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이 더민주에 입당한다면... 그러나 그건 진정한 희망이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정상은 아니다. 어떻게 하루아침에 여당의 핵심인사가 야당에 들어와 선거에 나갈 수 있다는 말인가. 이게 가능한 것은 이 나라의 정당이 정책정당이 아니기 때문이다. 새누리나 더민주나 사실 다른 게 없다는 것이다. 다른 게 있다면 오로지 사람만이 다른 것이다. 그러니까 정당을 옮기는 사람도 자신이 지금 지조를 파는 것이라 생각할 이유가 없다.

2016-03-18     박찬운
ⓒ연합뉴스

우리 정당사를 돌아보면 선거철만 되면 당적을 옮기는 일이 적지 않게 일어났다. 야당이 분열되었을 때 의례 낙천자들은 당적을 옮기는 게 다반사였다. 하지만 여당에서 야당으로 당적을 옮기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것도 집권여당의 핵심 정치인이 야당에 간다? 우리 정치생리에선 사실 생각하기 어렵다.

이 일이 성사되면 김종인의 주가는 올라갈 것이다. 김종인은 지리멸렬한 야당의 대표가 되어 삽시간에 일사불란한 조직정당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더욱 그 정당의 모습은 종래 야당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어쩜 70-80년대의 여당인 공화당이나 한나라당에 유사할 지도 모른다. 여당에서 배운 정치기술을 야당에서 유감없이 써먹고 있으니 이 얼마나 흥미로운 일인가.

대한민국의 정당은 그저 사람으로 나누어져 한 정당은 집권여당이고 다른 정당은 그것을 견제하는 야당일 뿐이다. 정책이란 아무런 쓸모가 없다. 그것은 그저 선거용이며 장식장의 진열품일 뿐이다. 선거가 끝나면 정치인들은 공약했던 정책을 그날로 잊어버린다. 그날부터 그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다음 선거에 공천 받기 위해 유력 정치인 뒤로 줄 서는 것뿐이다.

이러기 위해서는 정치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청소년기부터 정치에 관심을 갖도록 학교와 지역에서 나서야 한다. 정당엔 정치학교를 세워 젊은 세대들에게 정치교육을 시켜야 한다. 이런 교육을 받은 젊은이들이 전국적 조직을 만들고 지역에서 구의원, 시의원으로 진출해야 한다. 그리고 때가 되면 국회로 나가야 한다.

추신: 이 글을 읽고 내가 진영의 더민주 입당을 반대하는 것으로 이해하지 않길 바란다. 그것은 오해다. 더민주의 선전을 기대하는 입장에서 그의 입당은 긍정적이다. 다만 나는 이 글에서 진영의 더민주 입당이 우리 정치의 희망은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것은 비정상적인 것이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우리 정당들이 정책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