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열한 유희 '사자 통조림 사냥'

아프리카 대륙 남단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캔드 헌팅(Canned hunting)',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통조림 사냥'이라고 하는 형태의 사냥이 운영되고 있다. 처음 들으면 어류 같은 해양동물을 사냥해 통조림이라도 만든다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의미를 알게 되면 누구나 인간의 잔혹함과 치졸함에 몸서리를 치게 될 것이다. 야생동물을 쫓아가 사냥하는 '페어 체이스(Fair-chase)' 사냥에서는 동물을 쏴 죽이는데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면, 통조림 사냥에서는 사냥에 성공할 확률이 백 퍼센트 보장된다는 차이점이 있다.

2016-02-22     이형주

가둬 놓고 총을 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통조림 사냥'

아프리카 중서부에서 행해지는 일반적인 트로피 사냥이 정해진 지역 내에 서식하는 동물을 사냥하는 것이라면, 아프리카 대륙 남단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캔드 헌팅(Canned hunting)',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통조림 사냥'이라고 하는 형태의 사냥이 운영되고 있다. 처음 들으면 어류 같은 해양동물을 사냥해 통조림이라도 만든다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의미를 알게 되면 누구나 인간의 잔혹함과 치졸함에 몸서리를 치게 될 것이다.

사람의 손에 길러진 사자는 위험을 감지하는 법도, 위험을 피해 도망가는 법도 알지 못한다. 보통 사냥터에 풀어놓고 일주일 정도 굶겨서 사람을 보면 혹시 먹을 것을 던져주지는 않을까 다가오게 만든다. 사냥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사냥터에 풀기 전에 마취를 하는 경우도 많다.

제대로 한 번 피해보지도 못하고 맥없이 쓰러지는 사자를 보며 사냥꾼들은 '퍼펙트 샷(Perfect shot)!'을 외친다. 그리고는 힘센 맹수를 죽였다는 희열에 휩싸여, 쓰러진 사자의 몸뚱이 위에서 축배의 잔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는다. 집에 돌아가서 이웃들에게 자신의 용맹함을 증명하기 위해 사자의 머리를 자르고 가죽을 벗겨 가방에 챙겨가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렇게 사자 한 마리의 목숨을 빼앗는데 2만 달러의 비용을 지불한다.

총알받이용으로 길러지는 사자들... 미리 원하는 사자 고를 수도 있어

통조림 사냥에 사용되는 사자를 기르는 농장에서는 '사자체험' 시설도 함께 운영한다. 생후 몇 주의 아기사자들을 만지고, 젖병을 물리고, 안고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 관광객들은 마치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를 어르듯 사자를 품에 안고 좋아한다. 6개월 정도 된 사자들을 강아지처럼 산책시킬 수도 있다.

사자가 4살 가량의 성체가 되면 사냥 미끼로 사용한다. 요즘에는 고객이 방문하기 전에 전자 우편으로 사진을 보내 어떤 사자를 죽일 것인지 미리 고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보통 갈기가 멋있는 수컷 사자가 인기가 높다.

브리더들은 농장에서 사자를 번식시켜 멸종위기를 막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케이지 안에서, 혹은 누구네 집 지하실에서 수만 마리의 사자가 길러진들 종이 보전되고 생태계가 회복되지 않는다. 오히려 근친교배로 태어난 개체들이 사냥터에서 야생사자와 교미할 경우 유전자풀에 악영향만 미칠 뿐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사자농장의 새끼사자들 (c)Nick Roux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IFAW)이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사냥 관광 수입은 전체 관광 수입의 2퍼센트도 채 되지 않았다. 그나마 이 중 오직 3퍼센트만이 지역사회로 유입되고, 나머지는 정부기관이나 중개인의 호주머니로 들어갔다. 반면에, 사파리처럼 살아있는 야생동물을 관찰하러 오는 관광객은 늘고 있다. 세계관광기구(UNWTO)의 보고서에 따르면 생태계를 관찰하는 에코-투어리즘은 2013년 342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현재 유럽연합은 각 국가의 정부가 수입 허가증 발급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노동당 소속 유럽연합위원(MEP) 니나 질(Neena Gill)은 유럽연합 회원국이 모든 사냥 전리품의 반입 금지 규정을 강화하는 내용의 선언문을 발의하고 채택을 요구하고 있다.

사냥 전리품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트로피 사냥을 옹호해 논란이 된 미국 대학생 '켄달 잭슨' (출처- 켄달 존스 페이스북)

먼 나라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

지난 한 세기 동안 사자의 숫자는 20만 마리에서 3만 마리로 줄어들었다. 급속도로 숫자가 줄어드는 야생동물이 하도 많다 보니 이제는 별다른 감흥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속도로 사라져 간다면 몇 십 년, 백 년 후에는 야생동물을 동물원에서만 볼 수 있게 될는지도 모른다.

인간이 모든 동물의 '포식자(Predator)'가 되어버린 세상이다.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는 생태계 파괴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는 한 사람이라도 더 관심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