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죄 폐지 1년 후 일어난 일 3가지

2016-02-21     김병철
ⓒ영화 인간중독

간통죄 고수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이런 위험을 크게 내세워 가정의 울타리를 보호하는 것이 성적 자기결정권 존중보다 더 중요한 가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간통죄 위헌 결정을 내렸지만, 대법원은 '혼인 파탄에 잘못이 있는 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기존 '유책주의' 입장을 고수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혼 요건이 완화되지 않은 탓에 이혼 소송 추이에는 별 변화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1. 이혼소송·협의이혼 오히려 줄어

지난해 1월 3천168건이었던 소송 건수는 2월 2천540건으로 크게 줄었다가 그 달 26일 간통죄 위헌 결정이 나온 뒤 3월에는 3천540건으로 크게 치솟았다. 그러나 5월에 3천50건으로 줄었고 월평균 3천281건을 기록해 전년(3천420건)보다 다소 줄었다.

간통죄가 폐지된 이후에도 전국에서 가정이 파탄돼 협의이혼을 하거나 이혼소송을 내는 일이 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는 '이혼 소송 시장'에서 영업하는 이혼 전문 변호사들의 얘기와도 다르지 않다.

이현곤 변호사도 "사실 간통죄가 폐지되기 전에도 명목만 남아있었을 뿐 사문화해온 상황이어서 위헌 결정의 영향이 크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예전에는 간통죄로 구속되기도 하고 큰 범죄로 취급을 했지만 폐지 직전에는 혐의 적용도 엄격히 하고 처벌도 완화한 상태였다. 간통죄가 무서워서 바람을 못 피운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2. "간통죄 폐지로 죄책감 사라져"

혼인 서약에는 정조 의무가 포함돼 있으며 법적으로도 불륜은 배우자로서의 의무를 위반한 불법행위로 규정돼 상대방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민사 책임을 지게 돼 있다. 법원은 기혼자와 불륜을 저지른 상대방 역시 상대 배우자의 권리를 침해해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배상 책임을 지운다.

그럼에도 간통죄 폐지를 불륜의 면죄부로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가정법률상담소의 조경애 법률구조부장은 "배우자가 대놓고 외도를 하면서 '해보려면 해봐라. 간통죄도 없어졌다'고 오히려 큰소리친다고 괴로움을 토로하는 상담자들이 눈에 띈다"며 "이런 경우 보호 장치가 전혀 없다는 하소연이 많다"고 전했다.

3. 결국 파탄주의 이행 전망

형사처벌도 없어진 마당에 불륜을 저지른 이들이 쉽게 가정을 깨는 상황이 속출해 결혼제도의 안정성을 흔드는 결과가 벌어지지 않도록 균형을 맞춘 판결로 해석됐다.

그러나 대법원의 작년 판결에서 전체 대법관 13명 중 7명만 유책주의에 손을 들어줬고 다른 6명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책임 유무를 가리는 것보다 혼인이 파탄된 상황이 더 중시돼야 한다는 의견도 팽팽하게 맞섰다.

게다가 이미 작년 대법원 판시에서도 유책주의를 유지하되 예외적으로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인정하는 범위가 넓어져 별거 기간이 오래된 경우나 가족 부양 책임을 성실히 이행한 경우 등에는 이혼이 허용되고 있다.

이현곤 변호사는 "혼인이 전통적으로 집안끼리의 결합이라는 측면이 커 서로의 의무가 더 강조됐다면, 앞으로는 서구 사회처럼 점점 더 개인의 문제로 가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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