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전환치료, 위험한 착각

2016년에 이런 내용으로 글을 써야 한다는 건 비극이다. 동성애가 정신질환 진단 매뉴얼에서 삭제된 것은 1973년이었다. 미국정신의학회는 '동성애가 판단력, 안정성, 신뢰성, 또는 직업능력에 결함이 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즉, 학교에서 교육받고 직장에서 일하는 데 동성애가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어떤 의학 교과서도 동성애를 질병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기에 그것을 치료할 이유는 없다.

2016-04-01     김승섭

동성애 혐오와 차별은 성소수자의 불안과 우울, 자살 시도로까지 이어진다. 류우종 기자

팀 쿡·조디 포스터도 치료할 텐가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기에 그것을 치료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동성애가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된 지 5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몇몇 공동체를 중심으로 동성애자를 이성애자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전환치료가 행해지고 있다. 그 치료는 두 가지 착각을 전제로 한다.

중요한 것은 원인이 무엇이건, 과연 개인이 스스로 성적 지향을 선택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미국소아과학회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최신 문헌과 이 분야 대부분의 학자들은 성적 지향이 스스로의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즉, 개인이 선택해서 동성애자 또는 이성애자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라고 말하며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성적 지향은 대개 아동기 초기에 형성된다"고 밝혔다. 즉, 대다수의 경우 개인이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인지하게 되는 10대에 이미 성적 지향은 선택의 영역이 아니다.

'전환치료' 효과 입증 안 돼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고 '동성애 전환치료'는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위험하다는 반박이 일자, 그다음에 나오는 세 번째 주장이 동성애가 '형벌과도 같은 죽음의 질병'인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을 유발하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동성애자 인구에서 AIDS 유병률이 높다는 점을 근거로, 동성애자 간의 성관계가 AIDS라는 치명적인 질병의 원인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 사회에서 AIDS를 예방하는 것은 동성애자와 이성애자 모두 안전한 성관계를 갖도록 권장하고 정책을 실행해야 할 일이지, 동성애자 수를 줄인다고 달성될 일이 아니다. 동성 간 성관계가 HIV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동성 커플에서 안전하지 않은 성관계를 갖는 경우에 한해, HIV가 파트너에게 전염될 위험이 높을 뿐이다.

유엔의 반기문 총장도, 세계은행의 김용 총재도,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고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사라져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시대다. 이런 시대에, 2016년 한국을 살아가는 동성애자는 그 수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한국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동성애에 대한 오해와 혐오 때문이다.

두 여성의 감성적 사랑을 아름답게 그려내 호평받은 영화 <캐롤>의 한 장면. CGV 아트하우스 제공

성소수자들 우울·불안 심각

한국 사회는 성소수자 혐오를 방치하거나 오히려 조장하고 있다. 교학사에서 2014년 나온 <생활과 윤리> 교과서는 "성적 소수자를 비도덕적이거나, 정신적으로 이상하거나, 질병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으로 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부분을 삭제하고, "후천성면역결핍증 환자 중 남성 동성애자가 많고, 성적 지향은 선천적이지 않다"는 편견을 조장할 수 있는 내용을 '반대 의견'으로 추가하면서 학생들이 성소수자에 대해 찬반 입장을 토론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2014년 국립국어원에서 발간한 <표준국어대사전>은 보수 개신교계의 요구에 따라 '사랑'의 정의를 '어떤 상대의 매력에 끌려 열렬히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에서 '남녀 간에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으로 바꾸었다. 이러한 변화는 성소수자들의 사랑을 사회적으로 지워버리는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씁쓸하기 그지없지만, 동성애자라고 하면 꽤 오랫동안 뭔가 몸이 오글거리고 나쁜 것을 만난 느낌이었다. 나는 물론이고 내 주변의 누군가가 동성애자로 인해 피해를 본 적도 없었는데, 왜 그랬을까.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 교과서와 텔레비전에는 항상 이성애자만 나왔다. 내 주변에 동성애자는 없었고, 그들은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멋진 동성애자로 살아남아달라!

* 이 글은 <한겨레21>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