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자기주도학습전형을 우려한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성적 중심에서 "소질‧적성 중심으로 고교 학생 선발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고입선발시험 폐지 유도, 자기주도학습전형 및 특성화고 취업희망자 특별전형 확대가 주된 내용이다. 결국 고입체제를 전면적으로 중학생 학생부 중심으로 변화시킨다는 방침이다. 고교의 자기주도학습전형은 사실상 대입 학생부종합전형의 고교판이다. 이러한 정책은 매우 크고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우려된다. 우선, 중학생의 내신 사교육, 컨설팅사교육을 더욱 팽창시킬 것이다. 중학교 재학 기간 3년 동안을 전면적인 경쟁체제로 몰아넣을 것이다.

2016-05-09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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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맞춤형 교육? 통합형교육과정과 대입제도로 다시 획일화 된다

지난 4월 25일 교육부는 "학생의 꿈과 끼를 키우는" "고교 맞춤형교육 활성화계획"을 발표하였다. 그 주요 내용은 고교 교육여건 개선, 고교 직업교육 학생 비중 확대 및 내실화 추진, 학생 진로에 맞는 고교 선택 지원, 일반고 맞춤형 교육 및 수업 질 제고, 농산어촌 고교 육성을 통한 교육격차 해소 방안이다. 거의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참 오래간만에 학생, 학부모를 위한 좋은 정책이 나왔다.

가장 환영할 만한 조치는 "2022년까지 직업계고 학생 비중 30% 수준, 고졸 취업률 65% 달성"을 추진하겠다는 정책이다. 교육정책, 진로진학정책을 전공하는 필자 역시 이 조치를 적극 환영한다. 직업교육 기회 확대, 기숙형 특성화고, 교원 역량 강화, 직업계열 고교 취업률 제고도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다. 지금도 특성화고 진학희망자 중 1만5천여 명 정도가 탈락하고 있는 실정이기에 특성화고 진학 기회는 확대되어야 하고, 일반고에서의 직업교육도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 다만, 취업률 제고 정책으로 인해 직업계열 학생의 자주적인 대학 진학 희망과 기회를 제약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취업률 제고 정책이 강압적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직업계열 고교의 직업기초능력과 직무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내실화와 재정지원 확대가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교육부는 "농산어촌 거점 우수고 육성 등을 통한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학생 모집의 자율성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교육인프라 지원과 자공고 내실화 등은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되지만, 학생 모집의 자율성 확대 방식으로 제시된, "전국단위 20% + 광역단위 30% + 지역단위 50% 이상" 방식은 전국적 차원에서의 고교 서열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 교육부는 자기주도학습을 전가의 보도처럼 적용하고 있지만, 이는 중학생의 고교입시경쟁을 심화시킬 위험이 매우 큰 정책이다. 농산어촌 학교의 전국과 광역 단위 학생모집을 허용한다면, 선지원 후추첨 방식이 되어야 부작용이 없을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매우 크고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우려된다. 우선, 중학생의 내신 사교육, 컨설팅사교육을 더욱 팽창시킬 것이다. 중학교 재학 기간 3년 동안을 전면적인 경쟁체제로 몰아넣을 것이다. 중학교에서의 내신성적과 고교입학전형에까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의 영향을 받게 할 것이다. 결국 불평등의 심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대입과 마찬가지로 고입에서도 공정성‧신뢰성은 약화될 것이다. 특성화고 취업희망자특별전형에서도 일종의 대입특기자전형이 가져오는 역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 이제 대입과 고입 전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입학 부정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모두 사라지게 되었다. 고입, 대입에서도 로스쿨 부정 입학과 같은 블랙박스전형의 위험이 있다. 학생들은 학생부 기록 권한을 가진 교사에게 순응하는 순한 양이 되어 갈 것이다.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교육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그 결과 고입과 대입 모두 '깜깜이전형', '블랙박스전형' 신세를 면하지 못할 것이다. 노컷뉴스는 학생부종합전형을 일러 '합법적인 부정입학제도'라고 지적하고 있다. 고입과 함께 대입전형은 합법적인 부정입학가능 시스템을 완비하게 될 것이다. 필자는 고입과 대입으로 이어지는 교육선발을 통한 불평등 재생산 체제가 구축되는 것을 크게 우려한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