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붕괴론은 환상

"북한은 붕괴된다"도 비현실적이고 "북한을 붕괴시킨다"도 비현실적인 한 서울과 워싱턴의 콜랩시스트(Collapsist·붕괴론자)들의 북한붕괴론은 희망사항에 근거를 둔 환상일 뿐이다. 김정은 제거가 자동적으로 북한 체제의 붕괴를 의미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북한 체제의 붕괴가 자동적으로 한국에 의한 흡수통일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유엔 개입이라는 절차가 남아 있다.

2016-02-28     Young-hie Kim
ⓒ연합뉴스

 북한의 1월 6일 4차 핵실험, 2월 7일 장거리 로켓 발사를 본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 폐쇄와 사드 배치의 결단을 내렸다. 그는 2월 16일의 국회연설에서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고 말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북한 정권이 핵 개발로는 생존할 수 없으며 오히려 체제 붕괴를 재촉할 뿐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게 하겠다." 이렇게 2014년 초 기자회견에서 말한 통일 대박과 그해 3월 드레스덴에서 선언한 한국판 '접촉을 통한 변화'는 백지화됐다. 2015년 8월 국방부의 '창조국방' 세미나에서는 김정은 제거를 의미하는 그 이름도 섬찟한 '참수작전'이 알려졌다.

 북한 붕괴는 가능한 것인가. '북한은 붕괴된다'는 기대가 현실이 되려면 2011~2012년 아랍의 봄과 89년 동유럽과 89~90년 동독에서처럼 민중 봉기가 일어나야 한다. 또는 한국의 10·26 때 같이 최고지도자를 시해하는 '김재규' 같은 궁지에 몰린 쥐 신세의 소영웅주의자가 나타나야 한다. 그러나 우리 중 일부의 기대와는 달리 북한에는 아직 시민사회 비슷한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시민혁명의 발단이 되는 민중의 소요가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북한의 휴대전화 보유대수가 지금의 370만 대에서 1000만 대 수준으로 늘었을 때나 기대할 시나리오다. 군 수뇌들의 계급을 뗐다 붙였다를 거듭하고 당과 군의 고위 인사들을 자주 처형하는 공포정치 아래서 북한판 '김재규'나 궁정 쿠데타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북한은 붕괴된다"도 비현실적이고 "북한을 붕괴시킨다"도 비현실적인 한 서울과 워싱턴의 콜랩시스트(Collapsist·붕괴론자)들의 북한붕괴론은 희망사항에 근거를 둔 환상일 뿐이다. 김정은 제거가 자동적으로 북한 체제의 붕괴를 의미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북한 체제의 붕괴가 자동적으로 한국에 의한 흡수통일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유엔 개입이라는 절차가 남아 있다. 24일 미 국무장관 존 케리와 중국 외교부장 왕이(王毅)가 워싱턴 회담에서 북한의 광물 수출을 포함한 북한의 대외교역 제한과 공군기가 쓰는 기름 공급 중단 같은 유엔 역사상 가장 혹독한 대북제재 결의에 합의한 것은 북한을 죽이고 살리고는 우리 손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 손에 달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 무역의 90%는 중국을 상대로 하는 것이고 그중 중요한 수출품이 광물자원이다. 중국이 왕이와 케리가 합의한 대북제재를 지속적으로 실행하면 김정은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 핵 모라토리엄 카드를 들고 스스로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대북정책은 뜬구름 잡기 같은 북한붕괴론보다는 미국과 중국 대북정책의 탄탄한 공조를 실현·지속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 이 글은 중앙일보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