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 그리고 세월호까지 | 한국사회 망각의 기록

서해훼리호 침몰(1993), 성수대교 붕괴(1994), 삼풍백화점 붕괴(1995), 씨랜드 청소년수련의 집 화재(1999), 대구지하철 화재(2003) 등 대형 참사 5건의 백서가 짚은 사고 원인을 살펴보자. 안전진단 미비, 무리한 허가, 엉성한 준공검사, 부실 관리, 위기대처능력 부족, 안전시설 미비 등 원인이 판박이다. 과거 재난 중 단 한가지 교훈만 얻었더라도 참사를 막았거나 희생자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공식적인 백서에 적힌 사고 원인조차 제대로 해결책을 만들지 않아 1회용이 되어버리는 나라에서 언제 또 아무도 읽지 않을 백서를 '만들어야' 하는 사고가 터질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2016-06-10     정지은

-정이현 「삼풍백화점」(2006)

20년 만에야 제대로 기록된 사고

서해훼리호 침몰(1993), 성수대교 붕괴(1994), 삼풍백화점 붕괴(1995), 씨랜드 청소년수련의 집 화재(1999), 대구지하철 화재(2003) 등 대형 참사 5건의 백서가 짚은 사고 원인을 살펴보자. 안전진단 미비, 무리한 허가, 엉성한 준공검사, 부실 관리, 위기대처능력 부족, 안전시설 미비 등 원인이 판박이다. 과거 재난 중 단 한가지 교훈만 얻었더라도 참사를 막았거나 희생자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공식적인 백서에 적힌 사고 원인조차 제대로 해결책을 만들지 않아 1회용이 되어버리는 나라에서 언제 또 아무도 읽지 않을 백서를 '만들어야' 하는 사고가 터질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되풀이되는 재난에서 배우지 못한다면

이 책은 나처럼 우연히 역사의 현장에 함께 있지 못했던 대다수를 위한 책이기도 하다. 잊혀졌던 생존자와 유가족의 육성을 듣는 것만으로도 독자들을 그날의 현장으로 데려가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정이현의 단편소설 「삼풍백화점」, 웹툰 「삼풍」(글 손영수, 그림 한상훈)을 함께 본다면 더할 나위 없는 조합이다. 읽는 것에서 끝나서는 안된다. '유족은, 희생자는, 생존자는 어떠해야 한다'는 식의 프레임과 '저 사람들 ○○○ 유가족이야'라는 사회적 시선에 이들을 가두는 대신, "고인들 저마다의 삶의 기억들이 개별적 존재로서 다시 기억"(정윤수 「망각의 골짜기에서 기억을 말하라!」, 이 책 4장)될 수 있는 작업을 시작하는 것이 남은 사람들의 할 일이다. 이 책이 그 기억의 마지막이 아니라, 시작이 될 수 있어야 할 테다.

* 이 글은 창비주간논평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