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불씨가 되기를
세월호 유가족의 육성기록인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눈물이 앞을 가려 끝까지 보기가 참 힘들었다. "부조리하고 내 이익만 챙기는 세상인데 이런 세상에서 아이들을 내 이익만 챙기지 않는 아이로 키웠으면 좋겠어요." "저는 앞으로도 오래 살려구요. 오래오래 살아서 우리 아들 기억해줘야죠. 시간이 지나면 우리 아들 잊는 사람들도 많아질 거고 벌써 잊은 사람도 있을 텐데...."
안개가 자욱하던 그날, 300여명의 청춘들이 차가운 바닷속에 갇혔다는 소식이 날아왔다. 배는 기울어지긴 했지만 한참을 바다에 떠 있었고, 한 명도 구조되지 못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해할 수 없는 온갖 이유로 구조가 늦어지고 생존에 대한 희망이 점점 옅어져 갈 때도 모두들 아이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염원하며 가슴에, 나무에 노란 리본을 달았다. 팽목항에는 전국에서 달려온 6만여명의 자원봉사자가 함께했다. 자식을 둔 부모들은 새삼스럽게 아이를 안으며 '네가 있어 고맙다'는 고백을 했다. 그사이 아이들은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왔고 몇몇 아이들은 여전히 찬 바닷속에 갇혀 있다.
이제 정부의 속내가 무엇인지는 분명해졌다. 사건의 진상이 낱낱이 밝혀지는 것이 두려워 온갖 방해공작을 하는 것이다. 나아가 문제를 보상금 문제나 진영 간 싸움으로 호도하여 민심의 분열을 노리는 것이다. 이 상황은 매우 우려스럽다. 세월호의 진실만 덮는 것이 아니라 세월호 참사를 낳은 자본의 탐욕과 정경 유착, 부패의 사슬들이 유지되면서 제2, 제3의 참사를 예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눈물이 앞을 가려 끝까지 보기가 참 힘들었다.
"저는 앞으로도 오래 살려구요. 오래오래 살아서 우리 아들 기억해줘야죠. 시간이 지나면 우리 아들 잊는 사람들도 많아질 거고 벌써 잊은 사람도 있을 텐데...."
그런데 세월호 참사에 대한 10대, 20대의 슬픔과 분노가 현실의 벽 앞에서 정치적 무관심과 냉소로 바뀌는 것 같아 걱정이다. 기성세대가 청년들에게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지원도 소홀히 한 책임이 크다. 하지만 이들을 입시와 취업이라는 외길로 몰아가 정작 시대 문제에 대한 감수성과 해결 의지를 길러주지 못한 교육의 책임도 큰 것 같아 안타깝다. 아무쪼록 세월호 유가족들의 마음이 정치적 허무주의에 빠져드는 젊은이들에게 따뜻한 불씨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교육을 담당하는 이들에게도....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