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사진이여 색이 있으라!

나선형 신경망 기술은 우선 보편적 정보들, 이를테면 사진이 촬영된 곳이 실내인지 야외인지, 촬영 시간이 낮인지 밤인지, 계절은 봄인지 여름인지 등을 사진에서 뽑아낸다. 여기에 사진 속 대상물의 고유 정보를 더하면 촬영 당시 환경에 가장 근접한 색깔이 나온다. 컴퓨터가 흑백사진이 해질녘에 촬영됐다는 정보와 사진을 찍은 곳이 햇살을 받은 해변이라는 정보를 뽑아내면, 이 둘을 결합해 석양이 깔린 해변 색깔을 재현하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구름 낀 하늘색이나 사진 속 인물의 촬영 당시 얼굴색도 알고리즘이 찾아낸다. 사람의 개입은 전혀 없다.

2016-06-13     이희욱

'이세돌 vs 알파고'.

색이 있으라!'(Let there be Color!) 인공지능 기술로 낡은 흑백사진을 컬러사진으로 바꿔주는 기술이다. 일본 와세다대학 연구원인 사토시 이즈카, 에드가 시모 세라, 히로시 이시가와가 공동저자로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런 식으로 변환한 사진을 기존 풍경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해 색 재현도를 평가했다. 그랬더니 변환된 사진의 92.6%가 '자연스런' 색깔로 판별됐다. 또 연구진은 20세기 초 고대 건축물을 촬영한 흑백사진을 컬러로 변환한 다음 실제 건축물과 비교했는데, 이 실험에서도 "신뢰할 만한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소스코드도 공개했다. 이 코드를 활용하면 '흑백사진→컬러사진' 변환 서비스를 직접 구현할 수 있다. 연구진은 초기 구상 단계에서 거칠게 스케치한 밑그림의 윤곽선을 인공지능을 이용해 자동으로 또렷하게 그려주는 '스케치 단순화' 기술도 공개했다.

와이푸2×'는 제 모양을 찾아주는 기술이다. '나가도미'로 알려진 일본인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만들었다. 와이푸2×도 앞선 '색이 있으라!'처럼 나선형신경망 기술을 활용한다. 나선형신경망이 저해상도와 고해상도 이미지 속 요소를 일대일로 비교·분석해 자글자글한 이미지를 부드럽고 선명하게 바꿔준다. 서비스 이름인 '와이푸'는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내 신부'(wife)라고 부르는 데서 따왔다.

불분명한 모습을 마술처럼 확대해 범인을 찾아내는 장면은 영화에선 낯익다. 인공지능은 이 흐릿한 미래를 조금씩 선명하게 바꾸고 있다. '일본형' 인공지능이나 '5개년 계획'이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연구자의 노력과 기술 공유, 공론장에서 이뤄진 개발자 사이의 자유로운 토론이 기술을 싹 틔우고 살찌우지 않았던가.

* 이 글은 <한겨레21>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