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불씨가 되기를

세월호 유가족의 육성기록인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눈물이 앞을 가려 끝까지 보기가 참 힘들었다. "부조리하고 내 이익만 챙기는 세상인데 이런 세상에서 아이들을 내 이익만 챙기지 않는 아이로 키웠으면 좋겠어요." "저는 앞으로도 오래 살려구요. 오래오래 살아서 우리 아들 기억해줘야죠. 시간이 지나면 우리 아들 잊는 사람들도 많아질 거고 벌써 잊은 사람도 있을 텐데...."

2015-04-16     정광필
ⓒ한겨레

안개가 자욱하던 그날, 300여명의 청춘들이 차가운 바닷속에 갇혔다는 소식이 날아왔다. 배는 기울어지긴 했지만 한참을 바다에 떠 있었고, 한 명도 구조되지 못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해할 수 없는 온갖 이유로 구조가 늦어지고 생존에 대한 희망이 점점 옅어져 갈 때도 모두들 아이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염원하며 가슴에, 나무에 노란 리본을 달았다. 팽목항에는 전국에서 달려온 6만여명의 자원봉사자가 함께했다. 자식을 둔 부모들은 새삼스럽게 아이를 안으며 '네가 있어 고맙다'는 고백을 했다. 그사이 아이들은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왔고 몇몇 아이들은 여전히 찬 바닷속에 갇혀 있다.

이제 정부의 속내가 무엇인지는 분명해졌다. 사건의 진상이 낱낱이 밝혀지는 것이 두려워 온갖 방해공작을 하는 것이다. 나아가 문제를 보상금 문제나 진영 간 싸움으로 호도하여 민심의 분열을 노리는 것이다. 이 상황은 매우 우려스럽다. 세월호의 진실만 덮는 것이 아니라 세월호 참사를 낳은 자본의 탐욕과 정경 유착, 부패의 사슬들이 유지되면서 제2, 제3의 참사를 예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눈물이 앞을 가려 끝까지 보기가 참 힘들었다.

"저는 앞으로도 오래 살려구요. 오래오래 살아서 우리 아들 기억해줘야죠. 시간이 지나면 우리 아들 잊는 사람들도 많아질 거고 벌써 잊은 사람도 있을 텐데...."

그런데 세월호 참사에 대한 10대, 20대의 슬픔과 분노가 현실의 벽 앞에서 정치적 무관심과 냉소로 바뀌는 것 같아 걱정이다. 기성세대가 청년들에게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지원도 소홀히 한 책임이 크다. 하지만 이들을 입시와 취업이라는 외길로 몰아가 정작 시대 문제에 대한 감수성과 해결 의지를 길러주지 못한 교육의 책임도 큰 것 같아 안타깝다. 아무쪼록 세월호 유가족들의 마음이 정치적 허무주의에 빠져드는 젊은이들에게 따뜻한 불씨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교육을 담당하는 이들에게도....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