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터넷망, 40억명의 잠을 깨울까

이들은 왜 굳이 세계를 인터넷으로 연결하려 할까? 이들이 공개적으로 밝히듯, 인터넷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들을 돕기 위한 것일까? 기업 활동에는 다양한 목적과 명분이 있는 만큼 분명 그런 목적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수입에서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90% 안팎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이 왜 이렇게 전세계 인터넷망 구축에 열심인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이들이 전 세계 단일 인터넷망을 통해 확보하는 개개인의 라이프 스타일과 행동 특성 등에 대한 정보는 어느 초강대국 정부나 정보기관도 감히 꿈꾸지 못할 가공할 만한 것들이다.

2015-04-20     곽노필

2013년 6월 '프로젝트 룬' 출범식에서 선보인 성층권 비행풍선. Wikimedia Commons(by Flicker User: iLighter)

세계 인구 3명 중 2명은 아직도 인터넷과 담을 쌓고 산다

그런데 이들도 머지않아 인터넷 포위망에 들어올 전망이다. 이들은 인터넷 거대기업들의 투자에 힘입어, 내년 이후부터 새롭게 인터넷 네트워크에 속속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다. 이르면 2020년 이전에 전 세계인 거의 모두가 인터넷을 통해 하나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는 세계 경제에는 거대한 신규 소비자층의 등장을 뜻한다. 이들은 이제껏 인터넷을 통해 어떤 것도 팔거나 사지 않았고, 어떤 것도 다운로드하거나 업로드하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대부분은 아프리카, 중남미, 인도,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가의 서민들이다. 소득 수준이 낮은 이들 개개인의 경제력은 미약하기 그지 없다. 하지만 수십억에 이르는 이들 전체가 발휘할 경제적 영향력은 막대하다. 이들이 인터넷 세상에서 어떤 행동을 보이느냐에 따라 세계 경제는 극적인 변화를 경험할 수도 있다.

세계 인터넷 인구 추이. http://www.internetlivestats.com/internet-users/

이런 전망이 가능한 건 전 세계를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사상 최대의 온라인 네트워크 구축 경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구글과 페이스북, 민간우주선 업체 스페이스엑스, 영국의 항공업체 버진그룹 등이 수백억달러를 쏟아부으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상용 서비스 임박한 구글의 '프로젝트 룬'

는 '2015년 10대 유망 기술' 가운데 하나로 이 '프로젝트 룬'을 꼽고, 1~2년 안에 정식 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터넷 기지국이 없는 브라질의 한 시골 초등학교의 지리수업 시간. 구글의 비행풍선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해 수업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있다. 구글 제공.

이 프로젝트에 쓰이는 비행풍선은 3가지로 구성돼 있다. 첫째는 비행풍선이다. 두께 0.076mm의 폴리에틸렌수지로 만든 이 풍선의 크기는 헬륨 가스를 가득 채울 경우 가로 15미터, 세로 12미터이다. 둘째는 태양광 패널이다. 풍선 양 옆으로 알루미늄 재질의 패널 2개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배치돼 있는데, 햇빛을 최대로 받을 경우 100와트의 전력을 생산한다. 이는 햇빛을 받지 못하는 밤에도 인터넷 장비를 작동시킬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셋째는 태양광 에너지를 동력으로 하는 15㎏짜리 인터넷장비 박스다. 풍선 아래쪽에 매달려 있는 이 박스에는 지상의 지시에 따라 풍선의 고도·방향 등을 조절해주는 컴퓨터 회로기판, 지상의 통신 네트워크 및 다른 풍선과의 연결을 맡는 무선 안테나, 태양광 전기를 저장하는 리튬이온전지 등이 들어 있다.

비행풍선 테스트 장면. 구글 제공

페이스북이 개발중인 드론 '아킬라'. 날개 길이가 보잉737보다 크다. facebook.

2015년 2월 인도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인터넷닷오알지 전용 앱. 30여종의 정보들을 무료로 서비스한다. internet.org.

무인 항공기로 구글에 도전하는 페이스북

   

650여개의 위성으로 세계 인터넷망을 구축한다는 원웹 구상도. BLOOMBERG.COM 웹사이트 화면 캡처.

위성으로 판을 새로 짜려는 후발주자들

기이한 행동으로 유명한 영국 버진그룹 회장 리처드 브랜슨, 미국의 무선통신기업인 퀄컴 회장 폴 제이콥스가 참여하고 있는 '원웹'(OneWeb) 프로젝트도 위성을 잇는 방식이다. 원웹 창업자인 그레그 와일러(Greg Wyler)는 이 네트워크에 650개의 소형 위성을 이용할 계획이다. 이 위성들과 각 지역의 통신 위성을 연결해 세계 인터넷망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위성들이 활동할 공간은 통신위성 궤도 중에서 가장 낮은 1200㎞ 상공이다. 원웹 창업자인 그레그 와일러는 올 봄에 위성제조업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위성 발사는 2017년에 시작할 예정이다.

세계 경제 새로이 편입될 40억 인구는 어떤 미래 지도를 그려갈까? pixabay.com

전 세계 인터넷망의 거대한 기회와 위험

물론 그들에게만 기회인 것은 아니다. 전 세계 인터넷망은 저개발국과 오지의 주민들에게도 가난과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우물 안을 벗어나 우물 밖의 광대하고 다양한 세상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이들은 세계 경제의 새로운 주체가 될 수 있다. 또 온라인을 통해 접하는 새로운 정보와 지식, 새로운 학습·교육의 기회는 이들을 각성시켜 더 나은 미래사회를 만들어가는 주역으로 재탄생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인터넷 은행이나 가상화폐 같은 미래형 금융 및 결제 수단은, 기존 시스템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이들에게서 전지구적 시스템 혁신의 가능성을 찾을 수도 있다. 이런 것들이 현실이 된다면, 이는 세계 경제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킬 것이다. 세계 경제에 새롭게 편입될 40억의 '라이징 빌리언스'는 과연 어떤 미래 지도를 그려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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