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도' 위작논란, 천경자 화백의 딸이 직접 말하다

2016-06-09     박세회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는 1991년부터 위작 논란에 시달려왔다.

당시 한국화랑협회는 ‘진품’이라고 주장했다.

거짓진술을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검찰이 '미인도'가 고(故) 천경자 화백의 작품인지를 놓고 수사 중인 가운데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귀국한 천 화백의 둘째 딸 김정희 미국 몽고메리대 교수는 9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당시 어머니와 가족 모두 크게 고통받았다"고 토로하며 아래와 같이 말했다.

"(위작 논란으로) 어머니가 고통을 당하신 것도 그렇지만 그것을 넘어 어떻게 한 국가기관과 이익집단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한 개인을 그렇게 인격적으로 짓밟을 수 있는가라는 점에서 꼭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어머니가 사건 당시에도 인격적인 모독을 당하셨지만 돌아가시고 나서도 그렇게 음해를 당하셨다. 그 당시 더 강경하게 대응하지 못해 안타깝다. 하지만 그때 사회 분위기상 도저히 안 됐다."

"그 일로 어머니가 굉장히 낙심하셨다. 어머니는 그림을 많이 그리는 분도 아니었다. '미인도' 같은 여인상 그림은 1년에 10점도 안 그리실 만큼 한 점씩 몇 달을 붙잡고 정성을 쏟았다."

"남의 그림 모사하는 것도 옳지는 않지만 더 나쁜 것은 미술관에 그런 작품이 들어왔다는 사실을 덮기 위해 거짓을 동원한 기관과 단체다. 아무리 권위 있는 기관이라도 잘못했다면 정정당당하게 시인해야 한다. 그러면 오히려 더 일반의 존경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처음 한 거짓말을 자꾸 덮으려고 하다 보니 25년이나 사건이 계속됐다고 본다.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과거 거짓과 왜곡된 사실을 유포해 국민을 오도한 점도 짚고 넘어가 국민의 알권리를 찾아 드리는 것도 중요하고 생각한다."

그는 "어제 조사를 받으면서 보니 검찰이 이 문제를 아주 소상히 파악하고 있고 상당히 진지하게 대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검찰 수사를 믿고 최대한 협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