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구조된 큰돌고래가 26일만에 바다로 돌아갔다(사진)

2016-03-02     원성윤
ⓒ연합뉴스

2일 오전 8시 20분께 울산시 동구 방어진항에서 약 12㎞ 떨어진 해상. 망망대해를 배경으로 특별한 이별 장면이 연출됐다.

방어진항에서 구조된 고래라는 뜻에서 '고어진'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방류 작전은 아직 한밤처럼 깜깜한 오전 6시부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 보조풀장에서 시작됐다.

이후 들것으로 카고트럭에 옮겨실어 약 11㎞ 떨어진 방어진항까지 이동했다.

방어진항에서 고어진을 실은 선박은 약 50분 동안 먼바다 쪽으로 이동, 방류 지점에 도착했다.

고어진은 도르래와 연결된 들것에 실려 서서히 바다로 들어갔다.

곧장 사라져버린 돌고래의 모습에서 안도감과 아쉬움이 교차하던 찰나 고어진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10여 분 동안 역동적인 움직임을 관찰한 관계자들은 고어진의 성공적인 적응을 믿으며 아쉽고도 기쁜 이별을 했다.

고어진은 2월 4일 오후 4시께 '방어진항 안에 돌고래가 들어왔다'는 제보로 발견됐다.

이들은 밤새 상태를 관찰한 결과 자력으로 항 밖으로 빠져나갈 수 없을 정도로 탈진한 상태인 데다, 그대로 두면 선박과 충돌 위험도 크다고 보고 돌고래를 체험관 보조풀장으로 옮겼다.

등지느러미 등 피부에 어망에 걸려 생긴 것으로 보이는 상처가 있었고, 외부 기생충도 발견됐다.

사육사들은 주둥이 주변에 오징어 빨판 자국이 남은 점에 착안, 산오징어를 풀장에 풀었다.

수족관에서 오래 살지 못하는 산오징어 특성 때문에 사육사들은 하루 1∼2차례 수산시장을 오가며 산오징어를 공수했다. 고어진은 하루 10㎏의 오징어를 먹어치우는 식성을 자랑했다.

이런 정성으로 고어진은 빠르게 회복했고,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26일 해양동물보호위원회를 열어 조속한 돌고래 방류를 결정했다.

애초 지난달 29일 방류가 예정됐지만, 기상 악화로 한 차례 연기돼 이틀 뒤에야 성사됐다.

이경리 고래연구센터 박사는 "근해에서 자주 목격할 수 없는 큰돌고래가 살아 있는 상태로 구조된 뒤 방류된 사례는 국내 처음인 것으로 안다"면서 "행여 어선들이 등지느러미에 작은 장치가 부착된 돌고래를 발견하더라도 독립적인 야생의 삶을 살 수 있도록 관심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