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를 비롯한 진보 개입주의자들의 외교정책이 네오콘을 닮아가고 있다

왜 저명한 미국 외교 정책 관련자들이 역행적 자세를 취하고 있는가 하는 정당한 의문이 생긴다. 사우디 아라비아와 걸프 국가들을 미국의 주요 동맹국으로 삼는 것은 현재의 (그리고 심지어 의회의) 정서에 반하는 것 같다. 미국의 군사력을 발휘하기 위해 전세계의 (돈이 많이 드는) 미군 기지들을 유지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인들은 끝없는 전쟁에 지쳐가고 있지 않은가? 시리아에서 수니파 반군을 무장 및 훈련시키겠다는 건 벌써 여러 번 시도했다가 실패한 일 아닌가? 왜 이 정책이 이번엔 더 성공적일 거라고 생각하는가?

2016-06-10     Alastair Crooke
ⓒMike Blake / Reuters

파이낸셜 타임스에 썼듯이 점차 '대놓고 종파적'인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서구와 페르시아만 연안의 수니파 국가들도 그렇게 말한다. 그는 이렇게 썼다. "팔루자의 전투와 곧 있을 라카에서의 싸움은 IS에게 수니파의 보호자로 자임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시아파가 지배하는 정부를 지원하는 군벌들에게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수니파 무장 집단으로 IS가 자리매김한 이라크에서는 특히 그렇다."

미국 정부가 쿠르드족 단체 YPG가 지배하는 시리아 북부의 연합군이 종파적인 게 아니라 민족적이라고 꾸미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가운데, 워싱턴에서는 이러한 생각이 점점 퍼지고 있다. 미 행정부는 이러한 비난에 아주 민감한 것으로 보인다. IS와 전쟁을 함으로써 반 수니파로 보일 위험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주장은 사실 조지 오웰적인 (오웰의 '1984'에서 볼 수 있는) 프레임 조작이다. 배교자들에 대한 전쟁을 펼치는 IS와 탁피리 지하디스트들은 사우디 아라비아의 건국자 중 하나인 무하마드 이븐 압드 알-와하브의 교리를 따르고 있다.

YPG가 장악하고 있는 시리아민주군 연합의 전투원들

상당수가 수니파 무슬림인데 말이다.

논평에서 그 점을 강조했다.

즉 서방과 걸프 국가들이 주장하는 것보다 현실은 훨씬 덜 종파적이고, IS와의 싸움이 종파적이라는 이야기는 현장의 사실과는 잘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른 곳에서도 들려오는 (IS와의 전쟁이) 종파 싸움이라는 해석은 다른 방식으로도 조지 오웰적이다. 더 깊은 목적이 있는 해석이다. 짐 로브가 지적하듯, 이 해석은 진보적 개입주의와 네오콘 사이의 교차점을 찾고 설명하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 교차점은 신미국안보센터(CNAS)가 5월 16일에 낸 보고서의 주제였는데, 미국 외교 기구의 양당 고위급 10명으로 구성된 팀이 전문가들을 초빙해 6번의 만찬 토론을 걸쳐 만든 보고서였다.

이 보고서는 미국이 자애로운 헤게모니를 유지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혹은 현재의 '규칙 기반 국제 질서'를 유지하고 확장하는 방법이라 볼 수 있는데, 정치적 질서뿐 아니라 지리-금융 질서를 유지하고 확장하는 것을 암시한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의 복스 인터뷰에서 보았듯이, 이는 약간은 완화되었지만 1992년 국방 기획 지침서와 상당히 비슷한 면이 있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

미국의 세기'와 미국 혼자 이끄는 세계 질서라는 개념을 강조하는 여러 생각들을 미묘한 표현으로 늘어놓았을 뿐이다.

미국은 종합적 전략을 도입해야 한다. 군사, 경제, 외교 자원을 적절히 혼합해 넓은 의미의 중동(Greater Middle East)에서의 이란의 헤게모니 야망을 좌절시키고 무찔러야 한다. 레바논, 예멘, 시리아, 바레인 등에서 이란의 진군과 장기적 야망은 반격하고 억제하는 것이 미국에게 도움이 되는 안정 위협으로 보아야 한다.

