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생물 이야기] "니들이 게를 알어?"

모습이 많이 다르게 진화하다 보니 알아보기 힘든 게들도 있다. 바다생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상자 모양이어서 박스 크랩(Box Crab)이라 불리는 종류들은 그나마 자세히 뜯어보면 게라는 사실을 알아 볼 수 있다. 그러나 와이어 코럴 크랩(Wire Coral Crab), 소프트 코럴 크랩(Soft Coral Crab), 오랑우탄 크랩(Orangutan Crab) 정도 되면 게인지 다른 생물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2016-02-19     장재연

바다생물 이야기 17. "니들이 게맛을 알어?"에서 "니들이 게를 알어?"로

누구나 어렸을 때 한번은 읽거나 들었을 '엄마 게와 아기 게' 이야기, 친소관계를 표현하는 '가제는 게 편', 그밖에도 게거품, 게걸음 등 게의 행동을 비유하는 표현이 많이 쓰이는 것을 보면 게는 인간에게 가장 친숙한 바다생물인 것 같다. 그렇지만 게의 종류가 얼마나 많고 다양한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한번은 같이 다이빙하던 가이드가 모래 바닥에 몸을 숨기고 있던 스위밍 크랩을 잘못 건드려서, 이 녀석이 거의 1미터 가까이 뛰어 오르며 두 집게로 사람을 공격하는 것을 목격하였다. 순간 카메라 셔터를 눌러서 찍은 사진이 다소 어둡게 나왔지만 아래 사진이다. 크기도 엄청 커서 두 앞발을 벌린 길이가 거의 80cm 이상이었다. 그렇게 큰 게는 난생 처음 보았다. 게가 몹시 흥분해서 씩씩거리고 있는 것이 그대로 전달될 정도였고, 노려보는 듯한 그 모습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아 있다.

큰 체구와 집게발이 위협적이었던 스위밍 크랩

물론 스위밍 크랩 중에서는 작거나 예쁜 종류도 많다. 몸통의 색깔이 유난히 빨간 종류도 있고 몸과 앞발에 흰색의 큰 반점이 붉은 색과 어울려 화려함을 뽐내는 할리퀸 스위밍 크랩도 있다. 할리퀸 스위밍 크랩은 걷는데 사용하는 네 쌍의 다리는 집게가 있는 앞발과 달리 투명한 색깔을 하고 있는 것도 독특한 모습이다.

페탈 아이드 스위밍 크랩(Petal-eyed Swimming Crab)

몸통이 유난히 빨간 스위밍 크랩

할리퀸 스위밍 크랩(Harlequin Swimming Crab)

처음 보았을 때는 말미잘이 신체의 일부인줄 알았다. 그런데 가끔 한쪽 손에만 말미잘을 쥐고 있고 다른 쪽은 잃어버렸는지 빈손으로 있는 경우도 볼 수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구나 했던 기억이 난다. 말미잘을 쥐고 있는 이유는 방어용이라고 한다. 바다생물들도 상대가 손에 뭔가 쥐고 있으면 경계 대상이 된다는 뜻인데, 참으로 신기하다. 아래 사진의 복서 크랩은 마침 알을 품고 있어서 주먹을 앞으로 내세우기보다는 알을 감싸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알을 품고 있는 복서 크랩(Boxer Crab)

성게와 공생하는 제브라 어친 크랩(Zebra Urchin Crab)은 무척 우아하게 생긴 반면에 움직임은 아주 적다. 게으른 귀족이라고 해야 할까 싶다. 반면에 어친 캐리 크랩(Urchin Carry Crab)은 성게를 머리에 이고 다니면서 부지런히 움직인다. 두 쌍의 다리로는 성게를 붙들고 있느라, 다른 두 쌍의 다리로만 기어 다닌다. 눈이 줄기 같은 돌기 위에 있는 것도 특징적이다. 제브라 어친 크랩과 비교하면, 부지런한 평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블랙 코럴 크랩 (Black Coral Crab)

바다나리에 공생하는 헥사곤 크리노이드 크랩(Hexagon Crinoid Crab), 알을 품고 있다

성게와 공생하는 얼룩말 무늬의 제브라 어친 크랩(Zebra Urchin Crab)

성게를 이고 다니는 어친 캐리 크랩(Urchin Carry Crab)

Two Horn Box Crab, 집게발의 위쪽에 마치 예리한 맹수의 이빨 같은 돌기가 있다.

자이언트 박스 크랩 (Giant Box Crab)

회초리 산호에 사는 와이어 코럴 크랩(Wire Coral Crab)

연산호에 사는 소프트 코럴 크랩(Soft Coral Crab)

거품 산호(Bubble Coral)에 주로 사는 오랑우탄 크랩(Orangutan Crab)

데코레이터 크랩(Decorator Cr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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