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세계 종교 지형이 바뀐다

세계 종교 지형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은 조용하지만 강력하다. 바람의 진원지가 어디일까? 여러 가지가 후보로 꼽히지만, 가장 큰 진원지는 출산율이다. 지역별 출산율 격차와 그에 따른 젊은 인구 집단 규모의 차이가 종교간 지형을 바꿔가고 있는 것이다. 무슬림 지역이 가임기 여성 1인당 3.1명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출산율로 인구를 빠른 속도로 불려가고 있다. 기독교 지역도 2.7명으로 인구현상유지율 2.1명을 훨씬 웃돌지만 무슬림지역에는 미치지 못한다. 힌두교와 유대교는 각각 2.4명, 2.3명으로 소폭의 증가세를 보인다. 불교 지역은 1.6명으로 가장 낮다.

2015-04-13     곽노필
ⓒASSOCIATED PRESS

세계 종교에 조용하면서도 강력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신소영 한겨레신문 기자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최근 발표한 '세계 종교의 미래' 보고서를 보면, 세계 종교 지형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은 조용하지만 강력하다. 바람의 진원지가 어디일까? 여러 가지가 후보로 꼽히지만, 가장 큰 진원지는 출산율이다. 지역별 출산율 격차와 그에 따른 젊은 인구 집단 규모의 차이가 종교간 지형을 바꿔가고 있는 것이다. 무슬림 지역이 가임기 여성 1인당 3.1명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출산율로 인구를 빠른 속도로 불려가고 있다. 기독교 지역도 2.7명으로 인구현상유지율 2.1명을 훨씬 웃돌지만 무슬림지역에는 미치지 못한다. 힌두교와 유대교는 각각 2.4명, 2.3명으로 소폭의 증가세를 보인다. 불교 지역은 1.6명으로 가장 낮다. 적극적인 포교로 뒷받침하지 않으면 시간이 갈수록 신도 수가 저절로 줄어들 지경에 처했다. 보고서는 종교 전환(개종)도 종교 지형 변화의 주된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았지만 인구 구성 변화의 위력에 비할 바는 못 된다.

2010~2050 기간중 세계 주요 종교 인구의 변화 전망치. 보고서에서 인용.

이슬람의 등극과 불교의 쇠락

'세계 최대 종교' 기독교의 지위는 앞으로도 수십년 동안 유지될 것이지만, 그 위세는 점차 약해져간다. 무슬림이 세계 인구 증가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가 종교 지형 전망에 활용한 2050년 세계 인구 전망치는 지금보다 35% 늘어난 93억이다. 기독교 인구는 이 인구 증가세와 보조를 같이한다. 무슬림은 이보다 증가 속도가 2배 이상 빨라 73%나 늘어날 전망이다. 이럴 경우 2050년 두 종교의 신도 수는 각각 무슬림 28억, 기독교 29억으로 엇비슷해진다.

2010~2050 기간중 주요 종교집단의 인구 변화 전망. 보고서에서 인용.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변화의 핵심축

미국에서는 기독교인이 2010년 인구의 4분의 3(78%)에서 2050년 3분의 2(66%)로 떨어진다. 미국의 파워엘리트들을 좌지우지하는 유대교는 앞으로 미국 최대 비기독교 종교 자리를 무슬림에 내준다. 이슬람교도(2.1%)가 유대교도(1.4%) 인구를 앞지른다.

2010~2100 기간중 기독교와 무슬림 인구의 변화 추이. 보고서에서 인용.

2070년, 최대 종교 자리가 바뀐다

마치 선두 경쟁을 벌이는 듯한 무슬림과 기독교인의 증가 추세는 주로 아프리카 인구의 증가에 기인한다.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높은 지역에 기독교인과 무슬림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두 종교 그룹은 2100년 세계 인구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2010년 55%, 2050년 61%에서 크게 높아진다.

개종의 득실...기독교는 잃고, 이슬람은 얻고

이민도 세계 종교의 지형을 바꾸는 한 요인이다. 신소영 한겨레신문 기자

이민의 영향이 가장 큰 지역은 유럽이다. 유럽의 무슬림은 2010년 5.9%에서 2050년 10.2%로 늘어난다. 이민이 없다면 무슬림 비중은 8.4%에 그친다. 북미에서는 힌두교 비중이 0.7%에서 1.3%로 2배 가까이 늘어난다. 이민이 없다면 0.8%에 그친다.

2010~2050 기간중 불교 인구 상위 10개국의 변화.

불교, 유일하게 인구가 줄어드는 종교

두 종교로의 수렴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오랜 충돌의 역사에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종교분쟁이 일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두 종교의 성장세는 상호간 충돌 가능성을 높이는 쪽으로 흐를 위험성이 있다. 두 종교 인구 증가의 핵심축인 사하라사막 이남 지역은 종족문제까지 겹치면서 잦은 종교분쟁이 일어나는 지역이다. 종교간 화해 문제가 앞으로 더욱 중요한 현안으로 떠오를 것임을 이번 보고서는 깨닫게 해준다.

예외가 있다. 미국과 프랑스 같은 나라에서는 무종교인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미국에서는 이들의 비율이 16%에서 26%로 급증한다.

중국인들이 어떤 종교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세계 종교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베이징의 한 공원에서 아침운동을 하고 있는 중국인들. 한겨레신문 자료사진.

중국, 종교 지형 변화의 와일드카드

중국인의 다수가 기독교로 전환하면 그것만으로도 기독교는 세계 최대 종교로서의 위치를 굳건히 할 수 있다. 보고서는 앞으로 중국에서 무종교인구가 줄고 기독교 인구가 늘 것이라는 일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며, 이것이 사실이라면 세계 무종교인의 비중은 퓨리서치센터의 전망보다 더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외계 생명체가 출현한다면?

2050년, 한국의 종교 지형은?

한국 주요 종교의 인구 규모 변화 전망. 왼쪽이 2010년, 오른쪽이 2050년. 보라색이 무종교인, 빨간색이 기독교, 노란색이 불교. 보고서에서 인용.

눈여겨 볼 것은 동남아 이주민들의 유입으로 무슬림 인구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한국의 무슬림 인구가 지금의 0.2%에서 0.7%선으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인구 기준으로는 10만에서 34만으로 3.4배 늘어난다. 기독교에선 한참 뒷순위에 있지만, 불교에선 한국이 2010년 현재 세계 8위의 불교 국가이다. 2050년에도 인구 규모는 줄지만 세계 9위로 '톱10' 자리는 계속 유지된다.

기타종교>민속종교>기독교(2%)>불교(1.5%)라는 현재의 비율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으로 가정해 놓았다. 아마도 예측에 활용할 만한 자료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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