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백혈병 3주체가 첫 공개 토론을 벌였다

2016-02-19     김도훈
ⓒ한겨레

삼성반도체 백혈병 논란 3주체인 반올림, 가족대책위, 삼성 쪽 관계자들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외신기자들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각각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김시녀 반올림 회원, 황상기 반올림 대표, 송창호 가대위 대표, 김은경 가대위 회원, 백수하 삼성전자 상무, 김선범 삼성전자 부장.

이들은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아시안아메리칸 언론인협회(AAJA) 한국지부 주최로 열린 ‘백혈병 피해자와 삼성 관계자들의 작업장 안전에 대한 토론회’(Debate on workplace safety with leukemia victims & Samsung reps)에 참석해, 삼성 백혈병 논란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지난 1월 조정위원회 2차 권고안에 따라 합의한 ‘옴부즈만 위원회 설립 등 재해예방대책’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사과’와 ‘보상’ 의제에 대해서는 팽팽한 의견차를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지금껏 피해자 150여명이 보상위를 통해 보상을 신청해 이 가운데 110여명이 보상금을 수령했다며 ‘보상’과 ‘사과’, ‘재해예방대책’ 등 삼성 백혈병 논란의 3대 의제가 모두 마무리됐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반올림 쪽은 조정 권고안에 따라 합의안을 도출한 ‘재해예방대책’ 부분에 대해서만 사회적 해결책을 마련했다며, 직업병 책임을 인정하는 차별없는 보상과 진정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등 외신기자 10여명이 참석했으며, <한겨레>는 국내 참관 언론사로 선정됐다. 아래는 이날 토론 내용 전문이다.

-삼성 직업병 피해자에 대한 사실관계를 먼저 확인하자. 반올림은 직업병 피해자가 200명 넘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산업재해 신청자 가운데 소송 등을 통해 인정받은 건 4명 뿐이라고 한다. 진실은 무엇인가?

○가대위 송창호 대표 : 법원에서 산재 인정 받은 사람 숫자는 맞는데, 피해자 200명이 넘는다고 말하고 있는데, 전화 제보를 받거나, 혹은 주위 사람한테 전해 들었거나 한 사례를 모두 모아서 200명이라고 말씀 중인 것 같다. 저희도 반올림에 같이 있다가 나온 상황에서, 피해자 200명이 진짜 존재한다면 저희한테도 좀 주셨음 좋겠다. 그 분들이 보상 절차 등 몰라서 혜택을 못받을 수도 있으니, 연락처나 명단을 주시면 우리가 (보상) 의사를 묻고 도울 수 있다는 그런 부분에서, 저희들은 반올림에 명단을 주셨으면 좋겠다고 부탁드리고 싶다.

○반올림 황상기 대표 : 반올림에 신고 들어온 사람만 223명인데, 명단을 공개할 수는 없다. 왜냐면 민감한 개인 정보이기 때문이다. 또 삼성에서 반올림에 신고를 못하게 한 경우도 많기 때문에, 실제 피해자 숫자는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 반올림이 근거없는 말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개인정보를 어떻게 공개하라는 것인가. 또 삼성 보상위에 보상 신청한 사람이 150여명이라고 하는데, 보상 신청을 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 (실제 피해자는) 더 많을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 백수하 상무 : 이 문제는 개인정보보호와는 관계가 없다는 것 분명히 말씀 드리고 싶다. 보상 주체인 회사는 피해자 명단을 알아야 보상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그럼에도 공개 않는 이유 의문스럽다. 피해 보상 뿐만 아니라, 예방 절차 진행을 위해서도 삼성이 정확한 피해자 명단과 직업병 현황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도 말씀 드리고 싶다. 그리고 어떤 질환이 직업병인지 여부는 회사나 당사자 주장에 따라 결정될 것이 아니고, 책임과 권한을 가진 공공기관에 의해 판정될 문제임을 명확히 하고 싶다. 지금껏 어떤 국내 기관에서도 반올림이 주장하는 질병과 삼성전자의 작업장 환경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밝혀진 적 없다는 점 상기해 주시길 바란다.

(사회자 추가질문 : 공개를 하면 어떤 피해가 있는 것인가?)저희한테 온 신고는 거의 대부분 암 질환이다. 관절염 등 제보 들어온다는 것은 말이 안되고. (삼성이 진행하는) 보상위 보상도 ‘받으려면 받아라’라는 태도이기 때문에 거절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런 제보도 또 반올림으로 들어오고 있다.

