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원, 다른 면도 봐야 한다

최저임금은 노동자와 악덕 자본가의 대립구조가 아닌 그들을 고용하고 있는 자영업자와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부분이다.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자는 이야기는 자영업자들에게 직접적인 충격을 주자는 것이나 다름 없다. 이러한 대규모 충격에 버텨낼 수 있는 자영업자가 몇이나 될 것 같은가? 한계자영업자들이 고스란히 다 망하면 그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겠는가? 그나마 최저임금이라도 주면서 고용을 하던 입장에서 최저임금을 받아야 하는 입장으로 바뀐다.

2016-06-29     김영준
ⓒ연합뉴스

나는 최저임금제의 필요성을 지지하고 최저임금제가 '적절히' 상승하면 고용의 감소가 과하지 않으면서도 소득 증가라는 긍정적 효과를 부른다는 카드-크루거의 주장을 지지하는 쪽이다. 그런데 1만원은 너무 과하다.

이 최저임금 1만원 만능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에게만 철저하게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그래서 최저임금 노동자에 본인의 감정과 시선을 이입하고 열을 올린다. 그러나 세상엔 노동자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자본가만 존재하는 것도 아닌 제 3의 계급 또한 존재한다. 한국에선 자영업자들이다.

2013년 기준으로 한국의 자영업자는 전체 고용의 27%(지금은 24% 언저리 정도)다. 이들 대부분은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노동자들의 고용주이기도 하다. 그래서 최저임금은 노동자와 악덕 자본가의 대립구조가 아닌 그들을 고용하고 있는 자영업자와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부분이다.

경제는 누군가의 알량한 정의감 실현을 위한 심판의 장소가 아니다. 한계자영업자들이 고스란히 다 망하면 그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겠는가? 그나마 최저임금이라도 주면서 고용을 하던 입장에서 최저임금을 받아야 하는 입장으로 바뀐다. 자영업자 비율이 총 고용의 24% 정도에 OECD평균의 2배 정도 되는데 이 말은 이들이 스스로를 고용함으로 인해 적어도 총고용의 12% 정도는 노동시장에 쏟아져나오는 참극을 막고 있다는 것으로 봐도 된다.

우리가 농담처럼 문과와 이과의 최종테크는 치킨집 사장님이라 말하는 것처럼 현재의 상태에서는 누구나 자영업자가 된다. 그래서 더더욱 남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 1만원을 외치는 사람들은 노동자의 입장에만 매몰되어 이러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쪽 면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반대쪽 측면도 바라보아야 한다.

[덧붙임 1]

[덧붙임 2]

실질임금 = 명목임금/소비자물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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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부터 지금까지 2011년에 -3% 정도 하락한 것을 제외하면 매년 1-2%씩은 상승해왔다

* 이 글은 필자의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