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당신의 글을 삭제한 이유는 당신의 생각과 조금 다를지도 모른다

2016-06-09     김수빈
ⓒSubin Kim

페이스북에서 친구 또는 지인의 근황을 듣고, (별로 알고 싶지 않았던) 생일과 돌잔치 소식을 접한다. 뉴스를 읽고 댓글을 단다. 첨예한 사안의 경우, 싸우기도 한다.

'메갈리아'의 부상과 폐쇄(사용정지 혹은 삭제)와 함께 벌어지고 있는 페이스북 내 여성혐오 관련 논쟁은 강남역 살인사건을 비롯한 여러 촉매들로 인해 여전히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페이스북이 관련 자료를 일절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를 내기는 어렵지만, 제재를 경험한 이들은 공통적으로 페이스북의 제재 조치가 여성/소수자 혐오 콘텐츠에는 미미하다고 지적한다.

이예찬씨의 페이스북 게시글, 5월 20일)

그래서 허핑턴포스트코리아는 페이스북 코리아에 직접 페이스북 콘텐츠 관리 정책에 대해 물어보았다.

페이스북 코리아는 관계없다고요?

전세계를 통틀어 페이스북의 직원은 1만3000명 가량이다. 전세계의 페이스북 사용자수(월간 사용자수)가 16억5000만 명임을 감안할 때 턱없이 적은 숫자다. 페이스북 코리아는 "사람이 적다 보니 (관련 업무) 처리 속도도 더디고, 오해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일이 (이에 대해) 소명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신고의 경우도 처리하는 방식이 각기 다르다. 페이스북 측은 절차의 세부사항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과거의 보도를 살펴보면 개략적으로나마 이에 대해 알 수 있다.

다른 모든 신고는 '제3자의 신고'로 분류되는데 이는 팀에서 이를 중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함을 뜻한다. (중략) 설리번(담당자)은 접수된 신고 사항들을 분류하고 처리하는 프로그램을 열었다. (중략)

우리는 0.5초 정도를 목표로 최적화합니다. 결정을 내리는 데 평균적으로 1~2초 정도 걸리니까 30초는 정말 긴 시간이 되겠죠." (애틀랜틱 2013년 3월)

우리 팀은 질보다는 양을 우선시했고... 한 큐레이터의 실적이 다른 큐레이터보다 낮을 경우 관리자로부터 그의 숫자를 다른 큐레이터의 숫자와 비교하는 이메일을 받았다. (중략) 끊임없이 이런 저런 숫자들을 우리 목구멍에 밀어넣었고 우리는 점심에 휴식도 취할 수 없었다. 큐레이터가 언제 그리고 얼마나 늦었는지를 체크하고 기록하는 추적기(tracker)가 있었다. (가디언 5월 17일)

그럼 과연 한국어 리뷰어는 몇 명이나 있을까? "콘텐츠 정책에 관련된 수치는 아무것도 공개하고 있지 않다"는 게 페이스북 코리아의 답변이었다.

실제로 삭제된 이유는 내가 생각하는 이유와 다를 수 있다

페이스북 코리아는 사용자들이 생각하는 삭제 이유와 실제 삭제 이유가 다른 경우가 많다고 반박한다. "작년부터 메갈리아 등등으로 이슈가 많았다. (불만 제기 사항들을) 지켜본 결과 사용자들이 주장하는 것(삭제 이유)와 실제 삭제 이유가 다른 것이 많았다. 그게 절반 정도 된다."

"의외로 비속어의 사용으로 삭제되는 경우도 많다. 내용이 괜찮으니 비속어가 들어가도 문제 없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성기를 지칭하는 표현 같은 것은 단 한 글자만 들어있어도 100% 내려간다."

페이스북 알고리즘의 실수도 있었다. "세월호 사진 릴레이가 있었는데 수백 개의 관련 게시물이 한꺼번에 내려간 일이 있었다. 어떤 일인지 알아보니까 사진 릴레이를 하면서 서명을 받았는데 해당 문서의 URL의 축약형(http://goo.gl/aAaa1234와 같은)이 다른 스팸 URL과 두어 글자만 차이나는 것이었다. 시스템이 이걸 스팸으로 판단했던 것이다. 하루 이틀 정도 지나고서 겨우 복구시켰다."

페이스북이 문제 콘텐츠를 '간접적'으로 제재하는 방법

'자유발언대' 페이지 관리자에게 페이스북 코리아의 답변을 전했다. 관리자 또한 그게 사실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사실상 자신의 비공개 조치는 페이스북에게 강요받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페이스북은 정확히 페이지 콘텐츠의 어떤 부분이 정책에 어긋나는지 알려주는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단지 "Facebook 커뮤니티 표준을 읽고 정책에 어긋나는 부분은 (해당 페이지)에서 삭제하세요"라는 매우 모호한 공지만 온다. 무엇이 문제인지는 관리자가 스스로 '자기 검열'을 통해 파악해야 한다. 페이지가 아예 삭제돼 버리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관리자는 열에 아홉 페이지를 비공개로 전환하게 된다.

페이스북 코리아는 비록 콘텐츠 관리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한국어 콘텐츠에 대한 본사의 제재 조치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본사가) 글로벌로 하나의 콘텐츠 정책을 갖고 있다. 국가별이나 언어별이 아닌... 그래서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로컬라이징이 안 되기 때문에... 페이스북 코리아에서도 계속 (본사에) 얘기를 한다. 커뮤니티에서도 반응이 좋지 않고 관련 기사도 나오고 있다, 사람들이 속상하게 생각하고 있다 등등... 이런 부분들을 계속 어필을 하고 있고 실제로도 개선이 많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개선 속도가) 더뎌서 죄송할 따름이다."

공론장에는 그에 걸맞는 질서가 필요하다

게다가 '강남역 10번 출구 자유발언대'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페이스북은 신고 사항에 대해 직접 판단하는 대신 '음... 당신 페이지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 페이지를 (삭제당하지 않고) 유지하고 싶으면 검토를 해봐. 뭐가 문제인지는 안알랴줌. 근데 그동안 비공개로 전환할 수 있어. 어떻게 할래?' 라는 식으로 페이지 관리자에게 판단을 떠넘기기도 한다. 관리자는 자연스레 '자기 검열'에 빠지게 된다.

페이스북은 이미 하나의 '공론장'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규모와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페이스북의 콘텐츠 관리가 아직까지 그 규모와 영향력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페이스북 코리아도 나름 노력하고 있지만 본사 차원에서 좀 더 분발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