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맛 그리고 다이어트

쾌감, 즉 즐거움은 번식과 생존에 연관된 모든 현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맛 역시 그런 관점에서 쾌감의 일종이다. 쾌감이 섹스의 본질이 아니듯 맛도 음식의 본질은 아니다. 즉, 쾌감이 번식을 유도하는 것처럼, 맛은 생존을 유도한다. 맛있는 음식일수록 더 먹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2016-02-16     아주라

그 시절에는 입으로 들어가는 게 그대로 똥이 되어 나오는 물질인지,

아니면 에너지가 되는 물질이 판단할 수단이 전혀 없었다.

바로 즐거운 감각이 우리를 생존으로 이끈다는 것이다.

섹스는 에너지 소모가 많은 중노동에 가깝기에,

게다가 자연 상태에서의 섹스에는 많은 위험부담이 따른다.

오히려 주변의 생물들에게 자신의 위치를 노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아이의 양육에는 시간과 비용이 배로 든다.

만일 우리가 섹스에서 아무런 쾌감을 얻지 못한다면

그러나 번식을 하려면 섹스를 할 수밖에 없다.

쾌감은 그 과정에서 발명된 생물학적 현상인 셈이다.

번식과 생존에 필요한 번거로운 일들을 굳이 하게끔 만드는 것이 쾌감의 본질이라는 말이다.

가령 섹스를 할 때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걸을 때,

맛 역시 그런 관점에서 쾌감의 일종이다.

즉, 쾌감이 번식을 유도하는 것처럼, 맛은 생존을 유도한다.

이렇게 맛을 느끼는 메커니즘도 다른 진화의 산물들처럼 자연선택의 거름망을 거쳐 왔을 것이다.

지방을 맛있다고 느낀 쪽은 살아남아 지방의 맛을 느끼는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내려 보냈을 것이다.

이러한 맛에도 예외 없이 에너지의 효율을 추구하는 법칙이 녹아 있다.

지방은 엄청난 스펙트럼의 맛으로 다가온다.

현미보다는 백미가, 백미보다는 설탕물이 맛있게 느껴진다.

즉, 맛있는 음식은 본질적으로 칼로리가 높거나 소화흡수율이 높은 음식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이어트를 하는 우리는 맛있는데 칼로리가 낮은 음식을 찾아 헤매지만,

맛을 택하고 싶다면 다이어트는 포기해야 한다.

양질의 칼로리를 골라서 먹은 다음 최대한 쌓아두는 방향으로 걸어 온 인류에게,

애당초 진화의 방향을 역행해서 걸어가는 만큼,

정말로 살이 빼고 싶다면 일단 맛있는 것부터 줄여야 한다.

당신이 따라가야 하는 방향이 아니다.

-피톨로지