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랜도 게이클럽 학살에 대해 이성애자들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

2016-06-17     김도훈
ⓒMike Segar / Reuters

LGBTQ+의 싸움은 위대한 승리였던 동성 결혼의 합법화와 함께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LGBTQ+ 커뮤니티가 '다수의 권리'를 '침해'하며 탐욕을 부리고 도를 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마저도 있을 것이다. LGBTQ+들은 지금도 권리를 부정 당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리고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나는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나라에서 매일 같이 일어나는 잔혹 행위에 대해 손을 씻기 위해 이런 사고를 한다. 이런 끔찍한 총기 난사가 일어났을 때, 우리 중 상당수가 이런 범죄가 일어나기 위해 필요한 문화를 만드는데 역할을 했다는 걸 인지하는 대신 미친 극단주의자의 탓이라고 치부하기 위해서다.

LGBTQ+의 싸움은 끝났다는 말을 할 수는 있지만, 나는 그 말이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하겠다. LGBTQ+ 커뮤니티의 일원인 나는 우리의 커뮤니티에 영향을 준, 그리고 지금도 영향을 주고 있는 악전고투와 부당함을 잊을 수가 없다. 나는 우리의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이 거의 1백만 명이 죽을 때까지 AIDS 위기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걸 잊을 수가 없다. 대학생 매튜 셰퍼드가 성적 지향 때문에 맞고, 고문 당하고, 결국 죽었던 것을 잊을 수가 없다. 브랜든 티나가 트랜스젠더 남성이라는 이유로 강간 당하고 살해 당했던 것도 잊을 수 없다.

현실에서 LGBTQ+는 지금도 매일 같이 차별 당하고 피해자가 되고 있다. 동성 결혼은 그걸 변화시키지 않는다. 그리고 결혼하기 위한 일종의 대가로 우리가 편리하게 과거를 잊을 거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이 총기 난사는 별개의 사건도 낡은 동성애 혐오의 잔재도, 혹은 종교적 극단주의도 아니다. 이것은 미국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동성애 혐오의 문화에서 나왔다.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우리 중 상당수는 이 문화에 기여한다.

'관용'은 실재하는 게 아니다. 받아들이는 것 외의 다른 모든 것은 그저 역겨운 무관심이거나 억누른 증오다. 닐 패트릭 해리스는 좋아하지만 게이 섹스는 '역겹다'고 생각하는 건 받아들이는 게 아니다. 백인 시스젠더 게이 남성은 포용하지만 트랜스젠더는 거부하는 건 받아들이는 게 아니다. 당신이 이런 행동을 할 때마다, 당신은 오마르 마틴 같은 범죄자들에게 너 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또 있다고 말하는 셈이다. 당신은 LGBTQ+는 성가시고 달갑지 않은 존재이며, 남들 시선을 생각해서 관용을 보여야 하는 존재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이런 행동을 할 때 당신은 사람들의 집단 전체를 비인간화할 뿐 아니라, 이런 잔혹 행위를 저지르는데 필요한 사회적 무기를 제공하는 것이다.

LGBTQ+ 커뮤니티는 세상에서 가장 회복력이 강한 집단 중 하나다. 우리의 과거와 미래에는 추한 싸움들이 있지만, 우리에겐 계속해서 기뻐하고 사랑하는 활기 넘치는 생존자들이 잔뜩 있다. 펄스에서의 총격은 LGBTQ+의 사랑에 대한 공격이었고, 우리를 무너뜨리려는 공격이었지만, 우리는 결코 무너질 수 없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들을 겪고 살아남았기 때문에 파괴될 수 없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최악의 사건들도 견딜 수 있다 해서 우리가 시련을 겪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와이오밍 주 라라미에서 살해된 매튜 셰퍼드에 대한 다큐멘터리 연극 '라라미 프로젝트'의 말을 인용하여 이 글을 끝맺고 싶다. 범죄가 일어났을 때 대학생이던 무슬림 여성 주바이다 울라의 말이다. 울라는 범죄가 일어났을 때 우리가 거리를 둘 게 아니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18년이 지난 지금도 이 말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유효하다.

허핑턴포스트US의 An Open Letter To Straight People On The Pulse Massacre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