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진 학대도 빼앗지 못한 코끼리의 영혼을 만나다

앞이 보이지 않는 조키아는 조그만 소리에도 깜짝 놀랐다. 먹이를 실은 트럭이나 자원봉사자 일행이 다가올 때마다 '끼익, 끼이익' 하며 불안감을 표시했다. 그럴 때마다 어디선가 어김없이 '꾸우웅-'하는 굵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단짝친구 '매펌'이다. 벌목코끼리였던 매펌은 조키아를 만난 순간부터 자식처럼 돌보았다고 한다. 조키아가 불안해 할 때마다 소리를 내서 '괜찮아, 놀랄 필요 없어'라는 신호를 보냈다. 식사 때가 되면 높은 소리로 친구를 부르고, 개울가로 목욕을 갈 때도 잊지 않고 챙겼다. 힘든 노역도, 모진 학대도 앗아갈 수 없었던 코끼리들의 아름다운 영혼. 그 앞에서 인간의 존재가 작고 초라하게 느껴졌다.

2016-03-16     이형주

코끼리 자연공원((Elephant Nature Park)을 찾았다. 1995년 코끼리보호운동가인 태국여성 '렉(Lek)'이 설립한 코끼리 자연농원은 학대받은 코끼리를 구조해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게 하는 야생동물보호소다. 40만 제곱미터의 대지에 코끼리 69마리, 물소 70마리, 개 500마리, 고양이 200여 마리, 그리고 돼지 한 마리를 보호하고 있다.

코끼리 자연공원에서 진흙 목욕으로 더위를 시키는 코끼리들

'쇼 하다가 부상당하면 구걸', 끊이지 않는 동물학대

구걸하는 어린 코끼리. © www.saveelephant.org

벌목코끼리건, 트래킹장의 코끼리건, 그들의 고통은 한 곳에서 끝나지 않는다. 병들고 다쳐 하던 일을 할 수 없게 되면 곧장 다른 업종에 '취업'을 해야 한다. 지뢰를 밟아 발이 없어진 코끼리는 거리로 내몰려 '앵벌이'에 동원되고, 맞아가며 재주를 부리던 코끼리가 늙으면 트래킹장에서 사람을 태워야 한다.

'쉬리', 태국어로 '자유'라는 뜻의 이름을 얻은 코끼리는 한 발로 서는 재주를 부리다 자기 다리에 주저앉았다. 불구가 되자 곧장 거리로 나가 바나나를 구걸해 돈을 버는 신세가 되었다. 그마저도 할 수 없게 되자 주인은 쉬리를 헐값에 보호소로 넘겼다.

앞다리가 불구가 된 코끼리. 벌목이나 관광산업에 사용되는 코끼리는 다리와 발에 질병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모진 학대도 빼앗을 수 없는 코끼리의 영혼

벌목에 쓰이던 '조키아'는 임신 11개월의 몸으로 나무를 끌다가 유산했다. 산 밑으로 굴러 떨어진 태아의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우울증에 걸렸다. 움직일 의지가 없는 조키아에게 마훗(Mahout, 코끼리를 조련하는 사람)은 새총으로 한 쪽 눈을 쏴서 노동을 강요했다. 그래도 말을 듣지 않자 결국에는 남은 한 눈도 칼로 후벼 팠다.

힘든 노역도, 모진 학대도 앗아갈 수 없었던 코끼리들의 아름다운 영혼. 그 앞에서 인간의 존재가 작고 초라하게 느껴졌다.

진정한 동물과의 교감은 '생명 존중'

공간이 넓다 보니 많이 걷는 것 외에는 육체적으로 힘이 들지는 않았다. 코로 모래를 뿌려 더위를 식히고, 떼를 지어 진흙 목욕을 하고, 등으로 나무둥치를 긁는 코끼리들의 모습을 코앞에서 볼 수 있다니. '봉사'라기보다 '호사'에 가깝다.

자원봉사자들이 코끼리의 목욕을 돕는 모습(위)과 늙은 코끼리가 먹을 주먹밥을 만드는 모습(아래).

태국에는 수 백 개의 트래킹 업체가 운영 중이다. 치앙마이에만 백 개가 넘는 트래킹장이 있다. 이들을 먹여 살리는 것은 중국인과 한국인 관광객들이다. 최근에는 코끼리 트래킹의 동물학대가 많이 알려지면서, '코끼리 보호소'로 위장하는 업체가 늘어났다. '케어(Care)', '구조센터(Rescue center)' 등의 이름을 내 걸고 관광객의 불편한 심정으로 조금이라도 덜어보자는 장삿속이다.

*자원봉사가 가능한 코끼리 보호소 (이름을 클릭하면 홈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코끼리자연농원 Elephant Nature Park

분랏 코끼리보호소 Boon Lott Elephant Sanctuary

BEES 코끼리 보호소 BEES Elephant Sanctuary

태국 야생동물의 친구 Wildlife Friends of Thailand

코끼리 세상 Elephants World

캄보디아 코끼리 보호소 Elephant Sanctuary Cambodia

엘레펀트 밸리 프로젝트 The Elephant Valley Proj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