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사건과 만악의 근원

쉽게 말해 메트로 소속 정규직 근로자들이 퇴사를 한 후 메트로 관련 용역제공으로 매출을 올리는 업체에 이직해 생명연장(?)의 꿈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이들이 누리는 상대적 고임금과 복지는 반대편에 있는 비(非)메트로 출신 정규직 및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희생으로 가능했다. 나는 구의역 사망사건에서 이 대목을 간과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에서 발생하는 모든 악을 박근혜와 새누리와 재벌과 비대언론과 검찰과 고위관료와 종교권력자와 어용학자 때문이라고 간주하면 마음은 편하다. 그런데 정말 그러한가?

2016-06-02     이태경
ⓒ연합뉴스

서울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안전문)를 수리하던 정비공 19살 김모 군이 숨진 사고의 배경에는 사실상 용역업체를 장악한 서울메트로 출신 '메피아(메트로+마피아)'가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정비에 나설 수 있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김 군은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홀로 선로에 뛰어들 수밖에 없던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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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군 월급 144만원...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누가?

용역업체 장악한 '메피아'와 10대 정비공의 죽음

대한민국에서 발생하는 모든 악을 박근혜와 새누리와 재벌과 비대언론과 검찰과 고위관료와 종교권력자와 어용학자 때문이라고 간주하면 마음은 편하다. 그런데 정말 그러한가? 그들이 거악임에는 분명하고 책임의 가장 큰 부분이 있는 것도 자명하지만, 우리가 접하는 일상의 악덕들은 또 얼마나 다양한가? 구의역에서 비명횡사한 청년의 죽음에 메트로 퇴직자들의 책임은 없을까? 중산층의 안온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비메트로 출신 정규직 및 비정규직들의 희생을 강요하며 지대를 수취하는 행위는 악덕이 아닌가?

내가 말하려는 것은 단순하다. 그것이 아주 작은 것이라 할지라도 기득권을 가진 사람이 그것의 일정부분을 공익을 위해 사용하지 않는 한 ​세상은 절대로 좋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 공기업 근로자, 공무원 등 이른바 성(城)안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성 밖에서 죽지 못해 사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이 가진 것 중 일부를 기꺼이 내어놓을 때 성 밖 사람들이 비로소 성 안 사람들을 '우리'로 여기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때 재벌과 자산계급, 불로소득에 기생하는 계급에 대한 대규모 증세 압박이 가능할 것이다.

구의역 사망사고는 한국사회의 최강자들에게 돌을 던지면서 모든 책임이 그들에게 있는 것인 양 자기기만을 하는 우리들에게 스스로를 돌아볼 것을 권고한다. 우리는 누구에겐 약자이고 피해자이겠지만, 다른 누구에겐 강자고 가해자일 수 있다. 이게 생의 서늘한 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