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FF PRIDE ③] 아들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에 너무 놀랐던 엄마는 어떻게 '성 소수자 인권 활동가'가 되었나

2016-06-24     곽상아 기자
ⓒHPK

허핑턴포스트코리아는 스톤월 항쟁을 기념하는 6월 'LGBT 프라이드의 달'을 맞아 한 달 동안 한국의 성 소수자 인권 운동과 커뮤니티를 조명하는 HUFF PRIDE 기획을 진행합니다. 세 번째는 성 소수자 부모모임에서 활동하는 지인(활동명)과의 인터뷰입니다.

조사 결과가 발표됐으나, 한국에서는 아직 관련 통계가 나온 적이 없다.

1995년 Tom Sauerman의 관련 연구에 따르면, 성 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는 대략 아래와 같은 6단계 변화 과정을 거친다.

2단계: 부정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4단계: 감정표출 ('네가 어떻게 우리한테 이럴 수 있니?)

6단계: 참된 용인

성 소수자부모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인(활동명) 역시 마찬가지였다. '네가 그럴 리 없다'던 그가 아들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마음이 편해지기까지 1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 과정에서 다른 성 소수자 부모들과의 '소통'은 엄청나게 큰 힘이 되었고, 척박한 환경에 놓인 성 소수자 문제를 그냥 두고만 볼 수 없어 직접 '성 소수자 부모모임' 활동가가 되었다. 심리상담사인 그는 성 소수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벌어지는 폭력적인 상담에도 문제의식을 느껴 최근 뜻 있는 다른 이들과 함께 'LGBT 상담연구회'를 만들었다.

- 아들이 게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됐을 당시의 이야기를 해달라.

그때 딱 들었던 생각은 '얘가 뭘 잘못 알고 있다'는 거였다. 그래서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넌 아직 너무 어려" "네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생각이 변하지 않는다면 인정해 줄게"

부모가 '인정'하고 말고 할 게 아닌데. 자식이 성 소수자임을 알게 됐을 때 부모들이 흔히 하는 말들을 나중에 알게 됐는데, 제가 다 똑같이 했었더라(웃음). '넌 아직 어려' '너 그런거 아니야' '네가 성인이 되면 그때 다시 이야기하자' '네가 친구를 잘못 사귄 것 같다' 등등. 동성애란 '마음'이 그쪽으로 끌리는 것인데, 제가 너무 성적인 문제로만 생각해서 무지한 말을 했던 거다. 나중에야 동성애자가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알아차리는 나이는 평균 13~14세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독교 신자면 동성애가 죄라고 하고, 아니면 정신병이라는 식으로 말이다. 상처 많이 받았다.

- 아들의 커밍아웃 전에는 성 소수자에 대해 전혀 몰랐었나?

- 생각을 바꾸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바비를 위한 기도'를 보라고 권유해서 남편과 함께 보았다. 커밍아웃 후 2달 정도 지났을 때였는데, 정말 너무 놀랐다. 영화에 나오는 엄마는 기독교 신자였는데 아들이 게이라고 하자 계속 '너는 달라질 수 있다'면서 기도하고 기도시키고 그런다. 그리고 결국 아들은 자살한다. 실화다. 아들이 죽은 후 이 엄마가 사람들 앞에서 연설한다. '내 아들을 지옥에 빠뜨린 건 바로 나였다'고. 내가 아들에게 뭔가 잘못된 것처럼 말했던 게 얼마나 큰 상처였을까. 영화를 일찍 본 게 정말 다행이었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편견을 가진 사회 때문에 아들이 불행하면 어떡하나?'하는 고민이 컸다.

- 아들의 커밍아웃 후 1년간은 잠도 잘 자지 못하고 힘들었다고 들었다

마치 내 잘못 같고, 아들이 이 사회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걱정되고.

그 어머니는 아들이 동성애자임을 알게 된 지 한 8년 정도 됐다고 했는데, 파트너와 잘살고 있다고 했다. 서로 이야기를 한참 하면서 부둥켜안고 같이 울고... '아 우리 아들도 잘살 수 있겠구나' 싶어서 (웃음) 그때부터 마음이 놓였다. 죄책감도 사라졌다. 아, 내 잘못이 아니었구나... 성 소수자 단체에 가서 봐도, 의사도 있고 변호사도 있고 다 사회에서 자기 역할 하면서 잘살고 있더라. 단체를 통해 성 소수자 끼리 연대감을 느끼니까 자신감도 있고.

- 아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전후, 개인적인 삶이 많이 달라졌나

'성 소수자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부모가 이해해 주고, 가족끼리 잘 살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청소년 성소수자들 가운데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는 응답이 77.4%이고, 실제로 '자살을 시도해 봤다'는 응답자 비율도 무려 47.4%에 이른다.

'가족에게 강한 거부를 당한' 청소년들이 '거부당하지 않았거나' '약한 수준의 거부만 받은' 청소년과 비교했을 때 8배 이상으로 자살 시도를 했다고 한다. 직장에서의 차별도 심하다. 성 소수자임이 드러나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당한 사례도 보았으니까.

누구라도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저 역시도 성 소수자가 어떤 것인지 잘 몰랐기 때문에 아들의 커밍아웃에 그런 잘못된 반응을 보였던 거니까. 성소수자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리면, 점차 사회 분위기도 바뀌어갈 것이라고 본다.

