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초미세먼지'는 초미세먼지가 아니다

환경부가 새삼스럽게 왜 초미세먼지, 중국발 미세먼지 등 새로운 용어와 인식을 도입해서 국민을 혼란에 빠뜨렸을까? 대기오염관리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는 것 이외에는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어디로 책임을 넘겼을까? 짐작하는 분도 있겠지만 중국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중국 타령을 하면서 대기오염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중단하다 보니, 수십 년 동안 지속적으로 개선되던 대기오염이 다시 악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초미세먼지라는 용어를 쓰는 나라가 우리나라밖에 없듯이, 자국의 대기오염 악화의 원인을 이웃나라한테 전가하고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피해를 줄이는 대책으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다.

2016-05-26     장재연

한국적 민주주의

한국적 민주주의라던 유신헌법에 의한 대통령선거 ©아이엠피터

초미세먼지?

입경이 2.5μm(마이크로미터)보다 작은 먼지를 초미세먼지라고 한다는 것인데,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그렇게 부르고 있을 것이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fine particles, 일본에서는 미소입자상물질(微小粒子狀物質), 중국에서는 세과립물(細顆粒物)로 부르고 있다. 전부 미세한 입자라는 뜻으로 우리말의 미세먼지에 해당한다. 우리 말 '초미세먼지'를 영어로 번역하면 무엇이 될까? ultrafine particles, extra fine particles, 또는 hyperfine particles 등이 될 것이다. 실제로 ultrafine particle이란 용어가 국제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 0.1μm 이하의 크기를 갖는 먼지를 지칭한다. 일본과 중국도 미세먼지를 뜻하는 단어 앞에 超(초)를 덧붙인 초미소입자, 초세과립물 등의 용어는 ultrafine particle을 의미한다.

초미세먼지라는 용어가 만든 허위

초미세먼지라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하면서 미세먼지와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주장이 일반화되었다. 즉 "초미세먼지는 1급 발암물질로 매우 독성이 강한 물질로 조금이라도 노출되면 피해를 입는다. 초미세먼지의 주원인은 중국발 미세먼지다. 따라서 중국이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정부도 어쩔 수가 없다. 건강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외출을 삼가거나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매일매일 방송되는 기상예보 시간을 통해 모든 국민에게 각인되었다.

​미세먼지(PM2.5)는 새로 등장한 대기오염물질?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만이 아니라 나무나 고기, 생선 무엇을 태우나 미세먼지는 발생하기 마련이어서 인류가 원시시대부터 매일매일 노출되어 온 매우 익숙한 오염물질이다. 자연 중에서 바닷물이 증발해서 생기기도 하고, 미생물 활동에 의해 배출되는 가스가 대기 중 화학반응을 일으켜서도 생기는 등 자연 중에서도 만들어진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노력 역시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다. 과거에 미세먼지는 물론 아황산가스의 주요 배출원이었던 가정의 연탄, 산업체의 고유황유, 저감장치를 전혀 부착하지 않은 자동차 등의 문제가 88올림픽을 전후로 많이 개선되었다. 그 후 자동차 소유 확대와 상대적으로 너무 저렴한 경유가격으로 인해 급증하던 SUV자동차, 엄청난 매연을 뿜고 다녔던 버스, 트럭 등 대형경유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경유차 대책이 집중적으로 실행되면서 푸른 하늘을 일 년 내내 볼 수 없었던 서울 등 수도권의 대기오염이 다소 개선되었다.

​환경부가 초미세먼지, 중국발미세먼지를 좋아하는 이유?

초강대국인 중국과 초미세먼지, 왠지 잘 어울리지 않는가? 더구나 민족감정을 악용해서 중국이 우리나라에게 미세먼지를 날려 보내는 존재로 만들면서 비난의 화살을 중국에 넘길 수 있으니, 환경부로서는 최고의 시나리오다. 이웃 나라 간의 대기오염물질 기여도를 산출하거나 모델링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황당한 일인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목청 높여 환경부의 논리를 퍼뜨려 왔다.

미세먼지가 대부분 중국에서 온다고 보도하는 방송 뉴스 © JTBC캡쳐>

가장 심각한 문제는 중국 타령을 하면서 대기오염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중단하다 보니, 수십 년 동안 지속적으로 개선되던 대기오염이 다시 악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초미세먼지라는 용어를 쓰는 나라가 우리나라밖에 없듯이, 자국의 대기오염 악화의 원인을 이웃나라한테 전가하고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피해를 줄이는 대책으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다.

서울특별시의 초미세먼지 주의보 ©연합뉴스

'초미세먼지' 용어 어떻게 사용해야 하나?

그러나 너무 오래 사용한 용어이고, 실제로 황사 때와 같은 특수상황을 제외하고는 PM10의 60% 이상이 PM2.5이다. 미세먼지 관리대책이란 것도 도로 물청소 등 일부 대책 이외에는 사실상 PM10, PM2.5가 크게 다른 것도 아니다. 미국 이외에 전 세계의 대부분의 국가가 PM10을 관리기준으로 하고 있어도 별 문제가 없는 이유다. 따라서 앞으로도 미세먼지라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되 굳이 구분해서 표시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국제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방법대로 PM10, PM2.5이란 약칭, 또는 미세먼지(PM10)나 미세먼지(PM2.5) 등의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나라도 사용하지 않은 가습기 살균제 개발로 엄청난 참사가 일어났다. 모든 나라가 미세먼지라는데 홀로 초미세먼지라고 부르는 촌스러움. 미세먼지 대책이랍시고 이웃나라 방문하는 무식한 작태는 그만둘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잘 모르겠으면 나서지 말든지, 제발 기초적인 자료라도 읽고 공부하면서 국제사회가 하는 것을 비슷하게라도 쫒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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