페르시아만을 미국의 안보에 아주 중요한 지역으로 간주해야 한다. 그러므로 그 지역의 미국 군사력은 걸프 동맹국과 호르무즈 해협에서 혹시 모를 이란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기에 충분해야 한다. 동시에 걸프 동맹국들은 만약 미군이 없거나 즉시 지원을 할 수 없다 해도 이란을 저지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방어력을 가져야 한다.

또한 우리는 이란이 악화시키고 있는 지역의 긴장을 다른 세력의 탓으로 돌리려는 이란의 시도, 사우디 아라비아 정부를 악마로 몰려는 이란의 공공 캠페인을 거부해야 한다.

문화적, 군사적 와하비즘의 확산은 이 지역의 긴장과 아무 관계도 없단 말인가? 여기서 우리는 네오콘과 진보 개입주의자들의 대 중동 외교 정책의 핵심은 이란을 모든 '지역 긴장'의 원인으로 모는 것, 그리고 미국의 걸프 기지들을 지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여러 다른 임무를 동시에 수행하고 승리'하기 위해서다.

이 보고서에서 놀라운 점은 또 있다. IS를 중요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뿌리 뽑아야' 한다고 하는 한편, 시리아에 대해서는 'IS와 [시리아 대통령 바샤르] 아사드 정권의 수니파 대체 세력 형성을 돕는 것'과 '온건한 반군들이 무장, 훈련, 조직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만드는 것 '또한 필수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알 카에다의 시리아 지부인 알 누스라 전선에 대한 언급은 없다. 알 누스라 전선의 역할은 아예 다루지 않았다.

일부러 알 누스라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작성자들이 사우디 아라비아의 광적인 수니파 지하디스트 수단들을 언급해 사우디에게 망신을 주고 싶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심리적으로 격앙된 수니파 급진주의를 적을 약하게 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서방의 옛 방식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모양이다. IS는 마구 비난하는 반면, 알 누스라는 시리아 방정식에 슬쩍 끼워넣어 군사적 균형을 무너뜨리고 아사드에게 권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걸 확인시켜 주는 용도로 사용하려는 속셈이다.

CNAS 보고서의 저자 중 하나인 미셸 플러노이 전 미 국방차관

그러나 왜 저명한 미국 외교 정책 관련자들이 이런 역행적 자세를 취하고 있는가 하는 정당한 의문이 생긴다. 사우디 아라비아와 걸프 국가들을 미국의 주요 동맹국으로 삼는 것은 현재의 (그리고 심지어 의회의) 정서에 반하는 것 같다. 미국의 군사력을 발휘하기 위해 전세계의 (돈이 많이 드는) 미군 기지들을 유지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인들은 끝없는 전쟁에 지쳐가고 있지 않은가? 시리아에서 수니파 반군을 무장 및 훈련시키겠다는 건 벌써 여러 번 시도했다가 실패한 일 아닌가? 왜 이 정책이 이번엔 더 성공적일 거라고 생각하는가?

그러면 결론은 무엇인가? IS는 모두가 함께 공격하기로 합의한 희생양이지만, 그들의 정신인 네오 와하비즘은 뿌리 뽑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네오 와하비즘은 사우디 아라비아와 터키, 서방의 이익에 너무나 유용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아사드를 약화시키고, 이란을 저지하고 헤즈볼라와 싸우는데 써먹을 수 있다.

아라 알 샴 여단의 전투원

지적하듯 "저자들은 사우디 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이 함께 작성한 서류라 해도 좋은 구체적 정책 제안을 곁들여 이란에 대한 적대감을 숨김없이 쏟아냈다."

그러나 이 정책 처방에는 뭐라 말할 수 없는 낡은 느낌이 있다. 예전의 시대의 것이라는 감이 있다. 이번 대선 캠페인에서는 우상 파괴와 현 상태에 대한 광범위한 대중의 분노가 드러났다. 과거의 이러한 답습이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다.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 US에 게재된 글 Neocons and Liberal Interventionists -- Like Hillary -- Are Converging on Foreign Policy을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