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에 보내는 2개의 반문

상황은 다시 원점, 여권에 안보 프레임의 위력을 재확인시키고, 안보장사의 의욕을 고취시킵니다. 더민주는 이번만이 아니라 늘 그래왔습니다. 가까운 과거만 놓고 봐도 그렇습니다. 2012년 대선 때의 국정원 댓글공작에 대한 규탄이 그랬고, 지난해의 국정원 해킹 프로그램 파문 대처가 그랬습니다. 끝을 보지 못한 채 돌아섰고, 그 뒤끝에서 여권은 다시 안보 프레임을 갈고 닦았습니다. 더민주의 필리버스터 회군은 새로운 시도를 위한 단절이 아니라 지켜우리만치 똑같은 반복입니다.

2016-03-02     시사통 김종배입니다
ⓒ연합뉴스

우선 전자, 즉 이념·안보 프레임에 걸려들면 안 된다는 주장부터 살펴보죠.

하지만 '일면'입니다. 전면적 이해까지는 절대 할 수 없습니다. 여권이 선거 때마다 안보장사를 해왔다는 사실은 야권에 이중의 메시지를 던집니다. 그러니까 걸려들면 안 된다는 메시지뿐만 아니라 야권이 아무리 피하고 싶어도 여권은 안보 프레임을 작동하게 돼 있다는 메시지도 함께 던집니다.

여권의 안보 장사가 변수가 아니라 상수이고, 유행병이 아니라 고질병이라면 더민주의 대처법은 달리 없습니다. 그것이 어쩌다 나타나는 돌발적인 광기라면 바람이 지나갈 때까지 몸 웅크려도 되겠지만 선거 때마다 각본에 따라 들이대는 표모으기 좌판이라면 몸 웅크린다고 될 문제가 아닙니다. 안보 프레임의 약한 고리를 쳐서 사각의 틀을 뒤틀어놔야 합니다.

헌데 이제 와서 이런 전략과 그런 노력을 부정해버리면 남는 게 없습니다. 상황은 다시 원점, 여권에 안보 프레임의 위력을 재확인시키고, 안보장사의 의욕을 고취시킵니다.

더민주의 필리버스터 회군은 새로운 시도를 위한 단절이 아니라 지켜우리만치 똑같은 반복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선 반문부터 먼저 던지겠습니다. 그게 성공을 보증합니까? 선거에서 무조건 이기는 프레임입니까?

하지만 이건 이론상의 주장일 뿐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겸양 모드로 '모두 내탓이오' 할 때나 먹히는 주장이요 프레임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박근혜 정부는 '내탓'이 아니라 '국회탓'을 합니다. 국회가, 특히 야당이 발목 잡아 시간을 끄는 바람에 경제 활성화 효과가 떨어졌다고 강변합니다. 그러면서 국회심판론을 들먹입니다.

경제 프레임은 아직 굳어지지 않았습니다. 더민주는 '정부 실정' 프레임을 들고 나오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야당 몽니' 프레임을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이 두 개의 프레임 중 어떤 게 주도권을 쥐고 더 큰 위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어떤 프레임을 택할 것이냐는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게 그 프레임을 어떻게 운용할 것이냐는 문제입니다. 이 '운용'이라는 단어가 함의하는 바에는 상대 프레임에 대한 유효적절한 대처 프레임 전략과 나의 프레임을 밀어붙일 지속적인 힘이 포함되고요.

힘없는 자가 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한 곳을 골라 치고 또 치는 것인데 더민주는 이걸 못하고 있는 겁니다.

* 이 글은 <시사통 김종배입니다>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