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민진당이 국민당 재산 환수를 추진하고 있다

2016-05-02     김도훈

대만 입법원(국회)의 과반을 장악한 민진당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돈 많은 정당'이라는 놀림을 받는 국민당의 당산(黨産. 당재산) 환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민진당은 국민당의 당산이 친여권 단체 등에 대한 지원금으로 쓰이는 등 공정한 경쟁을 해쳐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당은 당산 공개를 통해 정당성을 주장하는 등 방어에 주력하고 있다. 2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국민당의 당산 환수를 겨냥한 조례안을 심의하기 위한 입법원 내정·재정·사법법제 합동위원회가 지난 3월 중순 시작됐다.

대만의 첫 여성 총통이 된 민진당의 차이잉원

'당산'에 밝은 난타이(南臺)과학기술대학의 뤄청쭝(羅承宗) 교수에 따르면 정확한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당산은 1990년대에 9천억 대만달러(약 32조 원)로 추산된 적도 있다. 대만 재정부(재무부)는 2008년 국민당 당산이 약 520억 대만달러(약 1조8천288억 원)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런 발표를 액면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국민당은 외곽단체로 지지기반인 주민서비스 조직이나 부인단체 등을 두고 있다. 이들 단체는 당국으로부터 거액의 보조를 받는 외에 공유지를 싼값에 빌려 사업을 하기도 하는데 이들 단체의 자산까지 합하면 국민당 당산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국민당이 발표한 당산 액수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 많던 돈이 다 어디로 갔느냐는 의문은 남는다.

국민당의 2014년 수지 보고서에 따르면 수입 15억6천600만 대만달러 중 당비는 3.52%, 헌금은 11.16%에 불과하고 재산신탁에 따른 수입이 65.26%였다. 이에 비해 민진당의 수입은 7억7천만 대만달러로 당비와 헌금이 거의 전부다. 기타 수입은 1.72%에 불과했다. 양당의 재정구조 차이가 두드러진다.

다만 국민당의 자산은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것이어서 정당한 자산과 부당한 자산을 구분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본으로부터 접수한 토지를 시가보다 싼 값에 건설회사에 매각하는 등 자금흐름이 의심스러운 것도 있지만 제삼자에게 넘긴 자산을 어떻게 취급해야 할지도 문제다.

당산(黨産·당 재산) 문제를 처리하고 원로 정치인 중심으로 움직이는 국민당 당풍을 쇄신할 구원투수 역할을 맡게 된 훙슈주(洪秀柱·67) 신임 국민당 주석. 국민당 사상 첫 여성 주석이다

국민당은 남은 당산 166억 대만달러 중 당 사무처 요원의 급료와 퇴직금, 당 본부였던 건물을 되사들이는 비용 등에 앞으로 145억 대만달러가 필요하다면서 남는 게 있으면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당 경비는 매년 8억 대만달러 적자이고 자산 대부분이 매각이 어려운 부동산이라면서 살림에 여유가 없다는 게 국민당의 하소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