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중단?

사실 필리버스터 중단은 언제든 이루어질 수 있었고, 국민들 또한 이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국민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너무 무기력하게 필리버스터를 중단하는 더불어민주당의 태도에 실망했기 때문입니다. 국민의 분노와 함께 더불어민주당 또한 선거구 획정이나 4.13총선 등을 통한 역풍을 우려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도 분명 있습니다. 박영선 의원은 '과반의석을 갖지 않으면 국회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며, 총선에서 이기려고 필리버스터를 중단한다'고 말했습니다. 맞는 말일까요?

2016-03-02     임병도

필리버스터 중단을 결정한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박영선 의원이 국회에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필리버스터 중단 결정에 대한 국민의 반감을 의식해서인지 '모든 비난의 화살을 저에게 쏘십시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필리버스터 중단은 언제든 이루어질 수 있었고, 국민들 또한 이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국민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너무 무기력하게 필리버스터를 중단하는 더불어민주당의 태도에 실망했기 때문입니다.

박영선 의원은 '과반의석을 갖지 않으면 국회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며, 총선에서 이기려고 필리버스터를 중단한다'고 말했습니다. 맞는 말일까요?

과반 의석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가?

열린우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있던 2006년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사학법 개정안에 반대해 57일간의 장외투쟁을 했고, 결국 그들의 뜻을 이루었습니다.

국민에게 과반 의석이 확보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눈물로 호소하기보다는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정당이 과연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는 처절한 반성이 필요했다고 봅니다.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중단?

13대 총선에서 집권당이었던 민정당은 125석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평화민주당 70석, 통일민주당 59석, 신민주공화당 35석을 합치면 여당보다 더 많았습니다. 여소야대가 됐습니다. 결국, 노태우 정권은 3당 합당을 통해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했습니다.

역대 총선을 통해 본다면 필리버스터를 중단하면 꼭 야당이 승리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국회와 선거 일정 문제 등의 역풍으로 야당이 반드시 패배한다고 단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필리버스터 중단에 대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의 트윗 ⓒ트위터 화면 갈무리

총선에서 승리하고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국가 안보와 경제 논리에 국민의 기본권과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는 논리에 찬성하는 시민이 많을수록 언제든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고 선거에 이기려는 명분을 찾으려고 했다면 국회 마당에서 국민들과 함께 필리버스터를 어떻게 마무리할지 토론하고 이를 생중계했다면 어떘을까라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 '아이엠피터'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