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대한 세 가지 질문

이렇게 위험한 생활용품이 어떻게 사용될 수 있었을까? 참사의 근본적 책임은 화학물질 관리를 소홀히 한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있다. 환경부는 (주)유공(현 에스케이케미컬)에서 개발한 PHMG와 PGH를 유독물질로 규정하지 않았다. 더욱 큰 문제는 산업통산자원부의 공산품 등 완제품의 유해물질 관리 문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가습기 살균제는 일반 소비자가 쓰는 '생활화학가정용품'인데도 불구하고 제조사가 자율적으로 안전을 확인하는 '자율안전확인대상공산품'으로 분류했다. 돈을 버는 데 목적이 있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안전을 관리하고 확인하겠는가?

2016-05-04     국민의제
ⓒ연합뉴스

글 | 박동욱(방송통신대 환경보건학과 교수)

가습기에 왜 화학물질을 넣었을까 ?

가습기 살균제 제품이 시판된 시기가 1994년 무렵이다. 광고 카피가 "내 아기를 위하여", "가습기 살균제를 넣자"였고 그림은 엄마 코끼리가 살균제 통을 가습기에 붓고 아기 코끼리가 "상큼한 공기"라고 하면서 마시는 장면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살균제를 사용했는지 알 수 없다.

얼마나 많은 화학물질을 넣었나?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던 살균제의 성분은 일반인은 물론 전문가들도 들어보지 못한 PHMG, PGH, CMIT/MIT 등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환경부 등 주요 국가의 환경보건기관에 등록되지 않은 물질이다. 피해자가 가장 많이 사용했던 제품에 들어있었던 살균제 농도는 1,276 ppm(옥시)에서 4,486 ppm(세퓨)였다. ppm은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양이다. 아이가 하루 10시간 동안 세퓨 제품 살균제 20 cc를 사용했을 때 방 크기, 호흡률 등을 가정하여 하루 호흡기로 들어간 양은 대략 0.3 mg이 된다. 1개월(30일)이면 9 mg이고 겨울철 4개월로 환산하면 36 mg이나 된다. 외부 화학물질에 대한 방어능력이 거의 없는 유아는 물론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환자, 임산부들에게는 매우 치명적인 양이다.

이렇게 위험한 생활용품이 어떻게 사용될 수 있었을까 ?

해결해야 할 과제들

환경부는 폐 손상 이외의 비염, 기관지염, 천식 등 호흡기 질환과 폐 이외의 다른 장기 건강 피해자를 찾을 수 있는 기준 등을 서둘러 마련하고 이에 대한 신고 및 판정을 서둘러야 한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과학적 한계, 행정 편의 등으로 배제되지 않도록 모든 전문성을 동원해서 살균제 건강영향 규명, 살균제 사용자와 피해자의 건강 영향을 추적해야 한다. 또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고도 신고하지 않은 잠재적 피해자도 찾아야 한다. 한편으로는 생활용품으로 인한 아주 작은 사고라도 나지 않도록 근본 원인을 수술해야 한다. 산업통산자원부가 "자율안전확인대상 공산품"으로 관리하고 있는 모든 생활용품 등은 위험을 가장 잘 관리할 수 있는 부처로 넘겨야 한다.

글 | 박동욱

● Exposure characteristics of familial cases of lung injury associated with the use of humidifier disinfectants, Environmental Health 2014, 13:70

● Estimating Retrospective Exposure of Household Humidifier Disinfectants , In door Air, 25(6), 2015, 631-6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