○삼성전자 백수하 상무 : 어떤 반도체 사업장에서도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곳은 없다. 그러나 그 물질들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은 법적인 의무이고, 거기에서 어긋난다면 처벌을 받게 된다. 그리고 업무와 인과관계를 가진 질환에 대해서는 산재라는 공적인 보상 제도와 소송이라는 절차도 마련돼 있다는 점 분명히 말씀 드린다.

-조정위 2차 권고안을 통한 예방 대책 합의 뒤에 삼성은 공식 블로그 등을 통해 3대 의제에 대한 논쟁 마무리 됐다고 말하고 있다. 사과와 보상에 대해서는 반올림과 입장이 엇갈리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삼성전자 백수하 상무 : 질병들은 원인을 밝히기 어렵다. 그래서 지난 7년여를 팽팽히 맞서왔다. 질병 원인을 밝히는 것은 주장과 요구만으로 되지 않는다. 오랜 시간 동안 대립과 갈등을 거듭하다 2014년에야 대화를 시작했고, 서로 입장 좁히기 위해 노력했다. 가대위가 반올림으로부터 분리 독립돼 나오면서 조정위 제안했고, 조정 통해 조정 권고안 만들게 됐다. 저희 입장에서 반올림이 주장하시는 배제없는 보상은 산재 신청을 했다는 사실 만으로 무조건 보상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으로 판단된다. 현재 보상 상황은 150명 넘게 신청하셨고, 110여명 가까이 보상과 함께 대표이사 명의 사과문을 수령하셨다. 반올림은 배제없는 보상을 주장하고 계시는데, 하이닉스의 경우에도 모든 사람이 보상을 받지는 않고 있고, 그쪽 보상위가 결정을 해서 구분해서 보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삼성은 김시녀, 황상기씨처럼 아직 보상 신청 않은 분들에게도 보상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점 알아주시기 바란다.

○가대위 송창호 대표 : 1차 조정 권고안 나왔을 때 가대위는 큰 실망을 했다. 이것은 아니라고 느꼈다. 그런 안을 반올림은 환영했고, 조정 권고안에 (보상 기준) 1, 2, 3군 나눴는데, 그건 조정위가 나눈 것이다. 그런 부분 따져보지도 않고 환영하는 것에 실망했다. 반올림이 원하는 바는 보상이 아니라 재단이구나라고 생각하고 실망했다. 그래서 우리는 보상위를 만들기로 했다. 물론 저희는 피해자로서 보상위 기준에서 제외되고 있는 분들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 (사회자 추가질문 : 보상 부분 합의는 타결된게 맞다는 뜻인가?) 그렇다

○반올림 황상기 대표 : 삼성은 가해자다. 가해자가 스스로 사람들을 지목해서 보상위를 만들어서, 보상 신청을 받고 보상을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삼성과 관계없는 사람들이 보상안을 만들고, 보상 신청을 받아서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삼성이 자기 맘에 드는 사람들로 보상위를 꾸려서 진행하면 보상 규모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 지금 진행되는 보상 범위도 매우 협소한 상황이다. 필요한 경비와 치료비 등에 대해서도 보상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반올림에 있는 저희들한테는 삼성이 보상 이야기 꺼낸 적 없고, 사과 한마디 한 적도 없다. 보상과 사과, 이뤄지지 않았다.

-보상 절차와 관련된 쟁점이 좀 있다. 예컨대 지난해 말일까지 보상 신청 마감 정한 것 등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의견이 엇갈리는데, 어떤 상황인가?

○삼성전자 백수하 상무 : 맞다. 확인 드린 것처럼 당초 1차 보상 신청 받을 때 12월 말이 신청 마감이었지만, 아직 신청 않은 분들 있을 것이라 해 마감 기한 연장해서 보상 신청 계속 진행 중이다. 특히 이 사안에 대해 조정위가 권고안에 언급한 것처럼 사회적 부조라는 차원에서 접근해, 보상 신청과 동시에 산재 신청도 함께 할 수 있다는 점 다시 한번 밝힌다.

○가대위 송창호 대표 : 가대위도 피해 당사자다. 반올림이 삼성이랑 대화하기 힘들면 우리와라도 대화를 했으면 좋겠다. 합리적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는 방안이 있으면 모색하고 싶다.

