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 결과인 출산경력의 미고지가 혼인취소 사유에 해당하는가

혼전 성관계의 의미를 내포하는 출산경력의 미고지가 혼인취소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혼전 성관계의 유무가 혼인을 결정함에 있어서 중대한 사유인 혼인의 본질적인 사항에 해당하는지 검토가 필요합니다. 기존 판례에서 법원은 동 시대의 법률, 도덕, 관습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2013년 서울시의 청소년성문화연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고등학생 10명 중 1명 이상이 성관계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한 통계청의 2013년 청소년 통계에 의하면 청소년의 58.4%가 동거에 대해 찬성한다고 답했습니다.

2016-03-17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1. 사건의 개요

그런데 원고는 위 형사사건 항소심 계속 중이던 2013. 8.경 피고가 원고와 혼인하기 전에 베트남에서 자녀를 출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 원고는 2013. 8. 28. 사기에 의한 혼인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피고는 만 13세 무렵 베트남에서 소수민족인 타이족 남성에 의해 납치‧강간을 당하고 임신을 하게 된 것이며, 그 후 음주와 폭행을 일삼는 남성을 피해 부모님 집으로 도주해 아이를 낳았고, 아이를 낳자마자 남성이 아이를 데리고 가 그 후 관계가 단절되었다고 주장하며 혼인취소의 부당함을 다투었습니다.

2. 재판의 경과

항소심은 혼인의사를 결정함에 있어서 출산경력이 차지하는 중대성에 비추어 보았을 때, 피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미성년자로서의 납치, 강간을 당하여 출산을 하게 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혼인 상대방인 원고에게 출산경력을 고지할 의무를 면한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1심의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와 전북여성단체연합 등 전국이주여성단체는 2014년 11월 17일 전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성폭력 피해 이주여성에 대한 혼인취소 판결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 한겨레

3. 상고심의 쟁점 정리

4. 쟁점별 검토

(1) 성폭력 피해로 인한 출산경력의 미고지를 혼인취소 사유로 삼을 수 있는지 여부

이에 대해 대법원은 출산경력을 고지하지 않은 경우에 일률적으로 고지의무를 인정하고 혼인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해서는 안 되고, "출산의 경위와 출산한 자녀의 생존 여부 및 그에 대한 양육책임이나 부양책임의 존부, 실제 양육이나 교류가 이루어졌는지 여부와 그 시기 및 정도, 법률상 또는 사실상으로 양육자가 변경될 가능성이 있는지, 출산 경력을 고지하지 않은 것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졌는지 아니면 소극적인 것에 불과하였는지" 등을 면밀하게 살펴서 당사자 일방의 명예 또는 사생활 비밀의 보장과 상대방 당사자의 혼인 의사결정의 자유 사이에 균형과 조화를 도모하여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2) 출산경력을 혼인취소 사유로 삼는 것이 헌법상 남녀평등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혼전 성관계의 의미를 내포하는 출산경력의 미고지가 혼인취소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혼전 성관계의 유무가 혼인을 결정함에 있어서 중대한 사유인 혼인의 본질적인 사항에 해당하는지 검토가 필요합니다. 기존 판례에서 법원은 동 시대의 법률, 도덕, 관습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2013년 서울시의 청소년성문화연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고등학생 10명 중 1명 이상이 성관계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한 통계청의 2013년 청소년 통계에 의하면 청소년의 58.4%가 동거에 대해 찬성한다고 답했습니다. 남녀 대학생 213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혼전 동거에 대해 상관없다거나 찬성한다고 답변한 비율이 65.7%에 달합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았습니다. 출산경력의 미고지가 기본적으로 혼인취소 사유에 해당한다는 전제하에 본 사안과 같이 출산 경위의 특수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혼인취소 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5. 판결의 의미

그동안 하급심 판례에서는 혼인경력 및 출산경력의 미고지를 혼인취소 사유로 인정한 사례도, 부정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번 판결을 통해 대법원이 혼인취소의 판단 기준을 보다 명확하게 제시함으로써 일반인에게는 혼인취소의 예측가능성을 부여하고 판례의 통일성을 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출산경력 고지 의무를 인정하는 근저에 존재하는 혼전 성관계 문제를 혼인취소사유로 삼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분석과 판단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은 아쉽습니다.

글_소라미 변호사

* 이 글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블로그에도 게제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