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문에 바란다 | '정체성의 표지'의 양가적 기능

'여기자' '여선생' '여목사' '여류작가' '여성학자' 등의 표지를 신문 등 다양한 매체에서도 버젓이 쓰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다. 또 다른 한국 특유의 것이 있다. 그것은 신문기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 옆 괄호에 '나이'를 넣는 것이다. 그런데 여성들은 '나이'만이 아니라 '여'라는 표지가 덧붙여진다. 앞에 '여자'라는 표지를 붙임으로써 아무런 표지가 없는 이들, 즉 남성은 그 사회적 중심성을 드러낸다.

2016-05-23     강남순
ⓒGettyimage/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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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기자-여기자, 작가-여류작가, 교수-여성교수 등의 분리된 표지는 어떠한 기능을 하는가. 그 기능을 느끼기 위하여 '상상 속의 실험'을 하면 된다. 예를 들어서 기자-남기자, 작가-남류 작가, 목사-남목사, 교수-남성교수 등으로 여성이 아닌 남성들에게 특별한 표지가 붙여지는 '상상 속의 실험'을 하면, 얼마나 이러한 표지가 중심과 주변부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만드는 가치구조를 지속시키고 있는지, 동시에 표지가 없는 이들이 이 사회의 중심부에 속한 이들이라는 가치를 암묵적으로 강화하고 있는지를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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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페북 포스팅이 여러 곳에서 인용되기도 하고 그대로 실리기도 하면서, 나는 학자가 아닌 '여성학자,' 교수가 아닌 '여성교수,' 또는 신학자가 아닌 '여성신학자' 등으로 불려지면서 생물학적 여성이라는 그 표지가 '자연스럽게' 붙여져 있었다.) 이러한 현상을 보면서, 한국사회는 여전히 여성에게 특별한 표지를, 남성에게는 그 '표지의 부재'를 통해서 그 남성중심성을 여전히 강하게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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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