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연구관 임용이 승진이라고?

교육자가 자꾸 직급을 따지는 게 치졸하고 속돼 보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세상이 하도 교사를 깎아 내리니 사실관계만은 분명하게 해두어야겠다. 우선 교사, 교감, 교장, 장학사, 장학관이 직급이 아니라는 것부터 분명히 하자. 초중등교원은 모두 똑같은 호봉체계를 가지고 있다. 교사가 교감이 되건, 교장이 되건 호봉은 단 한 칸도 바뀌지 않는다. 하물며 장학사의 경우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교사가 장학사가 되는 것을, 심지어 장학관이 되는 것도 승진한다 말하지 않는다. 전직이 공식 용어다.

2016-03-18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Gettyimage/이매진스

경력 25년 이상 교사의 연구관 임용이 두 단계 승진이라고?

서울시 교육청이 3월 1일자로 교육연구정보원에서 교육정책 연구를 담당할 교육연구관 1명을 임용하였다. 그런데 이 인사에 대해 시끄러운 목소리가 여기 저기서 들리는 것 같아서 귀를 기울여 보니 주로 한국 교총 등 보수단체들이 내는 소리다. 그들은 조희연 교육감이 전교조 출신에 대해 특혜인사를 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렇게 한번에 두 단계를 승진시키는 파격적인 특혜는 그동안 열심히 승진을 위해 준비해온 다른 교사, 장학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릴것이라는 엄포도 놓고 있다.

두 단계 승진이라는 주장도 이상하다. 그들이 두 단계 승진이라고 말하는 근거는 교사가 장학사로 '승진'하고 장학사가 장학관으로 '승진'해야 하는데, 교사가 바로 장학관급이 되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이것은 한국 교총의 주장만은 아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알고 있는 경우가 많고, 진보교육감들 중에서도 교사 경험이 없는 분들은 이렇게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해도 해도 너무하지 않은가? 명색이 교원단체라는 교총이, 더구나 '교원 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에 의해 정책협의를 하도록 되어 있는 교총이 거꾸로 '교원 지위 추락'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니 말이다. 설사 교총이 사실상 교사가 아니라 교장, 교감, 교육전문직원의 이해관계를 대변한다고 하자. 그렇다면 교육청, 교육부에서 실제보다 훨씬 낮은 대우를 받고 있는 교육전문직원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일이지, 교사의 지위를 천한것으로 내려 찍음으로써 자신들의 상실감을 보상받으려 할 일은 아니다.

교육자가 자꾸 직급을 따지는 게 치졸하고 속돼 보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세상이 하도 교사를 깎아 내리니 사실관계만은 분명하게 해두어야겠다. 우선 교사, 교감, 교장, 장학사, 장학관이 직급이 아니라는 것부터 분명히 하자. 경찰(순경, 경장, 경사, 경위, 경감, 경정, 총경 등) 군인(소위, 중위, 대위 등) 등 다른 특정직 공무원은 직급이 있고, 직급에 따라 다른 보수체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초중등교원은 모두 똑같은 호봉체계를 가지고 있다. 교사가 교감이 되건, 교장이 되건 호봉은 단 한 칸도 바뀌지 않는다. 교장이나 교감이 학교에서 이른바 관리자로 군림하는 것은 법에서 부여한 권한, 즉 직책에 따른 것이지 직급상의 차이가 아니다. 하물며 장학사의 경우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교사가 장학사가 되는 것을, 심지어 장학관이 되는 것도 승진한다 말하지 않는다. 전직이 공식 용어다.

에 규정된 "일반직, 특정직 공무원의 경력 상당계급 기준"을 준용하게 되어 있다. 여기에 따르면 초중등 교원은 교사, 교감, 교장, 장학사, 장학관의 구별 없이, 오직 호봉에 의해서만 상당하는 직급을 받는다. 표에 따르면 신규교사(9호봉)는 7급, 경력 5년-9년(14호봉-17호봉)은 6급, 경력 10년-14년(18호봉-23호봉)은 5급, 15년 이상 경력은 4급(24호봉 이상)이라고 아주 정확하게 규정되어 있다. 교사로서 정신승리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법에 정해진 기준이 그렇다는 것이다.

교사들은 자기들이 받는 세속적인 대접에 매우 둔감한 집단이다. 심지어 자기들이 받을 수 있는 정당한 대우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법에 나와있는 만큼도 누리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교사들은 어느새 행정직원, 교육전문직원들의 하위직처럼 멸시받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마침내 명색이 교원의 지위를 향상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한국교총으로부터 일거에 지위를 바닥까지 떨어뜨리는 설움과 모욕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는 평소에 교장, 교감, 장학사들이 친절하게 웃는 낯 속에 교사에 대한 멸시를 얼마나 힘들게 감춰왔는지 부지불식간에 커밍아웃 한 것이나 다름없고, 그들이 평생을 교육에 봉직한 노교사들의 경력을 단 한 치도 인정해줄 수 없다고 면전에서 모욕한 것이나 다름없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