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위한 재활의학

한 수의학 교수가 이렇게 말했다. "그런다고 수명이 십여 년인 반려동물이 이삼십 년 사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러느냐"라고. 이삼십 년 살게 해달라고 부탁한 적 없다. 그리고 그대에게 그런 능력이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렇다. 수명은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니다. 때가 되면 헤어져야 한다는 것도 우리도 마찬가지로 시한부라는 것도 그대와 나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나을 수 있고,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질병을 단순히 나이가 많으니 조만간 세상을 떠날 것이라 해서 고치거나 돕지 않고 방치할 이유란 없다.

2016-07-05     폴랑폴랑
ⓒGettyimage/이매진스

한 재활의학과(두 발 동물을 위한 재활의학과) 전문의인 지인은 재활의학처럼 인체를 두루 공부할 수 있는 학문이 없어 재활의학에 매력을 느꼈었다고 한다.

라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주삿바늘과 이런저런 약물 치료 등으로 두 달 여를 고생한 나의 반려견에게 "이렇게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데 지금까지 도움이 되어주지 못한 건가" 싶어 미안할 정도로 해외 지인으로부터 감사한 도움을 받은 것도 신체의 각 구성요소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이해하는 그들의 반려동물 재활의학의 수준이 일정 궤도 이상 오른 덕분일 것이다.

사람과 동물을 위한 의료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환자(생명)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수정하는데 집중하는 의료진을 만나게 될 때가 있다.

데이터가 기준선 안에 머무는 한 그들에게는 환자가 겪는 고통을 이해하는 노력이나 데이터가 말해주지 않는 무엇이 있을지 모른다는 가정이나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호기심은 발동하지 않는다.

그들이 보고 있는 것은 눈 앞에서 자신의 증상을 열심히 설명하며 도움을 구하고 있는 '생명'이 아니라 '귀'다. 그들은 '귀'와 관련된 데이터와만 이야기한다.

그리고 남들이 A라고 하니까 아무 생각 없이 A라고 따라 하며 시간을 보내지 말고 B는 아닐지, 또는 B와 A 사이의 무엇은 아닐지 고민하고 연구하면서 방법을 만들어가는 전문가가 많이 나와주었으면 싶다.

설명: 교통사고로 심각한 척추 장애를 입었던 개 Rocky가 반려동물 재활의학의 도움으로 다시 일어났다.

이삼십 년 살게 해달라고 부탁한 적 없다. 그리고 그대에게 그런 능력이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나을 수 있고,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질병을 단순히 나이가 많으니 조만간 세상을 떠날 것이라 해서 고치거나 돕지 않고 방치할 이유란 없다.

내가 고민하는 것은 '삶의 질'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해외에서 반려동물 재활의학 분야가 빠르게 발전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깊이 고민하고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소중히 생각해야 하는 문제다. 모든 생명에게 동등하게 중요한 문제다. 나에게는 데이터로 표현되는 수명이 아니라 그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