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치우는 이재용, '어머니 미술관'에도 손댈까

2016-04-28     원성윤

2012년 4월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멕시코 재벌 카를로스 슬림(가운데) 텔멕스텔레콤 회장과 함께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고미술품을 관람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최근 삼성가 미술관 중 하나인 서울 태평로 ‘플라토’는 잇따라 구조조정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1월 그룹이 부동산재벌 부영 쪽에 플라토가 있는 삼성생명 건물을 5000억여원에 매각한 데 이어, 3월 중순 플라토의 문을 닫기로 전격 결정한 것이다. 1999년 로댕갤러리란 이름으로 개관한 플라토는 운영주체인 삼성문화재단이 94년 100억여원을 주고 사들인 조각거장 로댕의 대작 ‘지옥의 문’ ‘칼레의 시민’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등장했다. 이후 백남준, 박이소, 오노 요코, 무라카미 다카시 등 국내외 대가들 전시를 열면서 미술판 실세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2007~10년 미술비자금 파문으로 휴관했다가 2011년 플라토로 이름을 바꿔 재개관한 바 있다.

홍라희 리움미술관 관장

다른 미술관 사업도 찬바람이 분다. 2004년 리움 개관 때 주축이던 삼성어린이박물관의 경우 최근 인력을 내보내 별도 법인화하고 분가시켰다. 수년 새 중견 학예직들이 상당수 퇴직한 리움도 이미 계획된 전시들만 진행하는 현상유지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미술시장의 큰손인 삼성가의 작품 구입도 재단 쪽은 수집 방침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고 밝혔지만, 화랑가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장에서의 작품 구매가 사실상 동결됐다는 전언이 나오고 있다. 삼성가 사정에 밝은 한 미술인은 “최근 이 부회장이 어머니 홍라희 리움관장에게 자신이 미술품 수집에 심취해 돈을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잘 조언해달라는 당부를 했다고 들었다. 모친의 애착이 강한 플라토에 손댄 것을 보면, 수집가보다는 사업가 기질이 강해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현대미술에는 별다른 애착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는 게 미술시장 사람들의 이야기다. 실제로 그는 2007~2008년 삼성가 미술품 비자금 특검의 빌미가 된 미국 팝아트작가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행복한 눈물’에 얽힌 악연을 갖고있기도 하다. 이건희 회장 저택에 이 작품이 있었다는 말을 그에게서 들었다고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하면서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삼성가의 고액 미술품 구매를 대행한 서미갤러리의 홍송원 대표도 이 부회장이 ‘행복한 눈물’이 만화 같다면서 매입을 반대했었다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장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리움의 장래 운영 구상이나 미술에 대한 식견을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집무 중 틈틈이 시간을 내어 어머니 홍 관장과 미술관을 돌며 감각을 익히는 모습이 이따금 목격되곤 한다. 그는 2014년 10월 간송미술관 기획전 개막식에 홍 관장과 같이 나타나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