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히로시마' 한국인 원폭 희생자를 최초로 언급하다

2016-05-28     곽상아 기자
U.S. President Barack Obama attends the White House Correspondents Association's annual dinner in Washington, U.S., April 30, 2016. REUTERS/Yuri Gripas ⓒYuri Gripas / Reuters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시간으로 27일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원폭 피폭지 히로시마(廣島)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국인 희생자'를 직접 언급한 것은 외교적 측면에서 나름대로 의미 있게 들여다볼 대목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히로시마 평화공원에서 헌화한 뒤 행한 약 17분간의 연설에서 "우리는 10만 명 이상의 일본인 남성과 여성, 아이들, 수천 명의 한국인, 십여 명의 미국인 포로들을 애도한다"고 밝혔다.

사실 백악관 측이 당초 연설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모든 무고한 희생자들'(all innocent)이라는 표현이 검토됐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 내에 있는 희생자 유족과 시민단체, 언론에서 한국인 희생자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이어 정부도 대미 외교채널을 통해 나름 역할을 하면서 분위기는 바뀌었다.

특히 이번 사안을 자칫 소홀히 다룰 경우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한국인들의 정서를 또다시 자극할 가능성을 우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과거사에 대한 아베 신조 정권의 태도에 강하게 비판해온 한국인들이 이번에는 미국이 과거사를 다루는 방식에 대한 불만을 공개 표출할 가능성이 있고 그 경우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최종 결정권을 쥔 오바마 대통령은 나름대로 고민을 거친 이후에 한국인 희생자를 언급하는 선에서 성의를 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애초부터 연설 이후 '짧은 투어'가 예고돼 있던 데다가 동선이 복잡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는 설명이지만,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시각과 위령비가 갖는 상징성 등을 감안해볼 때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