3.6%다. 30명 중 1명꼴로 성소수자라는 이야기다. 성소수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교육이 필요하다. 2013년 유네스코가 학교 내의 동성애 혐오를 막기 위한 각종 지침을 담은 책 '동성애혐오성 괴롭힘 없는 학교'를 발간했는데, 한국에서도 이런 책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동성애혐오성 괴롭힘 없는 학교' 한국어 번역본을 보고 싶다면 여기를 클릭)

11일 오후 서울광장 인근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에서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한 시민이 관련 차를 막고 서 있다.

- '동성애는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선택할 수 있다면, 왜 성소수자 아이들이 그렇게 괴로워하겠나? 어떤 심리상담가는 성 소수자 부모에게 '어릴 때 부모가 잘못한 게 있는지 떠올려봐라' '아이를 떨어뜨린 적이 있는지 한번 생각해보라' '부모가 화목하지 않아서 그렇다' 고도 했다는데, 정말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성 소수자 부모모임에 나와서 보니 집집마다 사정은 다 다르다. 성 소수자가 태어나는 집안의 '특징'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어느 선상에 오른쪽 끝이 '이성애자', 왼쪽 끝이 '성 소수자'라면, 그사이에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좀더 동성애 성향이 있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고. 그냥 다를 수 있다는 걸 인정해 줬으면 좋겠다.

- 보수 기독교의 동성애 반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예수, 성경, 동성애'인데, '지난 수십 년간 교회가 성 소수자를 혐오하고, 편견을 가중시켰던 것에 대해서 이제는 사과해야 한다'라고 자성하는 내용이다. 최근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미국에서는 과거 성 소수자 혐오 발언했던 교회들이 엄청 욕먹고 있다. 한국 교회도 일찌감치 정신 차렸으면 좋겠다.

- 현장에서 기독교 신자도 많이 마주쳤을 것 같다.

'아들아 너를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는 피켓을 들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기독교 신자 아주머니가 갑자기 낚아채서 부러뜨리려고 하더라. 옆에서 제지하니까 갑자기 바닥에 드러누워 '아아아아아아' 소리 질렀다.

2014년 LGBT 퍼레이드에 참석했을 당시의 모습

2015년 '국제 성소수자 혐오반대의 날' 문화제에서 발언 중인 지인의 모습

'정신병자 정신병자 정신병자' 쉬지 않고 말하더라. 저도 화가 나서 '당신 자식이 성 소수자면 어떡할 거냐?'고 물었는데 제 말은 듣지도 않고 '정신병자' '더러워 더러워' 말만 계속했다.

'저리 가, 더러워~~~~' 라고 소리 지르고 우리를 밀어버렸다. 아, 대화가 되는 사람들이 아니구나 싶었다. 마치 세뇌당해서 '공산당이 싫어요' 만을 반복하는 사람들처럼.

2016년 LGBT 퍼레이드에 참석한 성 소수자 부모 모임

2016년 프리 허그를 진행 중인 성 소수자 부모 모임 회원들

- 성 소수자 부모모임은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아무런 정보도 없이 집에서 '우리 애 어떡하나' 괴로워하는 분들이 많이 계실 테니까, 부모 모임을 열심히 알리고 싶다.

- 성 소수자 부모모임을 하면서 가장 뿌듯했을 때는 언제였나

'몰랐던 것을 알게 됐다. 내가 얼마나 아이 입장을 생각하지 않았는지 알겠다'는 부모의 피드백을 받을 때 나도 위안을 받는다.

우리가 무슨 교육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만나 서로 어떤 마음인지 듣는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거다.

- 커밍아웃을 고민 중인 성 소수자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리고 자녀도 부모가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좀 필요하다는 걸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미국 논문을 보면, 부모가 성 소수자 자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평균 1년 반에서 2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저도 1년 넘게 걸렸다. 기독교 신자인 분은 좀 더 걸리고, 성 소수자 문제에 대해 잘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았던 이들은 더 걸린다. 차라리 서로 좀 떨어져 지낸다든지 시간을 좀 두고, 극단적인 선택은 떠올리지 않아 주었으면 좋겠다.

* 외국의 성 소수자 부모 모임 현황

미국 성 소수자 가족모임(PFLAG): 미국에서는 40년 전부터 성 소수자 부모들이 공적 활동 시작. PFLAG는 미국 내에 350개 지부를 갖고 있으며 중국/베트남/남아공 등 11개 나라에도 지부를 갖고 있음. 장학금 운영, 자료집 발간 등 다양한 활동 전개.

중국(PFLAG): 2008년 시작돼 50개 도시에서 1200명 넘는 자원활동가들이 일하고 있음. 개인과 기업 등의 후원으로 2016년 예산만 3억 넘음. 짧은 시간에 급성장한 중국 부모모임의 운영 원칙은 '한 번 도움을 청한 성 소수자 부모가 남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활동가로 성장하도록 순환구조를 만든다'는 것.

일본(PFLAG): 10년 전 처음으로 생김. 도쿄, 후쿠오카, 고베, 나고야 등 4개 도시에서 2~3개월 마다 주기적으로 모임을 열고 있으며 지역별로 성 소수자/부모 상담은 물론 강연회 등 대중 인식 개선 활동. 후쿠오카에서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트랜스젠더 관련 내용이 실리는 성과를 내기도 함.

경향신문, 성소수자 부모모임 가이드북)

전화: 02-715-9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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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FF PRIDE ①] 성소수자 인권운동가·군인권센터 소장 임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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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FF PRIDE ②] 드랙퀸 쿠시아 디아멍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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