정 수 이상의 주차장을 의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기에 주차장 공간에다가 영업을 위한 가건물을 세우는 것은 용도가 따로 없는 공간에다 가건물을 세워 운영하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다. 위에서 얘기했다시피 용도가 따로 없는 전면 공지를 개조해서 영업에 활용하는 것은 제한적으로 허용이 되나 주차장 개조는 허용조차 되지 않는다. 관습적으로 많이들 하는 개조이긴 하나 이는 엄연히 불법에 해당한다. 더군다나 주차장을 용도변경 하도록 하는 조항을 넣었다는데 용도변경이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3. 갑의 횡포에 당하는 약자의 포지션이 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

임차인측의 희망과는 다르게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서 임차인을 '약자'로 인식하지 않는 것은 위에서 언급한 두 번의 무리한 요구 때문이다. 첫 번째 요구는 임대인이 이행해야 할 책임이 없음에도 제한적으로나마 수용을 했으며 두 번째 요구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약속이었다. 그런데도 임차인은 그것을 이행하라고 요구하며 두 번째 법적 분쟁까지 벌였다.

어떻게 보면 임차인은 너무 안이했다. 첫 법적 분쟁 때부터 임대인은 임차인을 내보낼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 분쟁 끝에 결국 시간을 더 얻었으나 그 과정에서 또 한 번의 분쟁이 있었다. 이 상황에서 계약 종료가 될 경우 임대인이 임차인을 내보낼 것이란 것은 누구나 예상 가능한 일이다. 장사도 하고 분쟁도 하느라 이것 저것 챙길 정신이 없었을 수도 있으나 계약 연장 분쟁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었다는 것은 지나친 방심이다.

4. 그럼 법대로 했으니 더 이상 문제가 없는가?

이 분쟁 자체가 상임법 개정 전에 이루어진 터라 문제가 훨씬 더 많고 환산보증금이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기에 보호 장치가 없이 싸운 것이나 다름없다.

작년부로 개정안이 시행되긴 했으나 허점은 여전히 존재하고 그나마도 상임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금액은 환산보증금 4억 미만이다. 작년에 발표된 서울시의 2015년 '상가임대정보 및 권리금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지역 주요 상권의 중대형 매장 중 환산보증금 4억을 넘는 곳의 비중은 22.3%다. 환산보증금 4억 이상이 어떻게 약자냐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사람들이 들어가 있는 건물의 임대인은 다른 곳보다 더 강자라 그런 식의 비교는 옳지 못하다 생각한다.

지난 몇 번의 글에서 썼듯이 상임법에서 보장하는 5년의 기간도 사실 긴 기간이 아니다. 5년이면 개별 케이스마다 차이는 있어도 권리금과 시설투자비에 들인 비용 빠지고 이제 막 수익을 내기 시작하는 시점에 가깝다. 타국의 케이스를 살펴보면 알 수 있지만 보장기간을 딱히 정해두지 않은 경우가 많으며 임차인에게 임대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조항들도 많이 달려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엔 이 부분이 워낙 취약하기 때문에 법대로 하더라도 대등하지가 않고 임대인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자영업자 비율이 OECD의 2배에 달하는 국가가 아니던가? 이렇게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보호규정 자체가 미흡하다는 것은 분명히 문제점으로 꼽을 수 있는 부분이다. 단순히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해서 문제가 되지 않는 게 아니다.

5. 어느 쪽을 선악으로 구분 지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이것을 을의 횡포라 부를 수 있을까? 가끔 제도적 허점을 악용하는 을이 있기도 하지만 극히 예외적인 케이스에 해당하며 제도가 아예 없는 상황에서는 갑인 임대인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며 제도가 있다 해도 허점이 많아 여전히 갑이 유리하다. 시스템 자체가 갑에게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기에 을의 횡포라는 표현은 말이 되질 않는다. 을은 횡포를 부릴 수 있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다. 새로운 계약조항에 사실상 현행법상 지키기 힘든 조항을 (알고 넣었건 모르고 넣었건 간에) 삽입했고 그것을 문제 삼은 두 번째 분쟁이 터지면서 생떼 쓰고 트집 잡는 임차인의 이미지가 박혀버렸다. 거기에 첫 번째 분쟁에서 임대인이 본인의 법적 책임 이상의 보상까지 일부 한 덕분에 임대인은 관대한 이미지를 얻어서 더 대비가 되어버렸다.

이 문제만 놓고 보자면 임대인이나 임차인이나 어느 한 쪽이 선하고 악해서가 아니라 임차인이 계약으로 두 번이나 분쟁을 겪은 것 치고 너무 허술하고 안이하게 대응했으며 너무 몰랐다는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몰라서는 아무리 보호규정이 잘 되어 있어도 이기기가 힘들다.

이 문제를 임대인과 임차인의 선악구조로 놓는 것에 반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임차인과 몇몇 언론들이 지금 연예인 임대인에게 갑질과 횡포라는 이미지를 씌우려 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하기엔 비교적 유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임차인의 패착이 많아 초래한 결과라 도리어 역풍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 문제에서만큼은 임차인이 너무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 이러한 실수를 뒤집기 위해 강자에게 희생당하는 약자의 구도를 취하는 것은 오히려 도움이 되기 어렵다.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