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균제가 殺하는 것은 '균'만이 아니다

20세기가 되면서 인간들이 실험실에서 합성한 수많은 화학물질들 중에서 특히 다른 생명체를 죽이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종류들은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식물이든, 곤충이든, 박테리아든 관계없습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많은 생명체들의 작동기전들은 유사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다른 생명체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은 시간이 걸릴 뿐 궁극적으로 인간에게도 어떠한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특히, 인체에서 배출이 잘 되지 않는 속성을 가지고 있거나 배출이 잘 된다 하더라도 장기간 지속된다거나 하면 문제가 더 심각해지죠.

2016-05-23     이덕희
ⓒ연합뉴스

가습기 살균제, 살균제를 殺하라 !

요즘 손 소독제라는 것이 유행이죠. 몇 초안에 미생물의 99.99%를 없앨 수 있다는 손소독제. 수만 마리의 세균이 살고 있는 우리 손이 너무 위험하니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바르기만 하면 되고 다시 씻을 필요도 없으니 너무 편리하다고 그럽니다. 하지만 태생적으로 위생관념이 희박한 저는 자의로는 한 번도 그 손소독제를 사용해본 적이 없는데요, 일단 저는 제 손에 살고 있다는 그 수만 마리의 미생물들을 죽여버리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거든요. 여기에 더하여 최소한 제 눈에는 손소독제의 성분표시에 나와 있는 각종 화학물질들이 아무것도 모른 채 제 손을 우주로 믿고 살아 가고 있는 미생물들보다 더 해로워 보였어요. 물론 무독성 살균제라고 선전문구는 붙어 있지만요.

20세기가 되면서 인간들이 실험실에서 합성한 수많은 화학물질들 중에서 특히 다른 생명체를 죽이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종류들은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식물이든, 곤충이든, 박테리아든 관계없습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많은 생명체들의 작동기전들은 유사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다른 생명체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은 시간이 걸릴 뿐 궁극적으로 인간에게도 어떠한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특히, 인체에서 배출이 잘 되지 않는 속성을 가지고 있거나 배출이 잘 된다 하더라도 장기간 지속된다거나 하면 문제가 더 심각해지죠.

특히 미생물과 같은 경우는 보다 거시적인 측면에서 이 놈들의 존재와 역할에 대하여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들은 미생물들 중에서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종류들을 병원균이라고 이름 붙이고 항상 전투 모드로 살고 있습니다만 이런 미생물들의 존재 목적은 단 하나밖에 없습니다. 자신들의 종을 번식시키는 거죠. 지구환경 파괴의 공적인 이 사악한 인간들을 의도적으로 괴롭혀야 하겠다는 불순한 의도는 단 한 순간도 없었을 겁니다. 자신들의 종을 번식시키는 와중에 우연히 인간이 걸려드는 것일 뿐이죠. 인간이 죽어버리면 이 미생물한테는 좋을 것이 하나도 없어요. 인간들이 멀쩡하게 돌아다니면서 자기를 여기 저기 퍼트려 줘야 종을 번식시키죠. 죽어버리고 아파서 운신도 못하고 하면 결국 이 미생물도 그 안에서 같이 죽어 가는 거죠. 미생물이 이러한 상황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 서서히 상황인식이 되기 시작합니다. 찍어 먹어봐야 똥인 줄 된장인 줄 구분이 가는 애들이거던요. 야~ 인간들을 죽여 버리면 안 되는구나. 최소한 겉으로 보기에는 큰 문제가 없도록 살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 종의 번식에 절대적으로 도움이 되는 거구나. 그러면서 독성을 서서히 낮추면서 미생물 스스로도 공존의 방법을 찾아가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진화의 법칙이죠.

https://www.youtube.com/watch?v=ET0cgvo7UnM). 항생제와 백신의 개발만이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로 인한 문제 해결의 모든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 이 현실에서 HIV 발견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연구자가 한 발언치고는 놀랍지 않나요?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구호가 여기 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습기 살균제와 같이 독성수준에서 발생하는 개별 화학물질의 문제는 제도와 법률 개선 등을 통하여 해결 가능합니다만 제가 앞서 글에서도 누차 말씀 드렸듯이 근본적으로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란 것은 구호로만 존재할 수 있을 뿐 더 이상 불가능한 21세기입니다. 화학물질의 혼합체와 비선형적인 용량-반응관계 때문이죠. 미생물과의 공존을 모색하듯 피할 수 없는 화학물질들과도 공존하면서 살 수 있는 법을 배워야 할 시점이 온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