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를 넘어서

햇볕정책과 6자회담이 중단된 지 오래되었다. 지금도 북의 반복된 핵실험의 책임을 햇볕정책과 6자회담을 전가하는 것은 기본적인 인과관계조차 무시하는 주장이다. 지난 8년 동안 정부의 대북정책은 '저강도 제재'를 유일한 기둥으로 삼았다. 따라서 저강도 제재가 효과가 없으니 고강도 제재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최소한 논리적으로 성립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마땅한 고강도 제재수단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는 북의 핵능력 강화 명분을 세워주고 한반도의 군사적 대립을 고조시킬 것이다.

2016-02-25     이남주
ⓒ연합뉴스

남한, 미국, 일본의 제재가 특별한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현실 때문에 결국 중국의 태도가 유일한 변수처럼 다루어지고 있다. 중국이 대북제재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하기 위해 한국은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을 카드로 들고 나왔고, 미국은 쎄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북한과 거래를 하는 제3국 기업에 대한 제재) 조항을 새로 통과된 대북제재법안에 포함시켰다. 그런데 이는 당장 북에 대한 압박을 증가시키기보다는 한-중, 미-중 사이의 갈등을 고조시키는 결과만 낳았다.

제재만능론의 문제점

결론은 사드 논의와 쎄컨더리 보이콧이 지금 북에 대한 제재로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합의가 가능하고 실제로 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제재는 핵 및 미사일 관련 행위에 대한 제재 강도를 높이는 쪽이다. 다만 이러한 제재는 북의 관련 활동을 제약하고 지체시키는 효과는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어렵다. 그뿐 아니라 제재 일변도로는 사태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힘에 대한 맹신 대신 지향점과 현실성을 고민할 때

따라서 UN에서 제재논의가 일단락되면, 그 제재를 충실하게 이행하는 동시에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실현 가능한 방법을 찾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특히 대화 재개가 필수적이다. 물론 대화의 방향이 있어야 하는바 그것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병행추진이다. 최근 중국 왕이 외교부 부장이 적극적으로 주장하면서 주목받는 방안인데, 이는 이 문제와 관련해 관련국들 간의 유일한 합의인 9·19공동성명의 핵심원칙이기도 하다. 그런데 잃어버린 8년 동안 북한이 핵능력을 강화했고, 경제건설-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을 채택했기 때문에 이 원칙을 실현시키는 데 어려움이 커졌다. 북한은 비핵화가 아니라 핵군축협상을 주장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체제나 평화협정 문제에 대해 주한미군과 한미군사동맹에 미칠 영향 때문에 미국은 계속 소극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최근 미국이 북에 평화협정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그 전후에 미국은 물론이고 한국도 소극적 태도로 일관해왔다.

* 이 글은 창비주간논평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