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쿤두즈 병원 폭격 6개월, 악몽 속에 그 일이 또 다시 펼쳐졌다

비행기인가? 공습인가? 왜 병원을 공격하지? 왜 우리를? 그러던 중 아무 경고도 없이, 또 다시 귀를 찢을 듯한 어마어마한 소리와 함께 폭발이 일어나 건물을 뒤흔들었다. 나는 이 말도 안 되는 전쟁에 연루된 양측이 다 싫었다. 나는 그들이 민간인들에게 저지른 모든 피해를 직접 보고, 피해자가 자기 식구들이라고 한번 상상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도 이 몰상식한 전쟁을 계속할지 한번 지켜볼 일이다.

2016-04-04     국경없는의사회

에반젤린 쿠아(Evangeline Cua) 박사는 아프가니스탄의 국경없는의사회 쿤두즈 외상 센터에서 활동했던 필리핀 출신 외과의사로, 10월 3일 미국의 공습으로 병원이 파괴되던 당시 현장에 있었다. 끔찍했던 그날 밤을 무사히 버텨낸 쿠아 박사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어젯밤, 악몽 속에 그 일이 또 다시 펼쳐졌다.

공습 당시 수술이 진행되고 있던 수술대는 까맣게 불에 탄 채 훼손되었다. 벽에 남은 구멍들은 공습 당시 일어난 폭발의 여파이다.

천장이 우리 위로 무너져 내리면서 그나마 남아 있던 마지막 전등도 나가 버려서, 우리는 그야말로 완벽한 어둠 속에 묻혀버렸다. 나는 겁에 질려 소리를 질렀고, 전선에 맞아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것이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 장면이다.

공습 당시 아비규환의 모습, 6개월 전 아프가니스탄 국경없는의사회 쿤두즈 병원을 파괴한 미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사람은 국경없는의사회 직원 14명을 포함해 42명에 이른다.

병원에서 나는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몰랐다. 겨우 벽시계를 보고서야 늦은 오후라는 것을 알 정도였다. 총알이 빗발치고 폭발이 일어나는 소리들이 멀리서 들려왔다. 나는 이제 막 여섯 번째 수술을 마치고, 개수대 근처에서 천천히 손을 말리는 중이었다.

다급한 목소리였다.

"네, 지금요."

공습 직후 피해를 입지 않은 방에 만들어진 간이 수술실에서 부상자들을 위한 수술이 이루어졌다. 가운데 보라색 스카프를 쓴 사람이 이 글을 쓴 에반젤린 쿠아 박사

덥수룩한 수염에 친절한 눈을 한 노인이 나를 멈춰 세우더니, 아프간 남성 같지 않게 내 팔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그는 애원하는 목소리로 더듬더듬 내게 영어로 이렇게 물었다.

벽 근처에 둔 들것에 누워 있던 그를 제대로 본 순간, 나는 터져 나오는 숨을 겨우 참았다. 가슴에 입은 상처가 너무 커서 폐 일부가 겉으로 드러나 눈에 보일 정도였던 것이다. 이미 눈빛은 흐릿했고, 맥박도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뭐라도 좀 해보려던 나는 그의 정맥 주사를 조절해 주었다. 그리고 병원 시트로 그의 흉부를 가만히 덮어 두고, 간호사 1명에게 아들을 돌봐 달라고 부탁하겠다며 갈라지는 목소리로 노인에게 양해를 구했다.

2015년 10월 3일, 아프가니스탄 쿤두즈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이 폭격을 맞은 이 후 불에 타고 있는 모습 ⓒMSF

"일어나세요! 어서요!"

우리는 달려가 구덩이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너무 무섭고도 실망스럽게도, 우리가 들어간 곳은 지하실 창문의 배기 장치 안이었다. 지상에서 2미터 아래, 두꺼운 시멘트 벽으로 둘러싸인 그 곳은 위로 아주 얇은 판이 지붕으로 덮여 있을 뿐이었다. 나락으로 떨어진 것 같았다. 막다른 골목. 우리가 갔어야 할 지하실은 벽의 반대편에 있었다!

나는 이미 공황에 빠졌다. 화도 났다. 누구한테든 한바탕 퍼붓고 싶었다. 누군가 얼굴을 한 대 날려주고 싶었다. 나는 이 말도 안 되는 전쟁에 연루된 양측이 다 싫었다. 나는 그들이 민간인들에게 저지른 모든 피해를 직접 보고, 피해자가 자기 식구들이라고 한번 상상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도 이 몰상식한 전쟁을 계속할지 한번 지켜볼 일이다.

쿤두즈 병원 내부의 모습, 외래 병동의 병실 안에 불에탄 침대의 프레임만 남은 처참한 모습 ⓒ Andrew Quilty/Oculi

그런데 그러고 났더니, 놀랍게도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생각이 또렷해졌다. 나는 다시 외과의사로 돌아왔다. 오른쪽 구석에 작은 철사 줄이 튀어나와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뜨거운 그 철사 줄을 끝까지 붙잡고 움직여, 몇 분 뒤에 구덩이에서 나올 수 있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바라보니, 장미 정원 근처에서 내 동료가 바닥에 드러누워 있는 것이 보였다.

그 때, 아프간 전통 의상을 입은 남성이 말을 건넸다. 그리고 그 후로 나는 언제나 그 말을 기억하고 있다. "따라오세요, 여기 안전한 곳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