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계급사회를 넘어서

"내 아이를 이 지옥 속에 밀어 넣을 자신이 없어요." 출산율 저하를 화제로 다섯 명의 대학원 여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차였다. 모두가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말에 깜짝 놀라 이유를 묻자 한 학생에게서 돌아온 답이었다. 다른 학생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20대 중반의 여성들이 우리 사회와 교육에 대해 이 정도까지 비관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줄은 몰랐다. 어린 시절부터 숨 막히는 경쟁에 내몰리는 교육환경과 아이들이 겪는 고통과 상처, 좌절과 분노로 대화는 끝없이 이어졌다. "이 사회에서 아이가 정상적인 인간으로 자라는 것이 가능할까요?"라는 물음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2016-06-13     김누리
ⓒ연합뉴스

출산율 저하를 화제로 다섯 명의 대학원 여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차였다. 모두가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말에 깜짝 놀라 이유를 묻자 한 학생에게서 돌아온 답이었다. 다른 학생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20대 중반의 여성들이 우리 사회와 교육에 대해 이 정도까지 비관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줄은 몰랐다. 어린 시절부터 숨 막히는 경쟁에 내몰리는 교육환경과 아이들이 겪는 고통과 상처, 좌절과 분노로 대화는 끝없이 이어졌다. "이 사회에서 아이가 정상적인 인간으로 자라는 것이 가능할까요?"라는 물음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학벌이 숙명이 되어버린 사회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한 인간이 이룬 어떠한 성취도, 한 개인이 기울인 어떠한 노력도 학벌의 벽을 넘어서기 어려운 학벌계급사회가 우리네 현실이다.

우리 사회가 대학입시 한번으로 개인의 인생이 결정되는 '원샷 사회'라면, 독일은 개인의 꿈을 실현할 기회가 폭넓게 열려 있는 '텐샷 사회'다.(빈프리트 베버) 개인에게 기회가 널리 열려 있으니, 부르메스터처럼 제2, 제3의 인생에 도전하는 독일인은 적지 않다. 이것은 독일이 경제기적을 이룬 한 요인이기도 하다.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으니, 잘하는 것이다.

누구나 자유로이 자신을 실현할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사회에서는 아이들이 무한경쟁으로 고통받지 않을 것이고, 생명을 잉태하는 자연의 축복이 지옥의 공포로 변하지 않을 것이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