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바람직한 미래학교 구상(4) | 교육과정과 평가

한국은 채점자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다. 그래서 한국에서 2030년 '표준화 시험 단계적 폐지'와 같은 신문기사를 기대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입시중심 교육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표준화 시험의 폐지가 가장 필요한 나라가 한국인데도 말이다.

2016-04-26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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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바람직한 미래학교 구상(4), 교육과정과 평가를 탐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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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바람직한 미래학교 구상(3)'에서는 미래학교의 새로운 모델인 학습공원(The Learning Park)의 특징과 교장·교사의 역할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이번 칼럼에서는 2030년 미래학교의 '교육과정과 평가'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2030년 바람직한 미래학교 구상(1)'에서 소개한 미래학교 설계의 기본 원칙(basic principle)에 따르면 미래학교는 교육의 제1 목적이 '가장 최선의 자기되기(Becoming the best version of yourself)'였다. 또 배움의 장소와 시간에 제약도 없다. 그리고 학습도 프로젝트 수업이 강화되며 학습자 욕구 다양성을 고려해 개별 선택을 중시하며 개별화 수업이 기본이다. 이런 상황에서 표준화된 교육과정은 제한적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동은 각기 매우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배워야 할 부분도 있다. 그리고 교육은 '개인화'에만 초점을 맞추어서는 안 되며, '사회화'도 똑같이 중요시해야 한다. 학습공원은 이 둘의 균형을 갖추는 것을 중시한다. 그래서 가장 기본적인 지식, 기능, 가치, 신념, 규범(norms), 원칙 등은 공통으로 배우게 할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미래학교 학습공원은 아래와 같은 3가지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운영될 것이다.

  • 공식적 교육과정(formal curriculum)
  • 프로젝트 기반 교육과정(project-based curriculum)

  • 비공식 교육과정(informal curriculum)

1. 삼중(三重) 교육과정(three-fold curriculum)

1) 공식적 교육과정(formal curriculum)

[주] 기본적인 스킬(basic skills) - 이는 사회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누구나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지식, 기능을 말한다. 예를 들면 <읽기, 쓰기 소양; 일상생활에 필요한 수준의 산수/수학; ICT 활용 능력; 구두 소통능력>과 같은 것들을 말한다.

2) 프로젝트 기반 교육과정(project-based curriculum)

▷ 내용(Content: What is the project about?)

▷ 큰 방향 결정 절차(Process: How do the pupils deal with the project?)

▷ 세부내용 추진 절차(Procedure: How is the project organized)

3) 비공식적 교육과정(informal curriculum)

☞ 많은 사람들이 미래학교에도 지금과 같은 교육과정이 존재할 것인가에 대해 관심이 많다. 이 연구팀은 미래학교에도 공식적 교육과정은 존재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과 수준은 지금과 상당히 다르다. 공식적 교육과정에서는 최소한의 지식과 역량에 한해서 공통으로 배우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미래학교 교육과정에는 아예 프로젝트 기반 교육과정이란 것이 별도로 존재한다. 각자가 수행할 프로젝트를 결정할 때 내용(content), 큰 방향 결정 절차(process), 세부내용 추진 절차(procedure)로 나누는 것도 참고할 만하다. 다음은 이런 삼중으로 구성된 미래학교 교육과정의 학습의 과정과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2. 미래학교의 평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확실한 답을 내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학습의 결과를 평가하고 측정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기본 원칙을 잘 살피고 고려해야 한다.

학생이 주도적으로 이끄는 측면이 큰 새로운 학습과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학습한 결과에 대해 학점을 부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들이 도달한 역량 수준에 따라 학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각 개인마다 자신의 디지털 포트폴리오를 갖게 될 것이며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이 습득한 역량을 증명해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프로젝트 보고서, 피드백 노트는 물론 필요한 자격증을 통해 해당 역량을 증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취득한 학점이 모이면 이것이 특정 영역의 자격이나 졸업자격을 얻을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공식적 교육과정에서의 평가는 실증적이기보다는 이론에 바탕을 둔 규범적인(normative)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누구나 최소한 갖추어야 할 역량과 실제의 역량 간의 갭(gap)을 살펴보는 것은 교육과정 운영에서 중요한 측면이 될 것이다. 프로젝트 기반 평가나 비공식적 평가는 공식적 교육과정의 평가와는 매우 다를 것이다. 이는 전통적인 표준화 시험이 아니라 피드백(feedback)이 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평가에서는 지식을 더 많이 아는가보다는 지식을 더 잘 활용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학생들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팀 과제로 수행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영역에서 기능과 역량을 습득하게 될 것이다. 특정 영역 전문가, 프로젝트 관리자, 수업 촉진자(=교사) 등은 학생이 역량을 언제 어느 정도 습득했는지 끊임없이 확인하고 관찰할 것이다. 한편 학생이 어떤 역량을 어떤 수준으로 갖추었는지의 여부는 전문가, 프로젝트 관리자, 수업 촉진자들이 인증해 줄 것이다.

☞ 미래학교에서도 가장 풀기 어려운 난제는 평가라고 생각된다. 프로젝트 기반 수업과 비공식적 교육과정의 운영결과를 누가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미래학교도 이 평가 결과를 대입시와 연결 짓고 있다. 한국의 경우에는 당장 "대학이 이를 신뢰할 것인가?"란 질문이 떠오른다. 그렇다. 차세대 평가가 아무리 훌륭하게 개발된다 하더라도 미래학교는 학생의 프로젝트 수업을 직접 관찰한 '전문가, 프로젝트 관리자, 수업 촉진자들'의 관찰평가나 포트폴리오 평가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평가 결과를 대학이 대입 전형자료로 사용하려고 할 때 발생한다. 프로젝트 학습의 평가는 객관식 지필고사만큼 객관적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로젝트의 수행 과정이나 결과를 평가할 때는 채점자에 대한 이해당사자들의 신뢰가 중요하다. 한국은 채점자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다. 그래서 한국에서 2030년 '표준화 시험 단계적 폐지'와 같은 신문기사를 기대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입시중심 교육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표준화 시험의 폐지가 가장 필요한 나라가 한국인데도 말이다.

[알림] 다음 칼럼에서는 미래학교의 '학습의 자기책임, 다양성'에 대해 자세히 소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