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떠나면 나도 소수자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의 인터뷰 기사에는 언제나 악플이 달린다. 정치인 기사에 달리는 악플이 새로울 것 없지만, 그 악플에는 항상 많은 '좋아요'가 함께한다. 인터뷰 내용은 상식적 수준을 벗어나지 않고 그마저도 대부분 그녀 삶에 대한 이야기인데도, 사람들은 좌우를 막론하고 경쟁하듯 악플을 단다. 그 악플은 한국에서 가장 거대한 종교가 단일민족 신화에 기초한 민족주의고, 그 종교의 교인이 될 수 없는 이들은 내내 한국 사람이면서 동시에 한국 사람이 아닌 경계인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듯하다. 귀화한 지 20년이 넘는 한국 사람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말하고 그 말에 적극적인 동의를 표하는 이들은 자신의 행위가 지닌 의미를 알고 있을까?

2016-04-13     김승섭

그 악플은 한국에서 가장 거대한 종교가 단일민족 신화에 기초한 민족주의고, 그 종교의 교인이 될 수 없는 이들은 내내 한국 사람이면서 동시에 한국 사람이 아닌 경계인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듯하다. 귀화한 지 20년이 넘는 한국 사람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말하고 그 말에 적극적인 동의를 표하는 이들은 자신의 행위가 지닌 의미를 알고 있을까?

모욕과 차별은 왜 사람을 아프게 하는가

(Science)에 실험 논문 한 편을 발표한다. 작은 방에 실험 대상자가 1명 들어가면, 그 앞에 컴퓨터가 놓여 있다. 컴퓨터에는 3명이 삼각형으로 서서 공을 주고받는 게임 프로그램이 설치돼 있고, 공을 나머지 두 사람 중 누구에게 전달할지 선택할 수 있다. 실험 대상자는 모르고 있지만, 나머지 둘은 실제 사람이 아니라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아이젠버거 박사 연구팀은 게임이 시작한 시점부터 실험자의 뇌를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기계를 이용해 촬영한다. fMRI는 뇌의 어느 지점에 혈류가 모이는지, 그래서 뇌의 어떤 부위가 어떻게 활성화되는지 파악할 수 있는 기계다. 실험 대상인 사람에게 공이 오지 않기 시작했을 때, 게임 동료인 줄 알았던 이들이 자신을 그 관계에서 배제했을 때, 피해자의 뇌가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했던 것이다.

이 연구는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발언이 그들을 물리적으로 폭행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말해준다. 그들이 일상적으로 모욕과 차별을 경험하고 부당하게 공동체에서 배제될 때, 피해자의 뇌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에 대해 보여주었다. 모욕과 차별은 사람을 아프게 한다.

1968년 4월4일,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살해된다. 미국 사회는 충격에 휩싸였지만, 백인만 거주하는 아이오와의 작은 시골 마을 리치빌에선 그에 반해 너무 조용했다. 초등학교 선생님이던 제인 엘리엇은 자신이 담임을 맡은 3학년 학생들에게 이 비극적인 죽음을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했다.

제인 엘리엇의 실험... 파란 눈 무시하기

엘리엇 선생님은 칠판에 피부색을 구성하는 색소인 '멜라닌'(Melanin)을 적는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말한다. "멜라닌이라는 색소가 몸에 있는데, 이 멜라닌이 눈·머리카락·피부색을 결정하는 거예요. 그런데 실은 이 색소가 더 많은 사람이 더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이에요. 여러분의 눈을 보면 갈색과 파란색, 두 가지 색의 눈동자가 있지요. 갈색 눈을 가진 사람이 멜라닌 색소가 더 많은 거예요. 더 똑똑하고 더 우월한 사람인 거지요." 그리고 파란 눈을 가진 아이들의 목에 작은 목걸이를 달아준다.

이와 같은 규칙 몇 가지가 시행되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아이들은 빠르게 변화했다. 한 번도 산수 문제를 어려워하지 않던 파란 눈의 여자아이가 간단한 빼기 문제를 틀리기 시작했고, 갈색 눈을 가진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 얼마 전까지 친구였던 그 아이를 둘러싸고 말한다. "너는 열등한 아이니까 우리에게 사과해야 해." 발랄하고 당당했던, 실험 이전이라면 다른 아이들에게 주눅 들 리 없었던 그 아이는 놀랍게도 자신이 잘못했다고 사과한다. 일주일이 채 지나기 전에, 파란 눈의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 자기 의견을 말하길 주저하며 매사에 소극적인 아이로 변하고, 갈색 눈의 아이들은 그렇게 변한 파란 눈의 아이들을 무시하기 시작한다.

에 출연해서 청중을 대상으로 같은 실험을 진행한다.

그 실험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실험이 시작되고 일주일이 지나서, 엘리엇 선생님은 말한다. "애들아, 선생님이 확인해보니까, 우월한 사람들은 갈색 눈이 아니라 파란 눈을 가지고 있었어요. 규칙을 바꾸도록 하자." 선생님의 이야기로, 두 집단의 위치는 역전되고 갈색 눈을 가진 아이들에게 부여됐던 특권이 고스란히 파란 눈의 아이들에게 전달된다.

인종마다 다르게 차별하는 한국인

는 혼혈인이 한국 사회에서 오래전부터 어떤 존재로 취급됐는지 충실히 묘사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한국에 체류하는 이민자 수는 급격히 늘어났다. 그중 가장 큰 비중은 국제결혼을 통한 이민자이다. 1990년 기준으로 전체 결혼의 1%(4710건)에 불과했던 국제결혼이 2005년 13.5%(4만2356건)로 급격히 증가했으며, 2013년에는 다소 줄어들었어도 여전히 전체 결혼의 8%(2만5963건)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숫자들은 중요한 사실을 가리고 있다. '과연 한국인들은 다른 인종을 동등하게 차별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데이터를 출신 국가별로 나눠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계가치조사(World Values Survey)라는 설문조사가 있다. 전세계 국가에 같은 질문을 주기적으로 물어보는 것이다. '다른 인종의 사람이 이웃으로 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한국은 응답자 중 36.4%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시행된 설문에 참여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7개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다.

한국 36.4% "다른 인종 이웃 아니다"... 미국 5배

* 이 글은 <한겨레21>에 2016년 12월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