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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안에 기계가 인간 직업의 50%를 대체할 것이다."

모셰 바르디 미국 라이스대학 컴퓨터과학부 교수의 진단은 시나브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가디언> 애니메이션 '지구 최후의 직업'은 디스토피아를 그린다. 모든 것이 자동화된 사회에서 인간은 지리멸렬하고 고독한 존재로 머무를 따름이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시가 시작한 인간과 로봇의 공존 실험은 그래서 눈길을 붙잡는다. 이곳 주민 100여 명은 앞으로 매달 200만원 안팎의 생활비를 받게 된다. 조건은 없다. 이 돈으로 뭐든 해도 된다. 노동의 대가도 아니다. 따로 경제활동을 해도 상관없다. 심지어 다른 도시로 이사해도 된다. 존엄성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 비용을 지원하는 '기본소득' 실험이다.

이는 미국 기술 스타트업 육성 기관 '와이콤비네이터'가 꺼내든 프로젝트다. 지난 1월 말 샘 올트먼 사장은 와이콤비네이터 블로그에 '기본소득'이란 글을 올리며 이 실험의 출범을 공식 선포했다. 그 바탕에는 인간의 불안이 똬리를 틀고 있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우리 가족과 친구의 일자리를 뺏을 것이란 두려움은 점점 현실로 바뀌고 있다. 휴머노이드가 가사도우미와 교사를 대체하고, 자율주행차가 운전을 대신하고, 인공지능이 법률 상담과 외과 수술까지 대신 해주는 미래 사회를 상상해보자. 그래서 실험은 제안한다. 이 공포가 다가올 현실이라면, 인간이 또 다른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안전망을 갖춰야 하지 않겠는가. 그에 대한 해답이 '기본소득'이다.

이 실험은 '오픈AI'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오픈AI는 비영리 인공지능 연구소다. 연구소장인 머신러닝 전문가 일리야 수츠케버를 비롯해 다수의 딥러닝 전문가들이 연구원으로 참여했다. 1조원이 넘는 연구 자금을 바탕으로 인간 두뇌에 버금가는 사고력과 실행력을 지닌 범용 인공지능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오클랜드시는 앞으로 6개월∼1년 정도를 두고 주민 100여 명을 대상으로 약 20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한다. 기금은 와이콤비네이터가 부담한다.

'일하지 않고도 먹게 해주는' 제도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스위스는 지난 6월 초, 성인 국민에게 300만원, 미성년자에겐 80만원을 매달 주는 국민소득 지급 헌법 개정안을 국민투표에 부쳤다가 부결됐다. 핀란드는 2017년부터 시민 1만 명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정책을 시범 도입한다. 한국 녹색당은 2017년부터 청년, 노인, 장애인, 농어민에게 매달 40만원을 주는 기본소득안을 지난 4월 총선에서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와이콤비네이터의 기본소득 실험은 이들과는 좀 다른 스펙트럼으로 분사된다. 기존 기본소득 논의가 인간 존엄성과 품위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으로 접근했다면, 와이콤비네이터발 실험은 기술과 인간의 공존 가능성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술 발전은 생산성을 높이고 부를 창조하겠지만, 인간의 일자리는 그만큼 위협받게 된다. 기본소득은 이 부조리에 대한 대답이다. 인간의 기본 노동을 기술로 대체하는 대신, 기술이 가져다준 풍요를 골고루 나눠 자기계발이나 여가생활 같은 더 창조적인 삶에 집중하자는 얘기다.

지난 1월 나온 세계경제포럼의 '직업의 미래' 보고서를 보자. 보고서는 2020년까지 710만 개 일자리가 사라지는 반면, 새로 창출되는 직업은 200만 개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인간은 이미 기계에 일자리를 잠식당하는 단계로 들어섰다.

기본소득 실험을 지지하는 이들에겐 기술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기보다는 생산성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이란 낙관적 믿음이 깔려 있다. 하나, 물어보자. 우리는 경제활동에서 창조활동으로 '직업'을 옮길 준비가 돼 있는가. 와이콤비네이터의 기본소득 실험은 외친다. 우리에게 익숙한 직업이 사라진 미래 사회를 만나봐야 할 때라고. 더 늦을수록 차갑고 딱딱한 기계에 밀려나는 아픔도 더 가혹할 것이라고.

기본소득으로 인공지능과 더불어 살기

* 이 글은 <한겨레21>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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