○삼성전자 백수하 상무 : 반올림은 보상 절차에 대해 3자가 합의하지 않은 보상 절차를 실행하는 점에 대해 말씀 하시는데, 보상이라는 것은 결과적으로 당사자가 받아들이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 그렇다면 3자가 합의하면 보상 당사자가 원치않는 보상을 강요할 수 있는지, 또 3자가 합의하지 않는다면 피해자가 받은 보상까지 무효화할 수 있다는 건지 묻고 싶다. 물론 합의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원칙과 기준이 만들어진 뒤에는, 보상 절차는 당사자 주체 간의 문제인 것으로 판단한다.

○가대위 김은경씨 : 반올림은 보상에 대해 구체적인 대안조차 없다. 예전에 보상에 대한 전략을 물어봤더니, 그냥 싸우겠단다. 그렇게 싸우는 동안 피해자들은 죽어간다. 싸움 만이 능사가 아니다.

○반올림 황상기 대표 : 동일한 보상을 요구한 바 없다. 병이 걸린 사람들이 어떤 보상을 받아야 할지 그 기준치를 말한 것이다. 병에 걸린 사람, 치료하는 기간도 다르고, 생존 여부도 다르다. 그 기준에 대해 이야기 한 것이다. 반올림에 신고온 피해 사망자만 76명, 암에 걸렸다는 사람만 223명인데, 삼성 보상 기준에 따라 보상을 해주면 각자 보상 받는 금액은 상당히 다를 것으로 생각된다. 또 삼성은 반올림과는 사과 문제에 대해 어떤 것 하나 이야기 한 바 없다.

-재해예방대책과 관련해서도 말씀 부탁드린다.

○반올림 김시녀씨 : 삼성에 묻고 싶은데, 반올림과 사과 보상에 대한 이야기 나눌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반올림 농성에 따라 예방대책 등 어느정도 진전이 있었지만, 사과와 보상까지 마무리 했다는 삼성 이야기는, 가대위 소속 몇몇과의 이야기다. 반올림과는 여전히 아무 진전이 없다. 사과와 보상에 대해 반올림과 대화할 의향이 없으신가. 또 반도체 제조 과정에 화학물질 사용될 수밖에 없다고 하셨는데, 안전교육과 방지대책 완벽하게 해달라.

<질의 응답>

-반도체 시장 세계 무대에서 경쟁이 매우 심한데, 작업장 안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가 있나?

○반올림 황상기 대표 : 과거에 유미한테 물었을 때 안전교육 등은 한번도 받은 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삼성은 또 노동조합이 없기 때문에, 뭔가 다른 뜻을 표하려고 할 경우 바로 해고를 당한다. 이견을 제시하거나 말할 수 있는 채널이 없다. 화학약품 쏟을 경우 맨손으로 걸레 가져와서 닦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삼성 반도체 논란의 3대 쟁점이 모두 해결됐다고 보시는지? 또 공개 사과하실 의향은 없는지? 없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반올림 황상기 대표 : 삼성에서 사과를 했다고 하는데, 사과의 내용은 없다. 삼성은 가해자다. 암에 걸린 사람들도 암에 걸린 사람 나름이다. 김시녀씨 딸은 화장실도 혼자 못간다. 유미도 죽었고, 유미 엄마도 우울증에 걸려서 병원만 다니고 있다. 나는 8년째 여기에만 매달리고 있다. 아무런 직업도 이렇게 살고 있다. 삼성이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는지 인정하고, 그 토대 위에서 사과하고, 그 토대 위에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게 중요하다고 본다.

○삼성전자 백수하 상무 : 어떤 이유에서건 고통을 받은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그렇다고 모든 대상에 대해 조건없이 보상하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또 사과 역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에 대해서까지 사과를 하라는 것 받아들이기 어렵다. 황유미씨 산재 불승인, 그 뒤 법원에서 이겨서 산재 보상 받으셨다. 그럼에도 우리는 다시 보상하겠다는 것이다. 김시녀씨 따님 산재 불승인, 법원에서도 졌다. 그럼에도 우리는 보상하겠다는 것이다. 또 황상기씨는 계속해서 삼성이 죽음의 사업장이라고 주장하시는데, 황유미씨의 언니도 10년동안 회사에 다녔다. 또 사위분 계속해서 삼성 반도체에 근무하고 있다. 죽음의 회사에서 어떻게 근무할 수 있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삼성반도체 사건만 뉴스가 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또 삼성이 안전조치 한게 있는지?

○반올림 황상기 대표 : 삼성 앞에서 집회가 계속되는 이유는 삼성이 해결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는 잘못이 그만큼 누적돼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