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갑질의 끝판 경쟁', 입학은 했는데 캠퍼스가 없었다

2016-04-15     박세회

캠퍼스 건물을 짓지도 않은 채 신입생을 뽑는가 하면 입학한 지 한 달도 안 돼 학과 폐쇄 방침을 밝히는 대학도 있다.

◇ 캠퍼스 승인 안나 다른 건물서 예비 프로그램

동양대 북서울캠퍼스 신입생 400여명은 지난달 입학식을 치르고도 한 달이나 학교에 가지 못하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지난달 7일 4개 학부에 선발된 신입생 400여명이 입학식을 치렀지만 이들은 캠퍼스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등교하지 못했다.

일부 학생들은 "캠퍼스 공사가 늦어졌는데도 학교측이 신입생을 뽑고 학사 일정을 그대로 진행하려 했다"며 무책임한 대학 행정을 비난했다.

신입생들은 서울 동양예술극장에서 학점과 무관하게 진행된 예비대학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며 우여곡절 끝에 지난 4일부터 등교, 정상 수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중부대는 지난해 3월 고양시에 제2캠퍼스를 열었으나 이곳에서 수업을 받을 수 없게 된 재학생과 학부모들이 크게 반발했다.

학교 측의 안내로 일부 재학생은 기숙사를 신청하지 않았고 또 일부는 제2캠퍼스 인근에 자취방을 마련했지만 다시 본교에 다녀야 하는 피해를 입었다.

◇ 한 달 안된 학과 돌연 '폐쇄'…카톡 통보에 '분통'

이들 대학은 교육부가 지원하는 '산업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사업'(프라임 사업) 대상으로 선정되고자 폐과 등 학과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서원대 사범대 윤리교육·지리교육학과 학생 70여명은 지난 8일 학교 측의 일방적인 폐과 결정에 항의하며 침묵시위를 벌였다.

학부모 20여명은 지난 11일 학교를 항의 방문, "신입생을 받지나 말든지, 신입생들의 정신적인 충격을 누가 책임질 것이냐"며 "학교가 경제 논리로만 폐과 대상을 결정한 것은 판단착오"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학생과 학부모 반발이 거세지자 대학 측은 폐과 규모를 축소, 3개 과 가운데 지리교육과만 없애기로 최근에 결론을 내렸다.

대학 관계자는 "지리교육과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학교는 졸업 시까지 전폭적인 관리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학교는 폐과를 알리는 간담회를 1월 7일에 개최하겠다면서 이틀 전인 5일 학생들에게 간담회 장소 및 시간을 공지했다.

대구대는 지난해 4개 학과 폐과와 6개 유사학과 통폐합을 추진, 학생들이 총장실에서 농성까지 벌였고 강원대는 총 20개 학과를 통·폐합하는 방침을 정해 학생들이 대학본부 복도를 점거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경성대와 아주대, 경남과학기술대 등도 학과 구조조정을 추진했다가 대학 구성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방침을 철회하거나 보류를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