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성단층 위의 고리·월성원전

우리나라에서 지진 발생 위험이 가장 큰 곳으로 양산단층대와 울산단층대가 꼽힌다. 두 활성단층이 지나는 울산 경주 부산이 어떤 곳인가. 울산에는 국내 최대의 석유화학단지가, 경주에는 월성원전단지, 부산에는 고리원전단지에 모두 14기(1기는 건설중)의 핵발전소가 들어서 있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위험물질 밀집, 원전 밀집, 그리고 인구 밀집지역이다.

2016-04-29     지영선

이웃 일본의 잇단 지진 소식에 안타까워하며, 한편으로, 우리는 정말 복 받은 땅에 살고 있구나, 이기적인 안도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 지진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안도감에 안주할 일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해야할 것 같다.

우리나라 지진 무풍지대 아냐

신라 혜공왕 15년 (서기 779년)의 기록이다. 경도란 지금의 경주를 말한다. <삼국사기>에는 신라 백제 고구려에 걸쳐 모두 97회 지진 발생의 기록이 나온다. 경주에는 특히 지진이 잦아서 신라 성덕왕 때는 재위 7년 9년 16년 17년 19년 21년 22년 24년 이렇게 8차례나 지진이 났음을 기록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승정원일기> 등 사료를 종합하면 조선시대에도 1630회의 지진이 발생했으며, 15~18세기에는 특히 지진이 잦아 외국의 저명 지진학교재에도 등장할 정도라고 한다.

한마디로 한반도는 근래 큰 지진이 없었을 뿐, 결코 지진의 무풍지대가 아니다. 지진학자들은 근래 큰 지진이 없었다는 건 안전하다는 증거가 아니라, 축적된 지진 에너지가 언젠가 더 크게 터져 나올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지진 발생 위험이 가장 큰 곳으로 양산단층대와 울산단층대가 꼽힌다. 부산에서 양산 경주 포항 영해로 이어지는 양산단층대와, 경주에서 울산 부산으로 이어지는 울산단층대는 대표적인 활성단층이기 때문이다. 활성단층이란 과거에 지진이 일어났고 앞으로도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단층을 말한다. 양산단층과 울산단층이 만나는 곳이 경주다. 과거 경주에서 그렇게 자주 지진이 일어났던 것은 바로 그 때문으로 보인다.

내진설계 점검, 상향조정해야

국내의 원전들은 규모 6.5의 지진에 견디도록 설계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으로 안전을 보증할 수 있을까. 30년의 설계수명을 넘겨 수명을 연장해 가동중인 월성1호기를 비롯해 많은 원전이 노후했고 그에 따라 내진능력 또한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또 원자로 등 구조물 뿐 아니라, 연장선이 수백km에 달한다는 배관과 케이블이 얼마나 지진을 이겨낼 수 있느냐가 문제다. 원전에 필수적인 냉각수와 전원 공급을 담당하는 배관과 케이블 손상이 어떤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가는 후쿠시마 사고가 잘 보여주는 바이다. 여러 원전이 밀집해 있을 때 어떻게 위험이 확산되고, 얼마나 대처하기 어려운지 또한 후쿠시마 원전 1~4호기의 연쇄폭발이 잘 보여준다.

물론,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큰 지진 같은 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믿고 싶다. 하지만 핵발전소는 '희망사항' 위에서 가동하기에는 너무나 위험한, 치명적인 설비다. 이번 기회에 내진설계를 점검하고 기준을 상향조정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지금 전기가 남아도는 만큼, 13기 원전 중 일부를 세우고 정밀점검하는 순차적 가동중단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고리원자력 발전소 1호기(맨오른쪽)

* 이 글은 내일신문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