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변심은 무죄 | 헬렌의 경우

두 영화인의 작품들을 좋아했던 영화팬의 한 사람으로서 그들의 작품들을 앞으로도 계속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나름 소박한 이기적인 소망과, 두 사람의 "사랑"에 희생되었을지도 모를 다른 당사자들이 큰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하는 오지랖 넓은 대중으로서의 관심 정도가 있을 뿐이다. 이 스캔들 관련 보도와 이 사건에 대한 반응들을 보다 보니 문득 동서고금의 소위 민폐 캐릭터 중 가히 최고봉이라고 할 만한 고대 그리스의 초(超)미녀 헬렌(헬레나)과 관련한 이야기가 (엉뚱하게도) 떠올라 이 글에서는 그에 관한 썰이나 한 번 풀어볼까 한다. 노파심에서 덧붙이자면 이 글은 앞에 언급한 스캔들의 당사자 중 누구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뜻으로 쓴 글은 아니다.

2016-06-23     바베르크

우리 영화계의 국제적 자랑거리였던 유명 영화 감독과 최근 절찬리에 상영 중인 영화에 주인공으로 출연한 톱스타 여배우 간의 스캔들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시끌벅적하다. 이른바 우매한 대중의 한 사람일 뿐인 필자로서야 그 스캔들의 내막이나 그 중 누가 잘하고 잘못했는지를 판단할 정보나 능력은 없다. 다만, 두 영화인의 작품들을 좋아했던 영화팬의 한 사람으로서 그들의 작품들을 앞으로도 계속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나름 소박한 이기적인 소망과, 두 사람의 "사랑"에 희생되었을지도 모를 다른 당사자들이 큰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하는 오지랖 넓은 대중으로서의 관심 정도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 스캔들 관련 보도와 필자가 주로 활동하는 트윗덤에서의 이 사건에 대한 반응들을 보다 보니 문득 동서고금의 소위 민폐 캐릭터 중 가히 최고봉이라고 할 만한 고대 그리스의 초(超)미녀 헬렌(헬레나)과 관련한 이야기가 (엉뚱하게도) 떠올라 이 글에서는 그에 관한 썰이나 한 번 풀어볼까 한다. 노파심에서 덧붙이자면 이 글은 앞에 언급한 스캔들의 당사자 중 누구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뜻으로 쓴 글은 아니다. 감히 헤밍웨이가 그의 걸작 [노인과 바다]에 대해 한 말을 흉내 내자면, 그저 헬렌은 헬렌이고, 메넬라우스는 메넬라우스이며, 파리스는 파리스일 뿐이니, 독자 제현께서 그저 심심풀이 삼아 재미있게 읽어 주시기만 한다면야 바랄 게 없겠다.

영화 <트로이>에 헬렌역으로 출연한 배우 다이엔 크루거.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등에 나온 캐릭터인 헬렌은 스파르타왕 메넬라우스의 아름다운 부인이지만 메넬라우스왕을 찾아 온 손님인, 소아시아에 있던 트로이 왕국 프리아모스왕의 아들 파리스와 눈이 맞아 트로이로 달아난 여자이다. 물론 이는 출생의 비밀을 안고 양치기로 지내던 시절의 파리스가, 올림푸스의 여신들 중 권력과 지혜를 준다던 헤라와 아테네를 제치고, 예쁜 부인을 얻게 해주겠다던 아프로디테를 골라, 세 여신 중에 제일 예쁜 여신님이라며 아프로디테에게 사과를 준 덕분에,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나중에 파리스를 도와 손을 써 준 덕분이다.

그런데, 10년의 전쟁 끝에 그리스 연합군에게 트로이가 함락되는, 트로이 전쟁의 결말이야 목마 얘기와 함께 다들 아실 터인데 문제는 전쟁 발발 원인이자 이 글의 소재이자 주제인 헬렌이 트로이가 망하고 난 다음에 어찌 되었냐는 것이겠다.

헬렌은 그냥 얌.전.히.(!) 원래 남편인 메넬라우스에게 돌아간다.

헬렌의 변심에 대하여 문학과 역사(?)가 이렇게 무죄 판결을 내린 어처구니없는 결과가 나온 것과 관련하여 (아무도 관심 없겠지만) 전부터 필자가 밀어온 소수설은, 헬렌과 트로이의 목마 작전을 기획해 낸 그리스의 지장(智將) 오디세우스 간의 응응응설(응?)이다.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포위 공성 10년 중 막판의 목마작전 전에도 트로이 성 안에 잠입하여 트로이의 보물을 훔치는 작전을 한 차례 수행한 일이 있는데 그때 그만 당시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의 부인 노릇을 하고 있던 헬렌과 뙇! 마주치고 말았다고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헬렌은 변복한 오디세우스를 알아보고서도 트로이의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그를 숨겨준다.

뇌섹남 오디세우스가 문제의 그날 우연한 조우를 딱 거기(어디?)까지만 하고 멈추었을지는 더 이상의 기록이 호메로스의 [오딧세이아]에도 없으니 미칠듯이 궁금하기는 하지만 안타깝게도 더 이상 상고하기는 불가능하다.

지.중.해.를(네? 어디라구요?) 헤매고 다녔다는 말을 하고 다닌 사내(아시다시피 그걸 기록한 게 호메로스의 [오딧세이아]이다)라는 점만 기록해 두고자 한다. 어쩐지 헬렌의 무사귀환에는 이러한 오디세우스와의 빅딜이 있지 않았을까 싶은 느낌적 느낌이다만 역시 증거는 전혀 없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필생의 역작 [파우스트]에 다시 등장한다. 여기서 주인공 파우스트 박사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의 '계약' 덕분에) 헬렌을 만나서 그녀와 결혼하기에 이른다! 헬렌이 여전히 미모를 잃지 않고 결혼했다니 그것도 경이롭고(헬렌 뱀파이어설^^) 파우스트 박사와 결혼한 헬렌은 무려 임신까지 하여 아이를 낳으니 그 아이는 놀랍게도 바이런이다. 그러나 어이 없게도 파우스트 박사와 헬렌 사이의 자식 바이런은 요절하고 만다.

하여간 헬렌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으뜸으로 꼽힐 만한 희대의 민폐 캐릭터로 숱한 사람들이 무고하게 전장에서 죽어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유유히 "가정으로 다시 돌아가"는가 하면, 뱀파이어처럼 오래오래 살아서 몇 천년 후에는 세계적 대문호의 손에 의하여 그의 최고 걸작의 주인공과 결혼해 "자고 일어나니 유명해 졌다"는 얄미운 말을 내뱉었던 천재 시인의 엄마로까지 그려지다니 역시나 세상은 미녀에게는 한없이 관대하다는 개똥철학은 서양에서도 적용되나 싶은 쓸데없는 잡생각이 들기도 하고, 헬렌 같은 초대형 사고의 원인이 된 캐릭터도 뻔뻔스럽게도 잘만 살아 남아서 대문호의 뮤즈가 되어 대대손손 떠받들려지는데 21세기에 사는 우리의 도덕률은 너무 엄격한가 싶은 엉뚱한 생각도 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