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도어 고치다 사망한 정비 직원의 가방에 담겨있었던 것(사진)

2016-05-30     곽상아 기자

“오늘이 아들 생일이에요. 어제 가족들이 같이 축하해주기로 했는데….”

그의 아들(19)은 전날 28일 오후 지하철 2호선 구의역의 고장난 안전문(스크린도어)을 고치다 승강장에 들어오는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여 숨졌다. 오후 5시55분 안전문을 열고 승강장에 진입하고 2분 뒤인 57분 사고를 당했다.

28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안전문(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업체 직원 김아무개군의 가방에 있던 스패너 등의 작업공구와 컵라면, 스테인리스 숟가락, 일회용 나무젓가락.

그러나 김군은 퇴근 뒤 매일 ‘파김치’가 됐다. 은성피에스디는 서울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의 협력업체로, 서울메트로 관할 121개 스크린도어 설치역 가운데 97개역 안전문 유지보수를 맡아왔다. 업무시간(오후 1시~밤 10시)에는 10명이 안 되는 인원으로 50개 가까운 역을 맡은 적이 허다했다. 김군의 어머니는 “인원이 적은데 수리 갈 곳은 계속 나오니까 아들이 밥도 잘 못 먹는다고 얘기했다. 근무시간이 넘게 근무한 적도 많았다”고 가슴을 쳤다.

업체와 노조 쪽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고 발생 당시 김군이 포함된 근무조 6명의 노동자는 49개 역의 안전문 장애 처리를 맡고 있었다. 직원 2명이 사무실에서 대기하고, 나머지 직원 4명이 지하철역 현장으로 지령을 받고 출동하는 식이다. 서울메트로 쪽은 하루 평균 30건, 많으면 40~50건의 장애가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업체 관계자는 “이용객들이 많은 시간 주로 장애가 발생하다 보니 인력이 부족할 때가 종종 생긴다. 사고가 났을 때도 그랬다”고 말했다.

28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안전문(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업체 직원 김아무개(19)군이 승강장으로 진입하던 열차와 안전문 사이에 끼여 숨졌다. 소방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사고 당시 구의역에는 3명의 역무원이 있었다. 안전문 이상을 발견한 기관사가 신고했지만 역무원들은 1시간여 동안 안전문 고장 상황과 사고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기관사의 신고는 관제실에만 통보되고 역무원들에게 전달되지 않는 체계다. 당연히 역무원 쪽의 안전확인 조처는 없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 서울동부지청,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사고를 합동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김군은 안전문 유지보수 업무가 서울메트로 자회사로 이관된다는 소식에 공기업 직원이 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품어왔다고 한다. 지난 23일에는 비번임에도 서울메트로 본사 앞에서 협력업체 직원 전원을 자회사에 고용승계할 것을 요구하는 집회에 참석했다. “공기업 직원 된다는 희망 하나로 참아가며 출근했던 아들이에요. 월급 받았다고 동생에게 용돈을 주고 출근하던 아들 모습이 마지막이 될 줄 몰랐어요.” 김군의 어머니는 눈시울을 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