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스피커도 들 수만 있으면 합법, 이상한 선거법 4가지

2016-04-02     박세회

피켓이 땅에 닿는 순간 불법이기 때문이다.

◇ 피켓은 목에 걸거나 손에 들어야 '합법'

부산의 한 후보는 피켓에 줄을 달아 목에 걸고 홍보전을 펼쳤다.

부산의 한 후보가 한복 차림에 피켓을 목에 걸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

홍보 문구가 보이도록 땅에 놓으면 홍보용 시설물로 간주해 처벌받기 때문이다.

"무거워서 잠깐 땅에 둔 것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선관위의 입장은 달랐다.

이 관계자는 "후보가 잠시 이동하기 위해 땅에 놓거나 벽에 세워 놓으면 구두로 주의를 준다"고 말했다.

'붙이거나 입거나 지니지' 않으면 선거 광고물이나 광고시설을 설치·진열·게시한 행위에 해당해 공직선거법 제90조(시설물 설치 등의 금지)로 처벌받는다.

◇ "휴대용 입니다"…대형 스피커도 들고 있으면 규제 안 받아

공직선거법 제102조(야간연설 등의 제한)는 연설로 인한 소음 공해를 방지하기 위해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야간연설을 제한한다.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는 휴대용 스피커(확성장치) 사용을 허용한다. 오전 7∼10시는 대형 스피커를 이용한 연설도 가능하다.

서울 은평을 선거구에서 선거업무종사자들이 선거 벽보를 부착하고 있다.

휴대용 스피커의 크기를 정해 놓지 않아 후보 간 분쟁이 발생하는 것이다.

자신들은 법을 지켜 손에 들 수 있는 휴대용 스피커를 사용해 유세했는데 용량이 큰 상대 스피커 소리에 묻혀 후보 연설이 유권자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형 스피커를 사용한 후보 측 관계자가 손으로 들고 휴대용이라고 주장하자 선관위는 혼란에 빠졌다.

선관위 관계자는 "막상 대형 스피커 불법 사용을 단속하면 후보 측에서 들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선거 때마다 이런 일이 반복된다"며 "무게나 부피로 보면 사실상 계속 들고 있을 수 없는 데 쫓아다니며 일일이 감시할 수도 없어 단속이 어렵다"고 밝혔다.

◇ 개인이 총선후보 비방성 문자 발송하면?…처벌 '난감'

울산의 한 총선 후보는 자신을 음해하는 문자메시지가 유권자 휴대전화로 발송되고 있다며 발신자를 추적해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해 달라며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해당 후보의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지만 선뜻 수사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법에는 개인이 특정 후보를 상대로 음해성 편지글을 보냈을 때 처벌할 명확한 규정이 없다. 명예훼손으로 처벌하는 방법은 있으나 해당 후보가 고소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경찰을 고민스럽게 하는 대목이다.

◇ 후보 동행인이 주민에게 쌀 나눠 주면…

해당 후보는 선거구내 산악회 회원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 함께 있던 같은 당 소속 한 인사는 산악회 회원들에게 홍보용 특산미를 나눠 줬다.

선거법 제115조(제3자의 기부행위제한)는 누구든지 선거에 관해 후보자나 소속 정당을 위해 기부행위를 할 수 없도록 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법이 빠른 사회 변화와 전자통신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법 적용이 헷갈리는 경우가 간혹 있다"며 "선거운동 중 애매한 사안이 있으면 선관위에 즉각 문의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난감한 상황에 부닥치지 않는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